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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전 4년] 전쟁으로 촉발된 대서양 동맹 균열…유럽 안보 자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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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전 4년] 전쟁으로 촉발된 대서양 동맹 균열…유럽 안보 자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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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크라전 4년] 전쟁으로 촉발된 대서양 동맹 균열…유럽 안보 자강
    우크라전으로 확인된 유럽 실존 위협…미 안전보장 확신 사라져
    유럽 핵억지력·10만 상설군 논의…각국 방위비·병력 확대 박차
    회의론·각국 분열 걸림돌…"전략 재정비부터 방산투자까지 할일 많아"


    (런던=연합뉴스) 김지연 특파원 = "유럽·미국 관계는 마치 이혼은 안 하지만 각방을 쓰는 늙은 부부와도 같다."
    폴리티코 유럽판은 지난 13일(현지시간) 독일에서 열린 뮌헨안보회의에 모인 미국과 유럽 정상들의 분위기를 이렇게 빗댔다.
    지난해 뮌헨에서 JD 밴스 미 부통령이 유럽을 호되게 꾸짖은 것과 같은 일은 없었고 양쪽 모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 대한 헌신을 언급했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캐나다·그린란드 편입 위협, 아프가니스탄에서 함께 싸운 동맹국들에 대한 폄하 발언의 상흔은 그대로 남은 모습이었다는 것이다.
    대서양 동맹이 냉전기(1.0)와 소련 붕괴 후 탈냉전기(2.0)를 지나 미국과 유럽이 각방 쓰기에 들어간 '3.0' 시대의 시작점에는 2022년 2월 러시아의 전면 침공에 따른 우크라이나 전쟁이 있다.
    유럽은 러시아로부터 실존에 위협을 받게 됐지만, 미국이 앞서 그랬듯이 함께 서구 민주주의 가치를 수호하며 유럽의 안보를 보장해 줄 것이라는 확신은 사실상 사라진 상태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직후 백악관을 찾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에게 갖은 면박을 줬고 반년 뒤 알래스카에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맞이했다. 평화를 중재한다면서 우크라이나에 영토 포기를 포함한 불리한 협상안을 던져 유럽을 식겁하게 했고 협상이 공전할 때마다 러시아보다는 우크라이나를 탓하는 모습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유럽을 위해 희생하지 않겠다며 방위비 증액 등 자력 안보를 직접 요구하기도 했지만, 유럽 역시 트럼프 행정부 이후에도 1.0, 2.0 시대의 미국이 돌아오지는 않을 것이라는 현실을 받아들인 모양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은 이번 뮌헨안보회의에서 "유럽의 상호방위 조항을 되살릴 때가 왔다"며 나토 집단방위 5조와 비슷한 EU 조약 42조 7항을 거론했다.

    EU 국방 수장인 안드리우스 쿠빌리우스 방위·우주 담당 집행위원은 뮌헨을 비롯한 여러 행사에서 유럽 주둔 미군 철수에 대비해 유럽이 10만명 규모의 신속대응군을 창설해야 한다고 거듭 주창했다.
    울프 크리스테르손 스웨덴 총리도 언론 인터뷰에서 "유럽판 나토를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유럽 주요국은 방위비 증액, 군복무제 확대 등 자력 안보를 위한 재무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나토는 지난해 6월 정상회의에서 국방비 지출을 2035년까지 국내총생산(GDP)의 5%로 늘리겠다고 약속했다. 이는 사실상 미국이 아닌 유럽 회원국들의 목표다.
    방위 산업에서 '바이 유러피안'(Buy European)을 가동해 유럽 자체 생산과 조달에 박차를 가하기로 하고 무기 공동구매 프로그램을 지난해 5월 시작했다.
    크로아티아는 지난해 18년 만에 징병제를 재도입하기로 했다. 중립국 오스트리아는 군 복무 기간을 6개월에서 8개월로 늘리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독일은 자원 입대자 부족 시 법률 개정을 거쳐 징병제로 전환하기로 했다.
    프랑스는 올해부터 18∼25세 청년을 대상으로 자발적 군복무 제도를 시행하기로 하고 올해 총 3천명을 선발한다. 영국은 군 임금을 20년 만에 최대 폭으로 인상하고 대학 진학을 미루는 청년들의 군 경험을 유도하는 갭 이어(Gap year)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 위협에 나토가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다는 것을 그린란드 편입의 이유로 세우자 나토의 북극 경비 임무 개시, 북극권 국가에 주둔시키는 유럽 병력 확대, 합동 훈련 등 유럽 힘을 동원한 북극 안보 증강에도 착수했다.

    미국의 핵우산이 약화하는 만큼 유럽 각국이 협력해 유럽 자체 핵억지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유럽의 핵보유국인 영국과 프랑스는 지난해 7월 양국의 핵무기 사용을 조율하는 내용의 협정을 체결해 핵전력과 관련해 처음으로 구속력 있는 합의를 이뤘다. 나아가 유럽 다른 국가로 핵 억지력 협력을 확대하는 방안을 따져보고 있다.
    유럽이 미국 의존도를 낮춰 자력 안보를 강화해야 한다는 방향 자체에는 이견이 없지만, 유럽의 고질적인 문제인 '분열'이 방위에도 걸림돌이 되고 있다. 미국 없는 유럽의 안보 자립이 가능하겠냐는 회의적 시각부터 적지 않고, 어떤 전략으로 얼마만큼 시행할지를 놓고는 의견 충돌은 비일비재하다.
    지난달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은 유럽의회에서 유럽이 미국 없이 자력으로 방어할 수 있다는 생각은 꿈속에 사는 것이라며 냉소했다. 그는 유럽이 자체 핵역량을 구축하려면 수십억 유로(수조원)가 들고 국방비로 국내총생산(GDP)의 10%가 필요하다면서, 유럽 자유의 '최종 보증인'인 미국의 핵우산을 잃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장 노엘 바로 프랑스 외무장관은 바로 "유럽인들은 안보를 스스로 책임질 수 있다"고 반박했고 샤를 미셸 전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이같은 '아첨 외교'는 통하지 않을 것이라고 직격했다.
    유럽 차원의 핵 억지력 논의에 대해서도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가 여전히 핵확산에 반대한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현실적으로 자력 방위가 얼마나 가능할지에도 의구심이 계속 제기된다. 나토 유럽 회원국들이 방위비 증액도 GDP의 5%라는 목표에 일단 합의는 했지만, 많은 국가가 재정적자에 시달리는 만큼 각국의 경제적 여건이 따라주지 않는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미국 무기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겠다는 의지도 실천이 쉽지 않다. 아일린 마틀레 독일외교협의회(DGAP) 안보방위센터 선임연구원은 DW에 "단기간에 미국에 대한 의존도를 바꿀 방법은 없다"며 "예를 들어 많은 유럽 국가가 F35 전투기 구매 결정을 했는데, 그러면 최소 10년은 그 시스템에 묶여 미국에 부품 공급을 의존해야 한다는 뜻"이라고 지적했다.

    현실적 난관은 분명하지만, 비관적 시각만 있는 것은 아니다.
    라잔 메논 뉴욕시립대 콜린파월공공글로벌리더십학교 명예교수는 뉴욕타임스(NYT) 기고에서 "1950년대 유럽 통합이 시작됐을 때만 해도 오늘날 같은 연합은 상상 불가였다. 유럽의 역사는 미래 가능성을 보여준다"며 "유럽 지도자들에겐 (자력 안보 외에)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 중심 안보전략의 재고, 군 인프라 개선, 방산 중복생산 지양 및 업무 분담이 필요하다"며 "기동 장갑부대, 공군력, 통합 방공망, 드론, 지휘통제 체계에 대한 투자 등 할 일이 많다"고 주문했다.
    cheror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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