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전역 긴장 고조·국제 에너지 시장 타격 등 목표

(서울=연합뉴스) 고일환 기자 = 이란이 지난해 이스라엘과의 '12일 전쟁' 이후 추가 군사 공격에 대비한 대규모 대응 계획을 마련한 것으로 전해졌다.
영국의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3일(현지시간) 이란 정권 내부 인사를 인용해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와 군 수뇌부가 지난해 6월 미국과 이스라엘의 추가 공습에 대비해 구체적인 대응 시나리오를 준비했다고 보도했다.
대응 계획의 목표는 중동 전역의 긴장을 고조시키고, 국제 에너지 시장에 충격을 가해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격 중단을 유도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이란은 역내 미군 기지와 이스라엘뿐 아니라 주변 국가들의 에너지 시설과 항공 시설까지 공격 대상으로 설정했다.
실제로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 이후 이란은 사우디아라비아의 정유시설과 카타르의 액화천연가스(LNG) 시설을 겨냥한 드론 공격을 감행했다.
이에 따라 카타르의 LNG 공급이 일부 중단됐고, 호르무즈 해협의 해상 운송도 크게 위축되면서 국제 에너지 가격이 급등했다.
이와 함께 이란은 아랍에미리트(UAE), 쿠웨이트, 이라크, 오만, 바레인의 공항과 항만, 호텔 등 민간 시설까지 드론으로 공격했다.
또한 이란은 미국의 공격으로 군 수뇌부가 제거될 경우 군이 무력화되는 것을 막기 위한 대책도 마련했다.
지난해 12일 전쟁 당시 상부의 지시를 받지 못한 현장 병력이 신속하게 대응하지 못했다는 점을 감안해 의사결정을 분산시켰다는 것이다.
이란 군이 하메네이와 군 수뇌부가 사망한 이후 신속히 보복에 나설 수 있었던 것도 미리 대응 지침을 마련했고, 의사결정까지 분산해놨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하메네이가 사망한 후 이란 군사·안보 분야를 이끌게 된 알리 라리자니 최고국가안보회의 사무총장은 1일 엑스(X·옛 트위터)에 "이란은 장기전에 대비해왔다"고 밝혔다.
다만 이란이 지금까지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를 상대로 외교적 해법을 촉구했던 중동 국가들까지 공격한 것은 역풍을 부를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에너지 시설과 호텔과 같은 민간 시설까지 공격받은 중동 국가들이 미국과 이스라엘 지지로 돌아서고, 확전 시나리오가 현실화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영국 싱크탱크 '왕립합동군사연구소'(RUSI)의 브르주 오즈첼릭 선임연구원은 "이란이 통제 불능 상태로 난폭하게 행동하는 비이성적 행위자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나 이란 정권 내부에선 강경 기류가 우세한 것으로 보인다.
이란 정권 내부 인사는 "공격은 계속될 것"이라며 "이슬람 공화국의 최고지도자를 공격한 뒤 아무 일도 없을 것이라고 기대했느냐"고 반문했다고 FT는 전했다.

kom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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