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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가루 담합 또 심판대로…올렸다 찔끔 내리면 가격 재결정 명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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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가루 담합 또 심판대로…올렸다 찔끔 내리면 가격 재결정 명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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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밀가루 담합 또 심판대로…올렸다 찔끔 내리면 가격 재결정 명령
    20년 만에 재발동 가능성·법원도 필요성 인정…공정위, 곧 전원회의 상정
    공정위 관계자 "가능한 수단 총동원…피해 더 빨리 회복하자는 취지"
    CJ·삼양사[145990]는 설탕 이어 밀가루까지…고질적 담합 의혹 엄중 심판




    (세종=연합뉴스) 이세원 기자 = 밀가루 담합 의혹을 겨냥한 공정거래위원회 조사가 막바지로 접어든 가운데 제분 업체에 20년 만에 가격 재결정 명령이 내려질지 주목된다.
    제분업계는 밀약을 반복해 누차 제재받았지만, 여전히 악습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공정위는 담합 효과가 완전히 해소됐는지 면밀하게 판단해 피해를 신속하게 회복하도록 가격 재결정 명령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 밀가루 담합 조사 마무리 수순…20년 전에는 가격 재결정 명령
    공정위는 CJ제일제당[097950]과 대한제분[001130]을 비롯한 국내 7개 제분사(이하 제분 7사)가 밀가루 가격 등을 밀약해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을 위반했다는 혐의를 조사 중이다. 작년 10월 중순 조사에 착수한 뒤 4개월째 사건을 들여다보고 있다.

    공정위 심사관은 제분사들의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를 구체적으로 기술하고 이에 상응하는 제재 의견을 담은 심사보고서를 머지않아 전원회의에 상정하며 각 제분사에도 보낼 계획이다.
    주병기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은 "조만간 조사가 완료될 것"이라며 "2월 중에 (전원회의 상정이) 이뤄질 것"이라고 최근 브리핑에서 밝혔다. 밀가루 담합 의혹에 관한 공정위 차원의 판단은 전원회의에서 내려진다.
    앞서 마무리된 검찰 수사를 통해 밀가루 담합 의혹의 윤곽을 확인할 수 있다.
    검찰은 2020년 1월∼2025년 10월까지 약 5년에 걸쳐 제분 7사가 밀가루 가격 변동 여부, 변동 폭·시기 등을 합의했다고 결론을 짓고 6개 법인과 임직원 14명을 재판에 넘겼다. 담합 규모는 5조9천913억원으로 추산했다.
    만약 공정위도 제분 7사들이 담합했다고 판단하면 부당 이익을 환수하고 불법 행위를 제재한다는 차원에서 과징금과 더불어 시정조치를 부과할 것으로 예상된다.
    시정조치에 가격 재결정 명령이 포함될 가능성이 주목된다. 심사관이 사건을 전원회의에 상정하며 조치 의견으로 이런 명령을 요청할 수도 있고 그와 별개로 전원회의가 직권으로 판단할 수도 있다.
    공정위의 한 관계자는 "담합 사건에서는 원칙적으로 (가격 재결정 명령을) 다 검토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제분업체들은 2006년 담합 행위가 적발돼 공정위로부터 과징금과 더불어 가격 재결정 명령을 받은 적이 있다. 60일 이내에 각 사가 밀가루 판매 가격을 다시 결정하고 그 근거와 결과를 보고하라는 것이 당시 명령의 요지였다.
    가격 재결정 명령을 내릴 경우 공정위는 시한을 정할 수 있다. 일정 기간 지난 후 다시 부당하게 올리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주기적으로 가격을 보고하게 해 감시를 강화하는 방법도 있다.
    20년 전 밀가루 담합 제재 때 공정위는 8개 업체에 과징금 435억원과 시정 명령을 부과했다.
    당시 공정위는 밀가루 가격 생산자 물가 인상률이 6년간 약 40%에 달해 공산품 평균(약 10%)을 크게 웃돌았다며 담합 관련 매출액이 4조1천522억원 정도라고 추산했다.
    일부 제분사가 공정위 처분에 불복해 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서울고법은 "가격 재결정 및 보고 명령은 합의(담합)에 참가한 당사자들이 여전히 합의된 가격을 유지하는 경우를 대비한 것"이라며 "법의 취지에 비춰볼 때 적절하다"고 공정위의 손을 들어줬다.
    과징금액에 이의를 제기한 업체도 있었지만, 대법원의 파기환송을 거쳐 공정위 처분이 결국 합당했다는 판결이 확정됐다.


    ◇ 폭리 취하고 '찔끔' 인하하면 재결정 명령 면제 못 받는다
    공정위가 20년간 잠들어 있던 가격 재결정 명령에 주목하는 것은 담합이 그만큼 심각하고 뿌리 깊다는 문제의식 때문으로 보인다.
    공정위의 다른 관계자는 "문제가 된 행위가 적발된 이후에도 별다른 변화 없이 가격을 유지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며 "할 수 있는 수단을 총동원 해 보자는 취지"라고 말했다.
    담합 논란이 불거지면 기업은 대외적으로는 바짝 몸을 낮추지만 정작 심판정으로 자리를 옮기면 경쟁자 간 비밀 합의 자체를 부인하거나, 개별 행위는 인정하되 위법성이 없다는 주장을 펼치기도 한다.
    과징금 액수가 크게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법리 다툼에서는 양보가 없다.

    그렇지만 가격 인상이 자율적이고 정당하다는 주장은 오히려 재결정 명령을 부를 수도 있다. 불법 행위를 인정하지 않고 시정할 의지도 낮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담합 기업이 먼저 가격을 낮춰 가격 재결정 명령을 피하는 경우도 있다.
    실제로 공정위는 설탕 가격을 밀약한 것으로 드러난 CJ제일제당·삼양사·대한제당 등 제당 3사에 최근 과징금과 시정명령을 부과했으나 가격 재결정 명령을 내리지는 않았다.
    공정위 조사가 개시 후 세 차례에 걸쳐 가격을 인하한 점이 참작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격을 낮췄다고 모두 가격 재결정 명령 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은 아니다.
    공정위의 또 다른 관계자는 담합 기업이 보여주기식으로 가격을 미세하게 낮추는 경우 가격 재결정 명령을 내릴 수도 있다고 밝혔다.
    그는 "공정위는 법 위반 행위에 맞서 원상회복 조치를 명령할 수 있다"며 "가격 재결정 명령을 통해서 기업들이 스스로 가격을 내리도록 유도하는 것이 소비자 등의 피해를 더 빨리 회복하는 방법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최근 담합 의혹이 불거진 제분사 중 일부는 밀가루 가격을 4∼6% 정도 인하한다고 발표했다.
    공정위는 제분 7사가 심판대에 오르면 담합 여부와 담합 관련 매출액 규모 외에도 최근 이뤄진 가격 인하가 피해 복구를 위해 충분한 조치인지도 함께 심의할 전망이다.
    국가데이터처(옛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 자료를 토대로 계산해보면 밀가루 생산자물가지수는 공정위 조사 착수 직전인 작년 9월 121.43이었다. 검찰 발표를 기준으로 담합 시작 전인 2019년 9월(100.00)보다 21.4% 높은 수준이다.
    작년 9월 밀가루 소비자물가지수는 136.12로 6년 전(100.159)보다 35.9% 높았다.

    ◇ 반복된 악습 엄중 심판 불가피…CJ·삼양사 설탕 이어 밀가루도 담합
    밀가루는 설탕·시멘트와 더불어 과거에 부당 이득이 횡행한 산업으로 꼽혔다.
    1963년에는 이들 산업에서 소수 기업이 막대한 이득을 취한 이른바 삼분(三粉) 폭리 사건이 벌어져 공정거래법 제정 논의를 촉발하기도 했다.
    제분업계는 2006년 이전에도 담합으로 제재받은 이력이 있다.
    1985년 공정위는 12개 제분업자로 구성된 한국제분공업협회가 밀가루 가격 공동 인상에 합의했다며 시정조치를 명령했다. 1955년 창립해 담합의 구심점이 됐다는 오명을 쓴 이 단체는 2010년 한국제분협회로 이름을 바꿔 현재도 활동 중이다. 반복된 담합은 과점 체제를 유지하고 있는 제분업계에 자정 능력이 있는지에 대한 의문으로 이어진다.
    검찰은 2006년 밀가루 담합 사건으로 적발된 인물이 제재받지 않고 계속 근무해 대표이사에까지 올랐으며 최근 적발한 담합에도 가담했다고 발표했다.
    제분 7사 중 CJ제일제당과 삼양사는 설탕 담합을 되풀이해 최근 공정위의 제재 결정이 내려진 점이 눈에 띈다.

    공정위로서는 제분사들의 은밀한 관행을 어느 때보다 엄중하게 심판해야 하는 상황이다.
    공정위는 밀가루 외에도 전분당 담합 의혹 등도 조사 중이라서 향후에 다양한 사건에서 가격 재결정 명령을 내릴지 주목된다.
    sewonle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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