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덜슨, 거듭 거짓말…안보·수사 충돌 없는 한 인사검증 문건 공개"

(런던=연합뉴스) 김지연 특파원 =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가 미국 억만장자 성범죄자 제프리 엡스타인에게 정부 내부 정보를 유출하는 등 부정행위를 저지른 의혹을 받는 피터 맨덜슨을 주미 대사로 임명한 것을 후회한다고 4일(현지시간) 밝혔다.
스타머 총리는 이날 하원에서 열린 총리질의(PMQ)에서 "맨덜슨은 우리나라와 우리 의회, 당(노동당)을 배신했다"며 "그는 대사 임명 전후로 우리 (총리실) 팀이 엡스타인과 관계를 물을 때마다 거듭해서 거짓말을 하고 또 했다"고 말했다.
그는 "나 역시 국민, 의원들만큼이나 화가 난다"며 "그를 임명한 것을 후회한다. 지금 아는 걸 그때 알았더라면 그는 정부 근처에도 발을 들이지 못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스타머 총리는 맨덜슨 임명 과정에서 거친 검증 절차를 보여주는 문건을 공개하겠다면서 국가 안보와 국제 관계, 경찰 수사와 충돌하는 문건은 공개 대상에서 제외한다고 말했다.
토니 블레어·고든 브라운 정부에서 주요 부처 장관을 지낸 맨덜슨은 엡스타인과 깊은 친분이 드러나면서 지난해 주미 대사에서 경질됐다. 최근에는 엡스타인에게 거액을 받았다거나, 정부 정책안을 유출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상원의원에서 사임하고 경찰 수사까지 받게 됐다.
맨덜슨 사태로 오는 5월 주요 지방선거를 앞두고 스타머 총리는 정치적으로 더 곤경에 몰리고 있다. 총리와 노동당 지지율이 급락한 가운데 당내 총리 경쟁자가 잇달아 거론되는 등 스타머 총리의 입지는 흔들리고 있다.
야권은 이미 엡스타인과 친분이 어느 정도 알려진 상황에서 맨덜슨을 임명한 스타머 총리의 판단력에 문제가 있었다며 공세를 폈다.
제1야당 보수당의 케미 베이드녹 대표는 스타머 총리가 "보여주고 싶은 문건만 보여주는 게 아니라 모든 문건을 공개해야 한다"며 "총리가 국가 안보를 말하는데 애초에 맨덜슨 임명 자체가 국가 안보 이슈"라고 비판했다.
또 맨덜슨 대사 임명 전부터 엡스타인과 관계가 널리 알려져 있었는데 인사 검증에 그 사실이 거론되지 않았느냐고 따져 물었다.
스타머 총리는 이에 "거론됐고, 다양한 질문을 했다"며 "(맨덜슨은) 엡스타인과 관계의 범위를 완전히 왜곡했다"고 답했다.

스타머 총리는 정부가 맨덜슨의 귀족 작위를 박탈하기 위한 법안을 준비 중이며 그를 찰스 3세 국왕의 자문 역인 추밀원에서도 제외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도 맨덜슨이 2004∼2008년 EU 통상 담당 집행위원으로 재임하던 중 부정행위를 저질렀는지 조사하고 있다고 AP 통신이 전했다.
EU 대변인은 "새로 공개된 문건을 고려해 맨덜슨과 관련한 규정 위반 여부를 평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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