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코틀랜드 당대표, 사임 요구…스타머, 퇴진 거듭 거부
총리 도전에 의원 81명 필요…잠재적 경쟁자들 일단 스타머 지지

(런던=연합뉴스) 김지연 특파원 = 미국 억만장자 성범죄자 제프리 엡스타인 문건 공개의 여파로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에 대한 퇴진 압박이 이어지고 있다. 9일(현지시간) 스타머 총리는 사퇴를 거부했으며 집권 노동당 내 주요 인사들은 총리에 대한 지지를 표명했다.
아나스 사와 스코틀랜드 노동당 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스타머 총리의 퇴진을 요구했다. 사와 대표는 그동안 스타머 총리의 측근으로 여겨져 왔으나 이제까지 스타머 총리에게 퇴진을 요구한 노동당 내 최고위 인사가 됐다.
사와 대표는 "정부가 잘못된 결정을 내린 일이 너무 많았고 실수가 너무 많았다"며 "이것이 중대한 정부의 업무로부터, 3개월 내로 스코틀랜드 국민이 내려야 할 중요한 결정으로부터 집중력을 분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오는 5월 스코틀랜드 의회를 구성하기 위한 총선을 앞두고 스타머 총리와 거리를 두려는 행보다. 웨일스에서도 총선이, 잉글랜드에서는 지방선거가 치러진다. 이들 선거에서 모두 노동당의 참패가 예상된다.
당내 반란 세력은 '역대급'으로 인기가 낮은 스타머 총리를 당 지지율 하락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한다. 스타머 총리가 중견 정치인 피터 맨덜슨이 엡스타인과 지속적인 친분을 유지한 것을 알면서도 그를 주미 대사에 임명했다는 문제가 불거지자 국정운영 판단력 부족이 입증됐다며 사임하라는 압박이 거세졌다.

스타머 총리는 사퇴할 뜻이 없음을 거듭 밝히며 진화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먼저 총리실 핵심 참모를 잇달아 내줬다. 지난 8일 '오른팔' 모건 맥스위니 비서실장에 이어 이날 팀 앨런 총리실 공보국장도 새로운 팀에게 총리실 홍보를 책임질 길을 열어줘야 한다며 사임했다.
스타머 총리는 이날 오전 다우닝가 10번지 총리실에서 참모 및 직원들 앞에서 "우리는 정치가 선한 힘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증명해야 한다"며 "나는 그럴 수 있다고 믿는다. 우리는 여기서 나아간다. 나라를 바꾸는 데 자신감을 가지고 나아간다"고 말했다.
이후 총리실 대변인은 기자들에게 "총리는 분명히 영국 국민으로부터 개혁을 이행할 5년의 권한을 받았으며 바로 그 일을 할 것"이라고 총리 사퇴 생각이 없음을 재확인했다.
노동당이 2024년 7월 총선에서 압승해 집권했고 조기 총선을 발표할 권한은 총리에게 있으므로 스타머 총리의 의중대로라면 다음 총선은 2029년 8월 중순까지만 치러지면 된다.
스타머 총리로선 자리를 지키려면 노동당 의원들이 당 대표 교체를 시도하지 않도록 다독여야 한다. 노동당 규정에 따르면 당 소속 하원의원 20% 이상의 지지를 확보해야 당 대표에 도전할 수 있다. 현재 노동당 하원의원이 404명이므로 81명의 지지가 필요하다.
당 대표 불신임 투표부터 할 수 있는 보수당과 달리 노동당은 특정 도전자를 중심으로 결집해야 현 대표에게 도전할 수 있어 당 대표 교체가 더 어렵다. 보수당 정부에서는 2016년 이후 8년간 총 5명의 총리가 있었지만, 노동당 정부는 당내 경선으로 현직 총리가 교체된 적이 없다.
스타머 내각 주요 인사, 특히 도전 가능성이 있는 경쟁자로 거론돼온 인사들이 총리 지원 사격에 나선 것도 스타머 총리에게는 한숨 돌릴 만한 부분이다.
데이비드 래미 부총리는 엑스(X·옛 트위터)에 "영국을 바꾸려는 우리의 사명으로부터 집중력이 흩어지도록 해선 안 된다"고 썼다. 레이철 리브스 재무장관, 이베트 쿠퍼 외무장관, 존 힐리 국방장관도 스타머 총리 지지를 표시했다.

앤절라 레이너 전 부총리도 엑스에 "결집하고 우리의 가치를 잊지 말자. 총리가 끝까지 우리를 이끄는 걸 나는 전폭적으로 지지한다"고 썼다. 웨스 스트리팅 보건복지장관은 "키어가 사임할 필요가 없다. 정부에 힘든 한주였지만, 키어에게 기회를 주자"고 말했다고 스카이뉴스는 전했다. 샤바나 마무드 법무장관도 총리에게 5년의 권한이 있다고 엑스에 썼다. 이들 셋 모두 스타머 총리에 도전할 수 있는 잠재적 경쟁자로 꼽혀 왔다.
스타머 총리는 이날 저녁 노동당 하원의원 총회에 참석해 결속을 호소할 예정이다.
금융시장은 정치 뉴스를 따라 출렁였다.
영국 10년물 국채 금리는 전장 대비 0.08%포인트까지 올랐다가 각료들의 지지 소식에 0.02%로 상승폭을 줄였다. 채권 금리는 가격과 반대로 움직인다. 파운드화 가치도 유로화 대비 0.7%까지 하락했다가 낙폭을 0.3%로 줄였다.
cheror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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