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트릭 메테 총괄 인터뷰…이영도 '눈물을 마시는 새' 기반 게임 개발
"유의미한 개발 단계 진입…성능저하 없이 수천명 규모 전투 구현"

(서울=연합뉴스) 김주환 기자 = 한국 판타지 문학의 거장으로 불리는 이영도 작가의 장편 대하소설 '눈물을 마시는 새'(눈마새)와 후속작 '피를 마시는 새'.
팬들이 오랫동안 염원해온 '새' 시리즈의 첫 공식 미디어 믹스 작품이자 트리플A급 콘솔 액션 게임 프로젝트 '윈드리스'(Windless)가 지난달 플레이스테이션 신작 행사에서 전격 베일을 벗었다.
"드디어 전 세계 플레이어에게 우리의 비전을 공유할 수 있게 되어 매우 기쁘고 떨리기도 합니다. 스튜디오 창립 후 첫 공개인 만큼 저희에게는 매우 결정적인 이정표였습니다"
11일 'PUBG: 배틀그라운드'를 만든 국내 게임사 크래프톤[259960]의 캐나다 소재 자회사 '크래프톤 몬트리올 스튜디오'에서 '윈드리스' 개발을 맡은 패트릭 메테 스튜디오 총괄 겸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는 연합뉴스와 서면 인터뷰를 통해 이같이 말했다.

◇ "이영도 작가 세계관 깊고 풍부…미디어 프로젝트 가능성 충분"
'윈드리스'가 기반으로 하고 있는 이영도 작가의 '새' 시리즈는 발간된 지 20여년이 지난 현재도 한국 판타지 문학의 걸작으로 꼽힌다.
왕을 중심으로 단합하는 '인간', 숙원을 추구하며 방랑하는 조류 종족 '레콘', 불을 자유자재로 만드는 '도깨비', 심장을 적출해 불사의 몸이 된 파충류 종족 '나가' 등 4개 종족 여러 등장인물의 행적을 통해 권력에 대한 깊은 사유를 보여 주는 작품이다.

메테 총괄은 "이영도 작가의 문학적 세계는 깊고 풍부한 세계관을 가지고 있고, 게임 등 다른 미디어 프로젝트로서의 가능성을 충분히 갖추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원작자로부터 긍정적인 지지와 기대를 받고 있지만, 구체적인 게임 제작에 대해 논의를 진행하지는 않는다"라고 설명했다.

제작진은 '윈드리스' 게임 제작에 앞서 2022년 '눈물을 마시는 새' 세계관과 스토리를 시각화한 아트북 '한계선을 넘다'를 선보였다.
메테 총괄은 "아트북은 저희 시각적 영감의 원천이며, 비주얼 가이드라인 역할을 한다"라며 "몬트리올의 개발자들이 낯선 세계를 직관적으로 이해하고, 3D 모델과 환경을 구축하는 데 큰 도움을 준다"라고 말했다.
'새' 시리즈에서 특히 서구권 개발진을 매료시킨 소재는 하늘을 떠다니는 거대한 생물체 '하늘치'다.

메테 총괄은 "이 거대한 가오리 같은 생명체는 너무나 독특하고 신비로우며, 제작진은 이 세계관에 완전히 매료되었다"라며 "트레일러에 묘사된 하늘치가 마음에 드셨으면 좋겠다"라고 강조했다.
'윈드리스'는 소설 속에서 구체적으로 묘사되지는 않는 '영웅왕' 시대를 배경으로 한다. 영웅왕은 강력한 레콘으로, '새' 시리즈 본편에서는 멸망한 지 오래인 '아라짓 왕국'의 설립자다.
메테 총괄은 "'눈물을 마시는 새'의 케이건 드라카 같은 영웅은 이미 완결된 서사를 가지고 있지만, 왕국을 세우기 전 영웅왕의 여정은 베일에 싸여 있다"라며 "플레이어가 단순히 전설의 관찰자가 아니라, 전설을 만드는 자가 되는 경험을 선사하고자 신화의 시대를 선택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첫 번째 왕국의 건국을 다루는 것은 '새' 시리즈를 처음 접하는 이용자가 이 세계관으로 들어오는 강력한 진입점이 되기도 한다"라고 설명했다.
제작진의 고민은 '윈드리스' 프로젝트명에도 담겨 있다.
메테 총괄은 "'윈드리스'는 역사가 다시 움직이기 전의 일시 정지된 순간, '운명적인 정적'을 상징한다. 누군가 자신을 움직여주기를 기다리는 정지된 세상에 대한 은유"라고 말했다.
이어 "게임 속 영웅왕은 바로 그런 분위기 속에 존재한다. 세상은 전쟁 중이고 왕국은 변하고 있으며, 고대의 힘이 꿈틀거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구체적인 게임 내용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으나, 원작의 독특한 요소들을 최대한 반영할 계획이다.
메테 총괄은 물을 극도로 무서워하는 원작 속 레콘의 습성이 게임에 반영될지 묻는 말에 "원작의 핵심 설정이 반드시 게임플레이에 통합되어야 한다고 믿는다"라며 "이는 전략적 요소로 활용될 것이며, 원작에 충실한 게임 플레이를 선사할 것"이라고 답했다.

◇ 한국 개발팀과도 협업…"팬들이 자랑스러워할 게임 만들겠다"
메테 총괄은 유럽 대형 게임사 유비소프트에서 1인칭 오픈월드 슈팅 게임 '파 크라이' 시리즈 개발을 진두지휘한 베테랑 게임 개발자다.
메테 총괄은 "대작 오픈월드 타이틀을 개발하며 쌓은 전문성은 '윈드리스'의 광활한 세계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토대가 됐다"라며 "내러티브와 시스템이 유기적으로 연결된 구조를 만들고, 플레이어의 선택이 여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도록 설계했다"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그가 총괄했던 '파 크라이' 시리즈 3∼5편은 플레이어의 선택에 따라 엔딩이 크게 달라지는 것이 특징이다.

'윈드리스'가 게임으로서 가진 기술적 차별점은 바로 '매스 테크놀로지'다.
매스 테크놀로지는 수천 명의 캐릭터를 실시간으로 동시에 구현하는 기술로, 오픈월드 내에서 아군과 적군이 상황에 맞춰 역동적으로 반응하게 하는 기술이다.
메테 총괄은 "단순히 몰려오는 적의 파상공세를 만드는 기술이 아니라, 주인공 영웅왕이 다양한 방식의 도전에 직면하는 전투 상황을 구현하는 데 쓰인다"라고 해당 기술을 설명했다.
동서양 문화가 혼합된 독특한 '새' 시리즈의 세계관처럼, '윈드리스'는 판교 소재 한국 개발팀과 몬트리올의 제작진이 태평양을 사이에 두고 협업해 제작하고 있다.
주된 개발은 몬트리올 스튜디오에서 이뤄지지만, 게임의 방향성 설계와 기획에는 판교 스튜디오도 비중 있는 역할을 맡고 있다.

"몬트리올 팀이 특정 장면을 명시적이거나 극적으로 표현하려고 할 때면, 판교 팀은 이영도 작가 특유의 미묘하고 절제된 표현을 강조하며 균형을 잡는다"라고 메테 총괄은 말한다.
그러면서 "두 국가에 나눠진 제작진이 원작의 정통성을 해치지 않는 최적의 접점을 찾기 위해 치열하게 논의하면서 좋은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라고도 부연했다.
앞으로 더 많은 '새' 시리즈 기반 게임을 볼 수 있을지 묻는 말에 메테 총괄은 "아직까지는 '윈드리스'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다만 "'눈물을 마시는 새' 세계관은 놀랍도록 방대하고, 수많은 서사가 직조돼 펼쳐내는 이야기로 가득 차 있다. 우리는 그 유니버스에서 엄청난 잠재력을 보고 있다"라며 세계관 확장에 대한 의지도 드러냈다.
현재 게임 개발 단계와 관련해서는 "매우 유의미한 개발 단계에 진입해 있다"라며 "전투 시스템과 대규모 전장 구현, 세계관의 기틀, 핵심 게임플레이 루프 등의 주요 기둥이 확고히 구축돼 실제 플레이가 가능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엄격한 질적 기준에 완벽히 도달했다고 판단되는 시점에 공식 출시일을 기쁜 마음으로 공유하겠다"라고 답했다.

제작진은 '윈드리스'를 완벽한 게임으로 만들어 팬들에게 선보이겠다고 다시 한번 강조했다.
메테 총괄은 "이영도 작가님의 작품이 한국 독자들에게 단순한 엔터테인먼트를 넘어, 역사·감정·문화적 의미를 담고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라며 "그 세계관을 게임으로 구현하는 것은 영광인 동시에 막중한 책임감으로 다가온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저희의 목표는 단순히 각색하는 것이 아니라, 원작의 가치를 증명하고 그 풍요로움을 전 세계 관객에게 소개해 팬들이 자랑스러워할 수 있는 작품을 만드는 것"이라고 포부를 드러냈다.
juju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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