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원유 수입의존도 中 44%·日 96%…호르무즈 통과 원유 80% 아시아로
장기화 시 원유 급등·에너지 안보 '흔들'…물류 전반 영향 가능성도

(베이징·도쿄=연합뉴스) 한종구 박상현 특파원 =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가 호르무즈 해협 봉쇄에 나서면서 원유 수급을 중동에 의존해 온 중국과 일본은 경제·물류에 큰 타격을 받게 됐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원유 해상 수송량의 약 20%를 차지하는 에너지 요충지로, 이 해협을 통과한 원유의 80%는 중국, 일본 등 아시아로 향한다고 요미우리신문이 2일 전했다.
따라서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장기화할 경우 동아시아 전체가 에너지 안보 문제에 직면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과 일본은 중동 정세를 주의 깊게 지켜보면서 대응책 마련에 고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 이란 원유 수출량 80%, 中으로…美·이스라엘 비판하며 우려 표명
세계 최대 원유 수입국인 중국은 이번 사태가 자국 경제에 미칠 파장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
중국은 러시아와 함께 이란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 온 국가로 꼽힌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직후인 지난달 28일(현지시간) 중국과 러시아를 비롯한 바레인, 프랑스, 콜롬비아 등 5개국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긴급회의 소집을 요청한 것도 이런 배경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과 이란은 2016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테헤란 방문을 계기로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를 수립한 이후 외교·경제 협력을 확대해 왔다.
이란은 2019년 중국이 추진하는 일대일로(一帶一路)에 참여했고, 2023년에는 중국의 지지 속에 상하이협력기구(SCO)에 가입했다. 이어 브릭스(BRICS)에도 합류했다.
양국 협력은 서방 중심 국제질서에 대응해 다자 협력 틀을 넓히려는 중국의 구상과 맞닿아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에너지 측면에서 중국은 이란산 원유의 최대 구매국으로 알려졌다.
에너지 분석업체 케이플러의 분석에 따르면 중국은 지난해 이란 원유 수출량의 80% 이상을 구매했다.
중국은 이란산 원유를 하루 평균 138만 배럴 구매했는데 이는 중국이 해상으로 수입한 총원유량 1천27만 배럴의 약 13.4%에 해당한다.
문제는 지정학적 충격이 중동 전반으로 확산할 경우다.
중국 세관 통계에 따르면 2024년 중국은 소비한 석유의 약 75%를 수입에 의존했으며 이 가운데 약 44%가 중동산이었다. 중국 원유 수입량의 약 3분의 1은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전했다.
다만 중국은 2025년 전략 비축유를 확대하고 원유 수입량을 4.9% 늘리는 등 일정 부분 완충 장치를 마련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호르무즈 해협이 오랫동안 봉쇄돼 해상 운송에 차질이 빚어질 경우 원유 공급 불안과 가격 급등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관측된다.
왕이 중국 공산당 중앙외사위원회 판공실 주임(외교부장 겸임)은 전날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과 통화에서 미국과 이스라엘을 비판하며 "전선이 페르시아만 일대로 확산하며 중동 정세가 위험한 국면으로 치닫고 있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 日해운사, 호르무즈 운항 이미 중단…"GDP 최대 3% 하락" 관측도
일본은 과거 이란에서 많은 원유를 수입했으나, 점차 비중을 줄여 왔다.
하지만 2024년 원유 수입 통계를 보면 일본은 원유 95.9%를 중동에 의존하고 있다. 수입 점유율은 아랍에미리트(UAE) 43.6%, 사우디아라비아 40.1%, 쿠웨이트 6.4%, 카타르 4.1% 등이다.
일본의 3대 해운사인 닛폰유센(NYK), 상선미쓰이, 가와사키기선은 자사 선박의 호르무즈 해협 운항을 이미 중단했다. 상선미쓰이 측은 이란 당국으로부터 "어떤 선박도 통항을 금지한다"는 연락이 있었다고 전했다.
이들 해운사는 페르시아만 내에 있는 선박을 상대로 안전한 해역으로 대피할 것을 지시했다.
일본은 작년 12월 기준으로 정부와 민간을 합쳐 소비량의 254일분에 해당하는 원유를 비축해 둔 상태였다. 액화천연가스(LNG)는 3주 소비량을 비축한 것으로 알려졌다.
마이니치신문은 호르무즈 해협 봉쇄와 관련해 "육로를 포함한 대체 경로는 제한적이어서 원유 공급에 심각한 지장이 생기고 가격 급등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해설했다.
NHK에 따르면 민간 싱크탱크인 일본종합연구소(JRI)의 도가노 유키 연구원은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될 경우 최근 배럴당 67달러 수준이었던 원유 가격이 120달러 수준까지 급등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최악의 경우 원유 수입을 중동에 의존하는 일본 국내총생산(GDP)을 약 3% 내릴 수 있다"고 추정했다.
노무라종합연구소의 기우치 다카히데 연구원은 원유 가격이 배럴당 140달러까지 급등하면 일본 GDP는 0.65% 줄어들고 물가는 1.14%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는 원유뿐만 아니라 일본 교역 전반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있다. 일본 해운사들은 이 해협을 통해 LNG와 자동차 등을 운반하는 선박도 운항해 왔다고 요미우리가 전했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는 이날 중의원(하원) 예산위원회에서 원유 수급과 관련해 "안정적 공급 확보에 만전을 기하고 국민 생활과 경제 활동에 미칠 영향을 최소한으로 억제하기 위해 필요한 대응을 강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NHK는 "엔화 약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국제 원유 가격이 급상승하면 휘발유 가격을 비롯한 여러 상품 가격이 오를 수 있고 주가 등 금융시장 불안정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고 전했다.
psh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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