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학중앙연구원서 새마을운동 연구하는 입라힘 씨…"협동 정신으로 조국 갈등 풀고 농촌 개발"
난민 생활 몸소 겪으며 철학 공부하고 사회학 전환…"한국내 아프리카인 인식 개선에도 힘쓸 것"

(서울=연합뉴스) 임경빈 인턴기자 = 코트디부아르 내전으로 난민 생활을 해야만 했던 청년은 전쟁의 상처를 치유하고 더 나은 미래를 꿈꾸고자 했다.
대학 시절 우연히 접한 한국의 새마을운동에서 길을 찾은 그는 이를 더 깊이 탐구해 보고자 한국행을 선택했다.
한국학중앙연구원 인공지능(AI)사회연구소 연구원 망대 입라힘(33) 씨는 지난 16일 경기 성남시 분당구의 한국학중앙연구원에서 가진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새마을운동의 역사와 가치는 조국 발전에 큰 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코트디부아르의 두에쿠에에서 나고 자란 그는 어렸을 때부터 전쟁을 경험했다.
남부의 정부군과 북부 중심 반군 세력의 대립 아래 코트디부아르는 2002~2007년, 2010~2011년 두 번의 내전을 겪었다.
그 과정에서 5천명에 달하는 사망자와 20만명이 넘는 난민이 발생했다.
입라힘 씨는 "나 또한 내전을 피해 도망치는 과정에서 두 번의 난민 생활을 했다"며 "전쟁의 참상을 접하며 사회를 바라보는 시선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본래 코트디부아르는 60개가 넘는 다양한 민족이 한데 어우러져 살던 국가였다. 그러나 정치적 다툼으로 시작된 내전이 민족 간의 갈등으로 번진 양상을 보며 민족의 차이에 대해 생각하게 됐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입라힘 씨는 "그 간극을 좁히기 위해서는 협동과 관용이 중요함을 깨달았다"며 "사회가 작동하는 근본적인 원리를 이해하고자 철학을 배워 보기로 결심했다"고 밝혔다.

그렇게 코트디부아르 최대 도시 아비장의 명문 국립대학인 펠릭스우푸에부아니 대학(UFHB)에 진학해 철학으로 학사와 석사 학위를 받았다.
학업을 이어가던 중 친구의 소개로 당시 UFHB에서 한국학을 가르치던 한국인 교수의 강의를 접하게 됐다.
한국의 문화, 그중에서도 새마을운동에 관한 내용은 그를 사로잡았다.
입라힘 씨는 "새마을운동 당시 사람들이 서로를 신뢰하고 공동의 목표를 위해 협동한 모습이 인상적이었다"며 "그 유산이 조국의 민족 갈등 완화와 농촌 개발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해 학문적으로 연구해 보고 싶었다"고 유학을 결심한 배경을 밝혔다.
2021년 한국 정부 장학 프로그램 지원을 받아 한국에 첫발을 내디딘 그는 대전대에서 1년여간 한국어를 익혔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많은 사람을 만나지 못해 외로움도 겪어야 했으나 학업에 대한 열정으로 극복했다.
그렇게 2023년부터 한국학중앙연구원 한국학대학원에서 사회학 석사과정을 시작하며 새마을운동에 대해 연구했다.
입라힘 씨는 "그간 고민해왔던 철학적 사유를 현실에서 실증적으로 분석하기 위해 사회학을 전공하기로 했다"며 "다양한 상황 속에서 사회를 구성하는 집단 간 관계가 어떻게 형성되는지 규명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국학중앙연구원은 외국인 연구자로서 한국 사회를 연구하기에 가장 좋은 학교"라며 "학생 수가 많지 않아 차분한 캠퍼스의 분위기도 마음에 들었다"고 말했다.
연구 과정에서 새마을운동의 유산을 조국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한국과 아프리카의 상호 협력을 증진해야 한다고 느꼈다.
이에 그는 1990년대부터 2023년까지 한국 언론에서 아프리카 흑인이 어떻게 묘사됐는지도 연구했다.
입라힘 씨는 "한국에서 생활하면서 아프리카 흑인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미국 흑인에 비해 부족함을 느꼈다"며 "한국 언론 보도가 대중의 인식과 아프리카 흑인의 (한국) 사회 통합에 끼친 영향을 다루고자 했다"고 말했다.
AI와 함께 텍스트 마이닝과 토픽 모델링 등 데이터 분석을 연구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
입라힘 씨는 "기술 발전이 심화한 만큼 사회학 분야에서도 데이터 분석의 중요성이 높아졌다"며 "방대한 양의 정보를 분석한다면 보다 의미 있는 결과를 도출해낼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문화와 기술 측면에서 전 세계에 큰 영향을 끼치는 한국이 아프리카에 대한 인식을 재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입라힘 씨는 "어느덧 다문화 사회가 된 한국에서 외국인을 만나는 것은 익숙해졌다"며 "그러나 아프리카의 경우 지리적으로 멀고 한국 내 아프리카인의 수도 적은 편이기에 교류 기회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한국 사회 내에서 아프리카인을 접할 기회를 늘리고 먼저 다가가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거론했다.
재한 코트디부아르 유학생 협회를 이끌고 있기도 한 입라힘 씨의 목표는 한국과 코트디부아르의 협력을 확대하는 것이다.
그는 "장차 코트디부아르의 농촌 개발 프로젝트에 참여하거나 관련 교류 활동에 참여하고 싶다"며 "이를 위해 학자로서 연구를 계속하고 박사과정에도 도전할 계획"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imkb042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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