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전쟁 장기화시 도미노 '불가항력 선언' 전망…아시아 전반 생산 차질 불가피
(서울=연합뉴스) 김민지 기자 =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중동의 지정학적 위기가 고조되며 여천NCC가 처음으로 '공급 불가항력(Force Majeure)'을 선언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이란 전쟁이 장기화할 경우 국내 석유화학업계 전반이 셧다운(가동 중단) 위기에 몰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6일 석유화학 업계와 외신 등에 따르면 여천NCC는 지난 4일 주요 고객사들에 제품 공급 이행 지연 및 조정을 통보하고 공급 불가항력을 선언했다. 이란 공습으로 인한 호르무즈 해협 봉쇄 여파로 중동 정세가 악화하며 중동발 나프타 원료 수입이 전면 중단된 데 따른 조치다.
연간 229만t을 생산하는 국내 최대 에틸렌 생산시설인 여천NCC는 한화솔루션과 DL케미칼이 공동 투자한 곳이다. 작년 말부터 시작된 석유화학 업계 구조 개편에 따라 3공장이 가동을 중단했으며 현재 1·2공장만 운영되고 있다.
여천NCC는 고객들에 보낸 서한에서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긴장이 갑작스럽고 급격하게 고조됨에 따라 원자재 조달에 심각한 차질을 빚고 있다"며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인해 3월 인도 예정이었던 원료 나프타의 도착이 크게 지연됐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번 중동 사태 이후 나프타 가격은 20% 이상 급등했다.
원료 수급에 문제가 생기며 1·2공장의 가동률을 최소한으로 낮추는 방안도 고려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불가항력은 전쟁 등 통제할 수 없는 외부 요인으로 제품 계약 이행이 어려울 때 책임을 면제받기 위한 조치다. 석유화학업체들은 고객사에 필요한 물량을 제때 공급할 수 없다고 판단하는 즉시 이를 통보해야 한다.
중동 원유 수급이 장기화할 경우 여천NCC뿐 아니라 국내 석화업계 전반으로 생산 차질 우려가 번질 것으로 보인다. 한국의 중동산 원유 수입 비중은 약 70%로 이 중 상당수가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 수입된다.
석화업계 관계자는 "통상 중동 원유가 국내로 들어오는데 한달 정도 걸리는 것을 감안하면 4월부터 국내 석화업계 전반의 생산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며 "각 기업의 재고 현황에 따라 시점은 다르겠지만 한국뿐 아니라 아시아 전체 NCC의 불가항력 선언이 잇따를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jakmj@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