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연구팀 "멘톨, 냉각 감지 단백질에 결합해 추위와 같은 효과 유발"
(서울=연합뉴스) 이주영 기자 = 박하사탕을 먹을 때 시원함이 느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민트의 멘톨 성분이 추위를 감지하는 '냉각 감지 경로'를 자극, 단백질 구조 변화를 일으켜 차가운 느낌이 뇌로 전달되는 과정이 밝혀졌다.

미국 듀크대 이석용 교수와 이혁준 박사팀은 21~25일 메릴랜드주 베세즈다에서 열리는 미국 생물물리학회(Biophysical Society) 제70차 학술대회에서 실제 추위와 멘톨에 의한 '차가움'이 분자 수준에서 감지되는 과정을 규명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체내 냉각 감지기(cold sensor)가 멘톨에 의해 작동하는 모습을 처음으로 분자 수준 이미지로 촬영했다며 이 연구 결과는 통증, 편두통, 안구건조증 등 치료에 시사점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TRPM8'이라는 단백질 통로에 주목했다.
이혁준 박사는 "TRPM8은 체내 초미세 온도계로 '차가움'을 느끼게 하는 대표적인 온도 감지 단백질"이라며 "이런 현상이 일어난다는 사실은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구체적으로 어떻게 작용하는지는 밝혀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TRPM8(Transient Receptor Potential Melastatin 8) 단백질은 피부, 구강, 눈을 담당하는 감각 신경세포의 세포막에 있는 이온 통로 중 하나다.
TRPM8은 8~28℃의 차가운 자극에 반응해 열리면서 나트륨(Na?)이나 칼슘(Ca²?) 같은 이온이 세포 안으로 들어오게 하고, 그 결과 차가운 느낌을 뇌로 전달하는 신경 신호가 유발된다.
연구팀은 TRPM8이 차가움을 감지하고 멘톨도 이 단백질에 작용한다는 것은 알려져 있었으나 차가운 자극이 분자 구조 수준에서 이 통로를 어떻게 활성화하는지는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극저온 전자현미경(cryo-electron microscopy)을 이용해 급속 냉동한 단백질을 전자빔으로 촬영, TRPM8이 추위나 멘톨에 의해 닫힌 상태에서 열린 상태로 전환되는 과정의 구조적 변화를 포착하는 데 성공했다.
그 결과 차가운 온도와 멘톨은 TRPM8 단백질이라는 동일한 이온 통로를 통해 차가움 정보를 뇌로 전달하지만, 닫힌 상태에서 열린 상태로 바뀔 때 구조 변화 과정은 서로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차가운 온도는 주로 이온이 실제로 통과하는 '공극'(pore) 영역에서 구조 변화를 일으키지만, 멘톨은 단백질의 다른 부위에 결합해 형태 변화를 일으키고 이 변화가 공극까지 전달되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준혁 박사는 "멘톨은 냉각 감지 통로의 특정 부위에 결합해 마치 차가운 온도 자극이 가해졌을 때처럼 통로가 열리게 한다. 몸은 실제로 얼음을 만졌을 때와 같은 신호를 받게 된다"며 "멘톨은 일종의 속임수와 같다"고 말했다.
이어 "차가운 자극과 멘톨이 함께 작용하면 시너지로 반응이 더 강해진다"며 "두 자극을 조합할 경우 이온 통로가 완전히 열리는 상태가 포착됐는데, 이는 차가운 자극만으로는 달성되지 않았던 현상"이라고 덧붙였다.
연구팀은 TRPM8 기능에 이상이 생기면 만성 통증, 편두통, 안구건조증, 일부 암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고돼 있다며 이 발견은 의학적 의미도 있다고 말했다.
멘톨 유사체로 TRPM8을 활성화하는 약물인 아콜트레몬(Acoltremon)은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아 안구건조증 치료용 점안제로 사용되고 있다.
이 박사는 "이전까지는 차가운 자극이 구조적 수준에서 TRPM8 이온 통로를 어떻게 활성화하는지 명확하지 않았다"며 "이 연구는 차가운 자극이 공극 영역에서 특정 구조 변화를 유발한다는 것을 확인한 것으로, 이 경로를 표적으로 하는 새로운 치료법 개발에 토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 출처 : 70th Biophysical Society Annual Meeting, Hyuk-Joon Lee et al., https://www.biophysics.org/news-room?ArtMID=802&ArticleID=18206&preview=tr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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