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가 너무 많이 낸다"며 파트타임 규제 추진하자 근로자들 반발

(서울=연합뉴스) 이도연 기자 =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가 더 열심히 일해야 한다고 국민을 질책하자 독일인들이 반발하고 있다.
12일(현지시간) 폴리티코 유럽판에 따르면 메르츠 총리는 최근 수 주간 독일인들이 충분하게 일하지 않고, 병가를 많이 내고 있다고 질타하는 발언을 잇달아서 했다.
그러자 독일인들이 강하게 비판했고, 이에 일부 주의회·지방 선거를 앞두고 메르츠 총리의 정치적 부담이 커지고 있다고 폴리티코는 전했다.
메르츠 총리는 지난달 14일 독일 동부에서 열린 상공회의소 주최 행사 연설에서 "우리 경제의 전반적 생산성이 충분히 높지 않다"며 '파트타임' 근무를 문제로 지적했다.
그는 "더 직설적으로 말하면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과 주4일 근무는 우리나라의 현재 번영 수준을 유지하기에 충분하지 않다"며 "그래서 우리는 더 열심히 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같은 달 16일에는 독일 바덴뷔르템베르크주(州)에서는 독일 근로자들이 연간 평균 약 3주간의 병가를 사용해 유럽연합(EU) 평균보다 많다고 지적했다.
메르츠 총리는 "정말 옳은 일인가? 정말 필요한 것인가?"라고 물은 뒤 "사람들이 아플 때 병가를 내도록 하기보다는 더 나은 인센티브를 어떻게 만들지 논의해볼 수 있지 않나"라고 말했다.
지난 17일에는 서부제빵협회 행사에 참석해 "우리 부모들도 2차 세계대전 이후 독일을 재건할 때 불평하지 않았다. 그들이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 주 4일 근무를 얘기했느냐"고 질타하기도 했다.
독일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24년 기준 독일인의 근로 시간은 주당 평균 34.3시간으로 EU 국가 중 세 번째로 적었고, EU 평균(40.3시간)에 미치지 못했다.

이는 독일 근로자 중 파트타임 고용을 선택하는 비율이 크게 상승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에 메르츠 총리와 그가 소속된 중도보수 기독민주당(CDU)은 육아·돌봄 등 '불가피한' 이유 없이 개인 시간을 늘릴 목적으로 적게 일하는 일명 '라이프스타일 파트타임' 규제를 추진해왔다.
그러자 독일인들은 크게 반발하고 있다. 소셜미디어(SNS)에서는 메르츠 총리의 파트타임과 병가 관련 발언이 밈으로 만들어져 조롱이 이어졌다.
파트타임 근로자라는 라인란트팔츠주 거주 여성은 독일 공영방송에 자신이 아들과 어머니를 돌보고 있다며 "이것은 내가 선택한 생활 방식(라이프스타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메르츠 총리의 연이은 근로자 질타 발언은 무엇보다 오는 3월 지방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그에게는 정치적 타격이 될 수 있다고 폴리티코는 짚었다.
지난 5일 독일 ARD방송이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독일인의 3분의 2가 CDU가 추진한 파트타임 근로 규제안에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독일인의 31%만이 메르츠와 CDU의 경제 정책이 경제를 개선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나, 작년 같은 조사의 응답 비율보다 6%P 하락했다.
이에 이달 초 CDU는 이번 달 말 전당대회에서 논의될 근로 시간 확대 안건에서 '라이프스타일 파트타임'이라는 말을 삭제했다고 폴리티코는 전했다.
dy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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