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구정 3·4·5구역, 성수 1·4지구 등 "지방선거 전 시공사 선정" 목표
대형 건설사 각축전에도 과열 조짐은 안 보여…'초고가' 압구정은 급매물 증가
양도세·보유세 인상 전망에 지방선거 변수까지…"정비사업 불확실성 커지나"
(서울=연합뉴스) 서미숙 기자 = 서울시내 대표 정비사업지인 '압여목성'(압구정·여의도·목·성수동) 지역의 시공사 선정이 이달부터 다시 본격화한다.
이들 지역은 '한강벨트', '지역 대표 주거지' 등의 입지적 강점까지 더해져 시공능력평가 상위 10위 이내 대형 건설사들이 잇달아 수주 결의를 다지는 곳이다.
그러나 시공사 선정을 앞두고 시장의 분위기는 종전 용산 한남뉴타운 등 다른 정비사업 구역 때처럼 크게 달아오르지는 않는 모습이다.
최근 부동산 세금에 대한 이재명 대통령의 강도높은 경고성 발언들에 이어 6월 3일 지방선거 이후 보유세 등 세제는 물론, 정비사업 환경도 달라지는 게 아니냐는 불확실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 압구정·성수 "선거 전 시공사 선정하자"…목동도 6단지 '첫발'
서울 강남을 대표하는 압구정 재건축 지구에는 지난해 2구역이 가장 먼저 현대건설을 시공사로 선정한 데 이어 현재 3, 4, 5구역이 사업의 고삐를 죄고 있다.
이들 3개 구역은 이달 중 일제히 시공사 선정 입찰 공고를 내고, 6월 지방선거 전인 5월 말까지 시공사 선정을 마치는 것이 목표다.
가장 먼저 지난 4일 압구정 4구역이 먼저 입찰 공고로 포문을 열었다.
현대 8차와 한양 3·4·6차를 재건축하는 이곳은 총공사비 2조1천154억원(3.3㎡당 1천250만원)을 들여 아파트 1천722가구를 짓는다. 삼성물산과 DL이앤씨, GS건설 등이 입찰 참여를 검토 중이다.
압구정 2구역에 이어 3구역 수주를 준비 중인 현대건설은 4구역도 참여 여부를 저울질하고 있다.
내달 말까지 입찰 제안서를 받고 5월 23일 총회에서 시공사를 선정한다.
압구정지구의 최대 사업장인 3구역 조합도 이르면 다음 주 입찰 공고를 내고 5월 말에 시공사를 정한다.
압구정역 주변 구현대 아파트를 재건축하는 3구역은 건축 가구 수가 5천가구가 넘는 초대형 사업으로 총공사비가 7조원에 달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일찌감치 '현대' 브랜드의 정통성을 계승한 현대건설이 수주에 공을 들여왔으며 과거 현대그룹 시절 이 아파트를 실제 시공한 HDC현대산업개발도 수주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2구역과 함께 사업 참여를 저울질했던 삼성물산은 3구역 대신 4구역 수주에 집중할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압구정 3구역은 지구 내 9개 필지 약 4만706㎡가 현대건설·HDC현대산업개발·서울시 등의 명의로 남아 있어 조합이 소유권을 되찾기 위한 소송을 준비 중이다.
현지의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변수는 있지만 명의를 소유한 현대건설이 시공사 선정에 참여하고 있어서 소송에도 긍정적인 방향으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한양 1·2차를 재건축하는 압구정 5구역은 DL이앤씨가 수주에 적극적이며 GS건설도 참여 여부를 검토 중이다.
한강을 사이에 두고 압구정 현대아파트 건너편에 위치한 성동구 성수전략정비구역 1∼4지구도 나란히 시공사 선정을 본격화한다.
현재 진도가 가장 빠른 곳은 성수 4지구다. 지난달 입찰 공고를 냈고 이달 9일 입찰 마감을 앞둔 가운데 대우건설과 롯데건설이 맞붙었다.
롯데건설은 지난 4일 입찰보증금 500억원도 현금으로 완납했다.
조합측은 총공사비 1조3628억원을 투입해 최고 64층 높이의 아파트 1천439가구를 건설한다는 계획이다.
롯데건설은 잠실 롯데월드타워의 초고층 건설 경험과 강남권 '르웰' 브랜드 가치를, 대우건설은 세계적인 설계회사 등과의 협업을 초기 홍보 포인트로 내세웠다.
성수지구에서 가장 규모가 큰 1지구는 지난해 9월 가장 먼저 시공사 선정을 추진했으나 입찰 지침과 공정성 논란 등으로 입찰이 무산됐다. 조합은 이달 20일 재입찰 공고를 내고 5월 중으로 시공사 선정을 마친다는 계획이다.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GS건설과 현대건설이 입찰에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
총 공사비는 2조1천540억원이며 최고 69층 높이의 아파트 3천14가구가 건설될 예정이다.
조합 내부 문제로 시공사 선정이 지연되고 있는 성수 2지구도 연내 시공사를 선정한다는 방침이다.
서울 서부권의 최대 재건축 사업인 양천구 목동 신시가지 1∼14단지도 올해 시공사 선정이 본격화된다.
가장 먼저 조합설립인가를 받은 목동 6단지가 이달 12일 처음으로 입찰 공고를 내고 시공사 선정에 나선다. 오는 6월 조합설립인가를 목표로 하는 7단지도 연내 시공사 선정 절차를 추진하기로 했다.
압여목성 중 시공사 선정 등 사업 진도가 가장 빠른 여의도에서는 올해 하반기 이 지역 최대 단지인 시범아파트가 시공사 선정에 들어간다.

◇ "다주택자 유예 마지막" 등 선포에 압구정엔 급매물…지방선거도 변수 촉각
통상 시공사 선정이 시작되면 사업이 본격화될 것이라는 기대감에 가격이 오르고 매수 문의가 늘어나는 등 시장이 들썩거리는 것이 보통이다.
그러나 압구정 등은 아직까지 과거 용산 한남뉴타운 재개발 시공사 선정 때처럼 과열되는 분위기는 아니다.
오히려 이재명 대통령이 연일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시행, 보유세 인상 가능성을 등을 언급하며 시장을 압박하면서 압구정동 등 초고가 단지에선 급매물이 늘고 있다.
지난 3일 이 대통령이 참석한 국무회의에서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와 관련해 5월 9일까지 계약하는 물건에 대해서는 3∼6개월의 잔금과 입주 유예기간을 주기로 한 가운데, 이 기간 내 처분하려는 다주택자 및 은퇴자들이 늘어난 것이다.
아파트값이 60억∼100억원대에 달하는 압구정 현대는 양도세는 물론 보유세 부담도 커서 현재 수억원씩 호가를 낮춘 급매물이 증가하고 있다.
현지 중개업소에 따르며 지난달 28일 구현대 전용면적 196.21㎡(65평형)는 직전 최고가인 130억5천만원보다 5억5천만원 낮은 125억원에 약정이 이뤄졌다.
신현대 11차 전용 183.41㎡(61평형)는 지난해 말 12층이 128억원에 팔렸으나 최근 4층 저층이 이보다 3억원가량 낮은 97억원에 매매 약정이 됐다.
압구정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 보유세 인상, 1주택자 장기보유특별공제 축소 등의 이슈로 팔아달라는 매물이 늘고 있는데, 매수자들은 가격이 더 내려가면 사겠다고 관망하는 분위기"라며 "시공사 선정을 앞두고 호가가 뛰는 게 보통인데 현재 분위기는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이에 비해 재개발 사업지인 성수전략정비구역은 아파트가 아닌 빌라·다가구, 근린생활시설 등이 다수여서 아파트보다 상대적으로 세금에서 덜 민감한 분위기다.
현재 성수 1지구의 경우 작은 빌라는 매물이 동났고, 다가구주택 30평은 3.3㎡당 1억2천만원, 40평은 3.3㎡당 1억원 수준에 매물이 나와 있다는 게 현지 중개업소의 설명이다.
성수동의 한 중개사무소 대표는 "최근 44평짜리 주택이 44억원에 팔려 현재 거래 허가를 기다리고 있다"며 "아직 싼 물건이 나오면 사겠다는 매수 대기자들은 줄 서 있는데 적당한 매물이 별로 없어서 거래를 못 한다"고 말했다.

다만 성수동을 비롯한 정비사업지에는 6월 3일 지방선거 이후 불확실성을 걱정하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성수전략정비구역과 압구정은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고수해온 한강 변 35층 층고제한을 오세훈 시장이 풀어주면서 정비사업의 물꼬가 트인 것인데 지방선거 결과에 따라 시장이 바뀔 경우 정비사업 관련 정책도 달라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다.
정비사업의 층고제한 해제와 통합심의 진행 등으로 사업 속도를 앞당기고 있는 '신속통합기획'도 오세훈 시장의 작품이다.
이 때문에 일단 압구정·성수 등 사업 일정이 맞는 곳은 지방 선거 전까지 시공사 선정이라도 끝내려는 조합들 의지가 강하다.
그러나 입찰 참여 회사가 1곳 이하이면 유찰이 되고, 이 경우 시공사 선정 시기도 늦춰지는 등 변수는 많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압여목성 지역은 정비계획이 수립돼 있고, 일부는 조합설립인가 또는 사업시행인가 절차도 밟고 있는 만큼 정비계획 자체가 바뀔 확률은 낮다고 보지만 선거라는 대형 변수가 있는 만큼 시장에선 정책 변화 가능성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며 "조심스럽게 상황 변화를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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