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테크 수요에 차세대 격전지 부상…올해 HBM4 승부 향방 관심
HBM3E 이후 판도 재편 시험대…삼성·SK하이닉스 전략적 선택 대비
(서울=연합뉴스) 강태우 기자 =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6세대 고대역폭 메모리(HBM4)'를 놓고 정면 승부를 예고한 가운데 양사의 전략적 선택이 뚜렷하게 갈려 업계 관심이 쏠린다.
삼성전자는 선단 공정을 앞세운 '최초 시장 진입' 전략을, SK하이닉스는 기존 HBM 1위 지위를 기반으로 한 '안정성'을 전면에 내세웠다.

◇ 빅테크 수요 타고 떠오른 HBM4…올해 시장 본격 개화
1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지난달 29일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각 사의 HBM4에 대한 전략을 공개했다.
이 자리에서 삼성전자는 앞선 공정에 대한 자신감과 함께 이례적으로 고객사 양산 출하 계획을 밝혔다. SK하이닉스는 높은 수율과 경험을 바탕으로 압도적인 시장 선두 자리를 지키겠다고 공언했다.
HBM은 여러 개의 D램을 쌓아서 만든 인공지능(AI) 칩의 필수 메모리다.
HBM4부터는 HBM의 두뇌 역할을 하는 로직 다이에 파운드리 공정이 적용되면서 메모리 업체 간 기술·전략 경쟁도 한층 복잡해졌다는 평가다.
난도는 높지만 HBM3E보다 향상된 성능만큼 가격이 비싼 데다, 향후 주류가 HBM3E(5세대)에서 HBM4로 전환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업체들이 시장 선점에 사활을 거는 모습이다.
HBM4 시장은 올해 엔비디아의 차세대 AI 플랫폼인 베라 루빈 등에 탑재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개화가 전망된다.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웹서비스(AWS) 등 주문형 반도체(ASIC) 기반의 자체 AI 칩을 사용하는 빅테크도 HBM4 채택이 예상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모두 HBM4에서 더 많은 고객 물량을 확보해 실적 반등을 노린다는 목표는 같지만, 이전 HBM3E 시장에서의 입지에 차이가 있었던 만큼 HBM4를 바라보는 전략은 자연스럽게 갈릴 수밖에 없다.

◇ 최고 성능·선단 공정 승부 건 삼성전자…'최초 양산 출하' 눈앞
HBM3E에서 SK하이닉스에 주도권을 내줬던 삼성전자에 HBM4는 판도를 바꿀 시험대다.
삼성전자는 'AI 큰손'인 엔비디아에 초격차 기술을 활용한 HBM4를, 업계 최초로 양산 출하해 시장 내 존재감을 회복하겠다는 전략이다.
삼성전자는 4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HBM4) 개발 착수 단계에서부터 제덱(JEDEC) 기준을 상회하는 성능 목표를 설정했고, 주요 고객사들의 요구 성능이 높아졌음에도 재설계 없이 작년에 샘플을 공급한 이후 순조롭게 고객 평가를 진행해 현재 퀄(품질) 테스트 완료 단계에 진입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미 정상적으로 HBM4 제품 양산 투입과 생산이 진행 중"이라며 "주요 고객사의 요청에 따라 오는 2월부터 최상위 제품(11.7Gbps·초당 11.7기가비트)을 포함한 HBM4 양산 출하가 예정돼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HBM4에 6세대 10나노급 D램(1c) 공정과 삼성 파운드리 4나노 기반 베이스 다이 등을 적용했다. 반면 SK하이닉스는 TSMC의 12나노 베이스 다이와 5세대 10나노급 D램(1b) 공정을 활용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최신 선단 공정을 적용하면 코스트(비용) 부담 확대, 초기 수율(생산품 대비 정상품 비율) 저하와 같은 리스크를 동반할 수 있다고 본다.
그럼에도 삼성전자가 최신 공정 기술을 적용하고 나선 것은, 당장의 수익성보다 초기 시장 선점에 무게를 둔 전략적 결정으로 풀이된다.
시장에 선제적으로 안착할 경우 글로벌 메모리 업체 중 가장 큰 캐파(생산능력)를 무기로 빠르게 판매 확대에 나설 가능성도 점쳐진다.
업계 관계자는 "이미 엔비디아와 SK하이닉스 밀접한 협력 관계를 맺고 있는 상황에서 어떻게든 시장에 먼저 들어가 인식을 바꾸는 것이 삼성의 최우선 과제였을 것"이라며 "HBM4에서 반전을 위한 승부수를 던진 것"이라고 말했다.

◇ SK하이닉스 '1위 지키기' 총력…수율·원가 우위 자신감
전 세계 HBM3E 물량 대부분을 맡으며 시장을 주도해 온 SK하이닉스는 시장 1위 자리 수성에 전사 역량을 집중한다.
HBM3E로 검증된 양산 능력과 안정적인 수율, 고객사와의 파트너십 등을 앞세워 HBM4에서도 압도적인 시장 우위를 달성한다는 목표다.
SK하이닉스는 삼성전자보다 한 세대 전 기술을 HBM4에 적용하지만, 최고 속도 11.7Gbps를 동일하게 구현하고 엔비디아 공급도 앞둔 상태로 알려졌다. 또 엔비디아는 올해 HBM4 물량 중 약 3분의 2를 SK하이닉스에 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SK하이닉스는 콘퍼런스콜에서 "기존 제품(HBM3E)에 적용 중인 1b 공정 기반으로도 고객 요구 성능을 구현했다는 점은 매우 큰 성과"라며 "독자 패키징 기술인 어드밴스드 MR-MUF로 HBM3E 수준의 수율을 달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기존 1b 공정과 검증된 패키징 기술만으로도 고객이 HBM4에서 요구하는 성능과 양산성을 충족시킬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나아가 기존 공정으로 삼성전자와 동일한 최고 속도를 구현했다는 점에서, SK하이닉스가 '원가 우위'를 확보하고 있음을 우회적으로 드러낸 대목으로도 풀이된다.
업계 관계자는 "수율이 떨어지면 원가가 높아지게 되는데, SK하이닉스는 HBM3E에서 범용 D램에 가까운 높은 수율을 내고 있다"며 "HBM4에서도 HBM3E만큼의 수율을 달성해 경제성을 확보하겠다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에 따르면 올해 글로벌 HBM4 시장 점유율은 SK하이닉스 54%, 삼성전자 28%, 마이크론 18%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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