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두로 체포 전부터 미·카타르와 비밀리 소통하며 협력 약속"
"쿠데타 모의는 아냐…안정 중시한 미, 로드리게스와 맞손"

(서울=연합뉴스) 김연숙 기자 = 베네수엘라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이 미국에 체포된 후 권력을 넘겨받은 델시 로드리게스 임시 대통령이 사전에 미국에 협력을 약속했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당시 부통령이던 로드리게스 임시 대통령이 '마두로 대통령이 제거되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행정부에 협력하겠다'고 사전에 약속했다고 관련 논의를 잘 아는 고위 소식통 4명을 인용해 2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로드리게스는 지난 3일 미국이 마두로 대통령을 체포해 압송한 이후 5일 임시 대통령으로 취임했다. 그의 친오빠 호르헤 로드리게스는 국회의장을 맡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이들은 중재자들을 통해 미국과 카타르 당국자들에게 자신들은 마두로 대통령의 퇴진을 환영할 것이라고 비밀리에 약속했다.
카타르는 미국의 핵심 동맹국이다. 카타르는 트럼프 행정부와의 우호적인 관계를 활용해 로드리게스 임시 대통령이 비밀 협상에서 더 많은 기회를 얻을 수 있도록 도왔다고 소식통들은 전했다.
로드리게스 임시 대통령은 카타르와는 매우 친밀한 협력 관계를 유지했으며, 카타르 왕실은 그를 친구로 여겼다고 양국 관계에 정통한 소식통들은 전했다.
로드리게스와 미국 측 소통은 작년 가을부터 시작됐다. 소통은 11월 트럼프 대통령과 마두로 대통령이 통화를 한 후에도 이어졌다.
당시 통화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마두로 대통령에게 '즉각 사임하고 망명하라'는 취지의 최후통첩을 했지만 거절당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마두로가 사임하지 않을 것이라는 게 분명해지자, 로드리게스는 12월 미국 정부에 자신은 준비가 됐다는 뜻을 전달했다.
트럼프 행정부에 "마두로는 물러나야 한다", "결과가 어떻든 협력하겠다"고 말했다는 게 소식통들의 전언이다.
마코 루비오 미 국무부 장관은 처음에는 베네수엘라 정권 인사들과 협력하는 것에 회의적이었다. 그러나 로드리게스 임시 대통령의 협력 약속이 마두로 대통령 퇴진 이후 혼란을 막는 최선의 방법이라 생각하게 됐다고 한다.
미국으로선 마두로 대통령 퇴진 이후 안정을 유지하고 '실패 국가'가 되는 것을 막는 게 가장 중요했다는 설명이다.
미국의 마두로 습격 이전에 로드리게스 남매가 미국에 협력을 약속했다는 사실이 알려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다만 로드리게스 남매가 쿠데타를 모의하거나 적극적으로 배신을 한 것은 아니라고 소식통들은 강조했다.
마두로 축출 이후 미국에 협력을 약속한 것이지, 미국이 마두로 대통령을 끌어내리는 데 적극적으로 협력을 약속하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로드리게스는 마두로가 미리 합의된 '안전한 피난처'로 은퇴하는 데 동의할 경우, 자신이 과도정부를 구성해 베네수엘라를 통치하는 방안을 제안하려 했다.
그러나 계획은 무산됐고, 이는 작년 10월 미 언론 마이애미 헤럴드에 일부 보도됐다.
당시 로드리게스는 해당 보도를 부인하며 격렬하게 비난했지만, 미국 인사들은 그를 더이상 교조적이고 단선적인 인물로만 보지 않게 됐고 그게 강경했던 인사들도 마음을 돌리기 시작했다고 한다.
로드리게스가 미국 석유 기업들과 협력을 약속하고, 미국 석유 산업 관계자들과 친분이 있다는 것도 한 요인이었다.
로드리게스를 잘 아는 사람들은 그가 사람을 무장 해제시키는 매력이 있고, 사람들과 쉽게 친해진다고 말하기도 했다.
로드리게스가 마두로 대통령을 두려워했다는 말도 있다.
실제 미군이 마두로 대통령을 체포할 당시 로드리게스의 행적에 대해서는 알려지지 않았고, 한때 그가 러시아로 도피했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 소식통들은 그가 당시 베네수엘라 휴양지 마르가리타섬에 있었다고 전했다.
마두로 체포 후 트럼프 대통령은 로드리게스 임시 대통령과의 협상을 확인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뉴욕포스트에 "우린 그(로드리게스)와 여러 차례 얘기했고, 그도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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