
(서울=연합뉴스) 조승한 기자 = "화성에 로버가 가서 착륙할 때, 달에 인류가 갈 때 전 세계 사람들 누구나 보며 감탄하고 영감을 얻게 됩니다. 한국은 대중이 직관적으로 공감할 수 있는 '와우'(Wow) 포인트가 있는 우주 미션이 아직 부족한 것 같습니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 제트추진연구소(JPL)에서 25년 근무하고 이달 서울대 항공우주공학과 특임교수로 부임한 전인수교수는 16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저는 NASA를 미션 수행 기관이라 생각한다"며 "우주 미션을 통해 과학도 발전시키고 영감도 주는데, 아직 한국의 우주항공청은 미션이 명확치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전 교수는 2000년 JPL에 합류해 우주방사선 분야 전문가로 활동하며 다수의 굵직한 우주 탐사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화성 탐사로버 '큐리오시티' 프로젝트를 비롯해 금속 성분 소행성 '프시케'(Psyche) 탐사 임무와 목성 위성 탐사선 '유로파 클리퍼' 프로젝트에도 참여해왔다.
전 교수는 우주항공청이 출범하고 5대 우주 강국이라는 구호를 내걸고 있지만 그 의미가 명확하지 않다며, 이를 구체적인 미션으로 정의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큰 과학 임무는 먼저 왜 이 임무를 해야 하는지 과학적 목적이 정해지고,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어떤 측정과 어떤 기기가 필요한지 정해지는 구조"라며 "기기가 있어서 임무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과학 목표에서 시작하는 '탑다운'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한국에서는 아직 이런 구조가 충분히 자리 잡지 못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 우주개발이 한 단계 도약하려면 대중의 관심을 끌 수 있는 상징적인 미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 교수는 NASA 재직 당시 우주청이 추진 중인 L4 태양권 관측 탐사선과 관련해서도 협업하며 한국과 시스템 엔지니어링, 우주 광통신 기술 등을 논의한 경험이 있다.
다만 이 임무도 대중적 관점에서 보면 '와우 포인트'가 다소 약할 수 있어 아쉬운 것은 사실이라고 그는 전했다.
그는 "미국은 지평을 넓힐 과학 미션을 만들기 위해 국립과학원에서 10년마다 논의해 임무를 설정한다"며 "의회가 이를 존중해 예산을 편성하고 NASA는 그 과정에 직접 개입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한국은 과학 커뮤니티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아 같은 방식을 그대로 적용하긴 어렵지만, 임팩트 있는 과학 미션을 어떻게 만들지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L4 탐사 역시 한국이 처음 도전하는 미션인 만큼 의미를 살릴 수 있는 체계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그는 조언했다.
전 교수는 한국 우주정책이 장기적으로 미션 중심 전략을 바탕으로 정립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 교수는 "NASA는 크게 보면 유인 우주비행과 과학 임무라는 두 축이 있고 발사체나 위성 등은 그 임무를 위한 수단"이라며 "한국 우주청도 어떤 미션을 할 것인지가 먼저 정의되는 구조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 교수는 "발사체나 인공위성도 중요하지만, 균형이 필요하다"며 "기업이 할 수 있는 분야는 민간에 맡기고 국가 기관은 미션 중심 역할에 집중하는 방향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은퇴 후 여러 선택지 가운데 귀국을 택한 이유에 대해 그는 한국 우주개발 방향 설정에 기여하고 싶다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에서도 큰 과학 미션을 추진할 수 있도록 네트워크와 경험을 나누고 싶다"며 "관심 있는 학생들을 훈련하고 필요한 곳이 있으면 돕는 역할을 하려 한다"고 말했다.
shj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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