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2천여명 기소·수배 취소…수치 고문은 제외된 듯

(하노이=연합뉴스) 박진형 특파원 = 최근 총선을 마치고 '민간 정부' 출범을 준비 중인 미얀마 군사정권이 민주 진영 인사 등 정치범 7천여명을 석방하는 등 대규모 사면 조치를 단행했다.
3일(현지시간) 미얀마 국영 MRTV 등에 따르면 전날 군사정권 수장인 민 아웅 흘라잉 최고사령관은 테러방지법 위반으로 유죄 판결을 받아 수감 중인 7천337명을 포함한 수감자 1만162명을 석방한다고 밝혔다.
또 같은 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거나 수배된 1만2천487명과 외국인 10명에 대해서도 기소나 수배를 취소하고 사건을 종결시켰다.
다만 테러방지법 위반 외 죄명으로 갇혀 있다 풀려난 수감자 2천800여명의 죄명 등은 공개되지 않았다.
군사정권 측은 성명을 내고 "국민의 정신적 평안함과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이 같은 조치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인권단체 등에 따르면 전날 풀려난 사람 중에는 민주화 지도자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이 이끈 전 정부와 민주주의민족동맹(NLD) 출신 수감자들이 포함됐다.
또 미얀마 최대 도시 양곤의 대학 학생회 회원들과 2023년 13년 형을 선고받은 사진기자 등도 석방됐다.
2022년 테러방지법으로 7년 형을 선고받고 복역하던 틴자르 아웅(30)은 전날 양곤의 악명 높은 인세인 교도소에서 풀려난 뒤 AP 통신에 "정말 기쁘다. 아직 교도소에 있는 모든 이가 석방되기를 기도한다"고 밝혔다.
다만 2021년 군사쿠데타 이후 외부와 단절된 채 수감 생활 중인 수치 고문이 풀려날 기미는 아직 없다고 AP 통신은 전했다.
미얀마 인권단체 정치범지원협회에 따르면 미얀마에는 지난달 말 현재 총 2만2천800여명의 정치범이 갇혀 있다.
군사정권은 집권 이후 테러방지법을 내세워 민주 진영 인사 등 반대 세력을 처벌, 탄압해왔다.
이번 조치는 군사정권이 명목상 민간 정부로 권력 이양을 앞두고 이미지를 개선하기 위해 내린 것으로 전문가들은 본다.
지난해 12월∼지난 1월 열린 미얀마 총선에서는 군사정권의 지원을 받는 통합단결발전당(USDP)이 상·하원 전체 의석의 86%를 사실상 장악했다.
이에 따라 미얀마는 약 2주 뒤 새 의회를 열고 내달 초 신임 대통령을 선출, 민간 정부를 출범시킬 방침이다.
하지만 국제사회에서는 NLD 등 주요 야당의 출마가 배제된 채 열린 지난 총선을 대체로 군사정권 연장을 위한 요식행위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jh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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