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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국경에서] 폭격피해 튀르키예로 피란행렬…"이틀간 1천명 넘어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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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국경에서] 폭격피해 튀르키예로 피란행렬…"이틀간 1천명 넘어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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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란 국경에서] 폭격피해 튀르키예로 피란행렬…"이틀간 1천명 넘어와"
    이란 북서부와 접한 튀르키예 동쪽 끝 카프쾨이 검문소 통해 육로 탈출
    "더 버티기 힘들어 짐싸 떠났다"…유모차 탄 유아에 이유식 먹이는 모습도
    "이란내 곳곳 길막혀, 국경 넘는데 나흘걸려" "미·이스라엘 왜 이러나" 분노


    (카프쾨이·반[튀르키예]=연합뉴스) 김동호 특파원 = "어제 하루에만도 내가 살던 테헤란 지역에서 5∼6번의 큰 폭발을 느꼈어요. 더는 버티기 힘들 것 같아서 짐을 싸서 떠난 거예요."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을 공격해 무력 충돌이 발생한지 나흘째인 3일(현지시간).
    이란 북서부 라지 마을을 통해 튀르키예 동쪽 끝 카프쾨이 검문소로 출국한 젊은 여성 파리나즈는 "탈 수 있는 버스가 여기로 오는 것 뿐이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파리나즈는 "의사인 아버지가 병원에 남아 다친 사람들을 돌봐야 해서 가족이 함께 오지 못한 것이 걱정된다"고 말했다.
    이날 연합뉴스가 찾은 카프쾨이 검문소에서는 끊이지 않는 폭격의 위험을 피해 피란길에 오른 이란 국민들과 일부 외국인들이 쉴 틈 없이 밀려나오고 있었다.
    아침 최저기온이 영하 12도로 추운 날씨였지만 카프쾨이 검문소를 빠져나오는 이들 중에는 홑겹 겉옷만 이은 이들이 상당수였다.

    다들 급박하게 거처를 떠나 피란길에 올랐을 터였다.
    막 국경을 넘은 갓난아기가 유모차 안에서 칭얼대자 어머니로 보이는 여성이 이유식을 떠먹이며 달래는 모습도 보였다.
    전날 튀르키예 당국이 여행객의 육로 출입국 전면 차단을 발표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별다른 추가 공지 없이 통행이 재개됐다고 한다.
    영국 BBC, 프랑스 TF1, 튀르키예의 TRT하베르 및 CNN튀르크 등 내외신 취재진이 몰려든 가운데 손님을 찾는 택시·버스 기사들이 뒤섞이며 북새통을 이뤘다. 외부 관심이 집중되자 반 주지사가 점검차 방문하기도 했다.
    소총을 메고 취재진에게 다가온 한 군인은 "소초가 있는 쪽이나 검문소 옆 언덕 방면은 촬영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하는 등 경비가 삼엄했다. 약 560㎞에 달하는 튀르키예·이란 국경에 정식 통로는 3군데인데, 검문소를 우회해 밀입국하는 사람도 종종 눈에 띈다고 한다.
    외딴 곳에 설치된 검문소에서 인근 소도시 반으로 사람들을 실어나르던 한 사설 버스 운전기사가 "어제 오늘 300∼400명 정도가 들어온 것 같다"고 말하자 옆에 선 동료가 "9개 정도 되는 업체가 모두 1천명은 실어나른 것 같다"며 끼어들었다.

    이란 서부 이스파한에서 의과대학교를 다니던 외국인 유학생 무함마드와 알리는 갖은 고생 끝에 이란을 탈출했다고 털어놨다.
    캐나다 출신 아랍계인 무함마드는 지난달 28일 "아침에 머리 위에서 폭탄이 떨어지면서 아파트가 흔들리는 통에 깨어났다"며 "가족들이 너무 걱정을 많이 하는데다 무섭기도 해서 이란을 떠야 겠다고 결심했다"고 말했다.
    무함마드는 인터넷이 완전히 끊기는 통해 외부 연락이나 정보 검색이 어려웠고, 고속도로나 다리 곳곳이 통행이 금지되면서 이동이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파키스탄계 알리는 "곳곳에 길이 막히고 차가 끊기는 통에 타브리즈를 통해서 오는 데에 총 4일이나 걸렸다"고 부연하며 가족들이 있는 캐나다로 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아제르바이잔, 튀르키예 이중국적을 가진 아틸라(17)는 이날 오전 2시께 폭격을 접한 이후 부리나케 집을 떠났다고 했다.
    아틸라는 "나는 전쟁이 익숙해져서 괜찮지만, 엄마가 많이 무서워해서 어쩔 수가 없었다"며 튀르키예 서부 이즈미르에 있는 아버지를 찾아간다고 말했다.
    파란색 스카프를 목에 두른 이란인 여성 메르잔은 "민간인들이, 어린 아이들이 너무 많이 죽었다"며 "폭탄으로 사람들이 많이 죽은걸 봤다"고 슬픔을 표했다.
    메르잔은 "앞으로 상황이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며 "이란에 도움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란을 등진 이들은 대체로 군사행동을 시작한 미국과 이스라엘에 큰 반감을 드러냈다. 지난 1월 반정부시위가 절정에 달했을 때 이란의 이슬람 신정일치 정권에 자국민 수천, 수만명을 죽이며 유혈 진압한 기억은 어느새 흐려진 듯했다.
    헝가리 부다페스트로 향한다는 이란인 약사 이브라힘(50)은 "우리는 유대인들과 부딪힌 경험을 통해 또다시 전쟁이 오고 있다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면서도 "막상 일이 터지니 충격을 받은 것은 사실"이라고 운을 뗐다.
    그는 어렸을 때 이란·이라크 전쟁을 겪었는데, 40년 뒤에 또 이런 일을 경험하는 것이 비극적이라며 "이런 상황이 반복되는 것에 지친다"고 말했다.
    이브라힘은 37년간 이란을 철권 통치하다가 사흘 전 폭사한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그에게 익숙해져 있었고, 그렇지 않은 이들도 있었다"면서도 "이런 방식으로 지도자를 끌어내려서는 안 되지 않나"라고 반문했다.

    이어 "이란인들이 스스로 선택할 수 있도록 내버려뒀어야 하지 않나"라며 "내일은 푸틴을, 그 다음은 젤렌스키를 총으로 쏘고는 또 다시 '테러리스트라서 어쩔 수 없었다'라고 할 것인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브라힘은 "대부분의 사람들은 고향에 남아 돈을 벌어야 해서 떠난다는 선택이 불가능하다"며 "내 가족과 친지도 많이 남아있고, 나처럼 이렇게 움직이는 호사를 누릴 수 있는 이들은 얼마 되지 않다"고 쓸쓸하게 말했다.
    유학생 무함마드는 앞으로 사태가 어떻게 전개될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이란인들은 겁먹지 않는 담대한 사람들"이라며 "싸울 결심이 서 있고, 나라를 지키겠다는 자부심이 있는 사람들이다. 항복하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청년은 미국과 이스라엘을 향해 "결국 정치 때문 아닌가 60년 전부터 이란을 들쑤셔서 정권을 바꿔놓고, 이란을 아랍의 적으로 만들어놓은 것들이 그들"이라고 꼬집었다.
    이 청년은 방송 인터뷰에 응하려는 모친을 뜯어 말리고는 버스를 타러 발걸음을 떼었다.

    dk@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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