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상 술 빚기 교육' 주류제조아카데미도 운영
수입 의존 '효모' 개발도 힘써…전통주 해외 진출 지원

(서귀포=연합뉴스) 이대희 기자 = '사람은 서울로, 말은 제주로'라는 옛말에 더해서 한국 술이라면 모두 제주에서 주기적으로 검증을 받아야 한다.
16일 방문한 제주 서귀포혁신도시의 국세청 산하 '주류면허지원센터' 연구실에는 술병이 빼곡히 차 있다.
출시 전에 검사를 통과해야 할 뿐 아니라 시중에 판매된 후에도 최소 연 1회 이상은 정기적으로 검사를 받아야 한다. 단, 수입 술은 식약처에서 관리한다.
박상배 주류면허지원센터장은 "1년에 3천건 이상 검사한다"며 "주세법 준수 여부를 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술을 검사할 때는 '전자 코'가 동원된다. 1억5천∼2억원 상당 고가의 기기가 맛 성분, 향기, 알코올 도수를 분석한다. 이 과정에 '가짜 양주'도 가려낸다.
검사 직원들이 술을 마시진 않는다. 박상배 센터장은 "주세법에 규정된 규격을 위반한 것으로 의심될 때는 극히 제한적으로 입 안에 머금고는 바로 뱉어낸다"고 강조했다.
모든 한국 술을 접하고 매일 10건 가까이 검사하는 직원들은 숙취 해소법이 있을까. 박 센터장은 왕도가 없다며 털어놨다. 그는 "알코올 분해에는 물이 필요하기 때문에 물을 많이 마시면 도움이 된다"며 "기본적으로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주류면허지원센터 역사는 100년이 훌쩍 넘었다.
1909년 10월 대한제국 탁지부 소속 '양조시험소'로 출발했다. 그해 주세법이 공포되며 서울 마포에 양조시험소가 설립됐다.
국권피탈 1년 전인 시점이어서 주세법 알리는 관보에는 '내각총리대신 이완용' 이름이 제일 앞에 나와 있었다.
이후 국세청이 출범하며 1966년 '국세청 양조시험소'로 개편됐고, 1970년에는 '국세청 기술연구소'로 확대 개편됐다.
2010년엔 현재 이름으로 바뀌었고 2015년엔 제주도 서귀포혁신도시로 자리를 잡았다.

주류면허지원센터는 주류 분석·감정, 제조 면허 요건 검토 외에도 신제품 개발 및 양조 기술 지원 업무도 수행한다.
그 일환으로 술빚기를 알려주는 주류 제조 아카데미를 운영한다.
1923년 '주조강습회' 교육을 시작한 이래 무려 103년 역사를 자랑하는 과정이다.
주류 제조 예비 창업자나 영세 주류 제조자가 교육 대상으로, 양조학·주세법, 주류 품질평가, 제조 실습, 제조 현장 견학 등의 프로그램으로 구성돼 있다.
2주 교육과정이 1년에 4번 진행된다. 회당 12명이 참여하며, 전 과정은 숙식비를 제외하고는 무료다.
정부가 술을 빚는 방법을 무료로 알려주는 이유는 뭘까.
박상배 센터장은 "1900년대 초반에는 주세가 국세 수입의 3분의 1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규모가 컸다"며 "원료가 당시엔 귀했던 곡식이다 보니 원료가 상하지 않는 방법을 알려주는 것이 중요했다"고 말했다.
귀중한 세원인 술을 통한 탈루를 예방하는 동시에, 효율적으로 술을 생산하는 전문지식을 전수하려는 목적이었다.
현대에는 양조 기술 전수를 통한 고품질 주류 제조를 지원해 국산 주류의 시장 경쟁력을 높이는 데 일조하고 있다고 국세청은 전했다.
주류면허지원센터는 '효모' 개발에도 힘쓰고 있다. 술의 주요 원료인데 지금은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서다.
국립생물자원관이 전국에서 채취한 효모 88종을 대상으로 다양한 양조 시험을 해 우수 양조효모 6종을 선발했다. 이 효모들은 지난해 8월 특허 등록까지 마쳤다. 이 효모는 상업용으로 배양돼 주류제조자에게 보급 중이다.
주류면허지원센터는 새로운 주류제조장에 대한 시설기준 충족 여부, 정확한 주세 부과를 위한 주류 종류의 구분 등의 업무도 한다.
전통주 해외 시장 개척을 위해 주요 수출국인 영어·일본·중국·베트남·인도네시아·인도 언어로 번역한 분석·감정서도 발급한다.
주류면허지원센터는 "주류 제조면허 취득 절차, 제조자의 준수사항 및 주류 관련 법령 등 주류 제조에 대한 올바른 정보 제공으로 주류 행정 만족도를 높이겠다"고 밝혔다.

2vs2@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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