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르웨이 美대사관 구글맵에 폭사한 하메네이 영상

(베를린=연합뉴스) 김계연 특파원 = 미국·이스라엘과 이란이 열흘째 전쟁 중인 가운데 유럽에 있는 미국 대사관과 유대교 회당(시나고그)에서 이틀 연속 폭발 사건이 발생했다.
AFP통신 등에 따르면 9일 오전 4시께(현지시간) 벨기에 동부 리에주의 시나고그 앞에서 폭발이 일어나 회당과 길 건너편 건물 창문이 깨졌다.
랍비 요슈아 네이만은 "폭발물을 설치했는지 던졌는지는 모르겠지만 회당 정문 중 한 곳에서 폭발이 발생했다"며 "창문과 문이 날아갔다"고 말했다.
1899년 세워진 이 회당은 유대인 공동체 역사박물관으로도 쓰인다.
연방경찰 대테러 부서가 수사를 맡은 가운데 당국은 이 폭발을 즉각 반유대주의 사건으로 규정했다.
바르트 더베버르 벨기에 총리는 "반유대주의는 우리 가치와 사회에 대한 공격이고 우리는 단호하게 맞서 싸워야 한다"고 말했다.
윌리 드메예르 리에주 시장은 "외부 갈등을 우리 도시로 들여오는 건 용납할 수 없다"며 폭발과 중동전쟁이 관련 있다는 취지로 말했다.
벨기에에는 안트베르펜과 브뤼셀을 중심으로 유대인 약 4만명이 산다. 당국은 2023년 10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전쟁이 시작된 이후 유대인 시설 보안 조치를 강화했다. 그러나 반유대주의 근절 노력이 여전히 부족하다는 지적을 유대인들에게서 받아 왔다.

빌 화이트 벨기에 주재 미국 대사는 이날 폭발이 일어난 회당 앞에서 기자들을 만나 "백악관과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에게서 가보라는 연락을 받고 왔다"며 "미국에서, 유럽에서, 정치적 생각과 무관하게 반유대주의가 증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화이트 대사는 지난달 의료 면허 없이 할례를 시술한 유대인 피의자에 대한 벨기에 당국 수사를 반유대주의라고 맹비난해 외교 마찰을 일으킨 바 있다.
전날 오전 1시께는 노르웨이 오슬로에 있는 미국 대사관 건물 앞에서 폭발이 발생해 출입문 유리가 일부 깨졌다. 대사관 건물 입구에 설치된 사제폭발물이 터졌고 수류탄은 아닌 걸로 경찰은 파악했다.
블룸버그·AFP통신에 따르면 폭발과 거의 동시에 전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가 등장하는 15초 분량 동영상이 대사관 구글 지도 페이지에 올라왔다. '신은 위대하다. 우리가 승리하고 있다'는 페르시아어 메시지도 함께 게시됐다.
아야톨라 하메네이는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첫날인 지난달 28일 폭격을 맞아 사망했고 이날 차남 모즈타바 하메네이가 새 최고지도자로 뽑혔다.

동영상은 현재 삭제된 상태다. 노르웨이 경찰은 이 영상과 폭발의 연관성을 들여다보고 있다. 프로데 라르센 합동수사정보본부장은 NRK방송에 "경찰이 조사 중인 단서 중 하나"라며 이 사건을 이란 전쟁과 연관지어 보는 게 자연스럽다고 말했다.
노르웨이 경찰은 이날 감시 카메라 영상에 잡힌 용의자 사진을 공개했으나 얼굴이 식별되지 않고 신원도 확인되지 않았다.
유럽연합(EU) 경찰기구 유로폴은 지난 5일 "EU 내 테러와 폭력적 극단주의 위협 수준이 높아졌다"고 경고했다. 독일 국내 정보기관 연방헌법수호청(BfV)은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 산하 정보부서와 해외작전부대 쿠드스군을 유럽 내 테러와 관련한 잠재적 위협으로 지목하고 있다.
이란은 유럽 국가들이 미국에 군사기지를 내주는 등 공습에 협조하면 보복하겠다고 경고한 바 있다. 마지드 타크트라반치 이란 외무차관은 지난 6일 "어떤 나라든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에 합류하는 국가들은 정당한 보복 목표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dada@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