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주총 앞두고 국내외 기관 투자자 판단에 영향 가능성

(서울=연합뉴스) 신창용 기자 = 고려아연과 1년 넘게 경영권 분쟁을 벌여온 사모펀드 MBK파트너스가 핵심 경영진의 구속 위기라는 대형 악재를 만났다.
이로 인해 업계에서는 미국 정부를 우군으로 끌어들인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이 경영권 분쟁 국면에서 더욱 유리한 고지에 설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은 오는 13일 MBK의 김병주 회장과 김광일 부회장 겸 홈플러스 대표이사 등 핵심 임원 4명에 대해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한다.
이들은 홈플러스의 신용등급 하락을 예상하고도 대규모 전자단기사채(ABSTB)를 발행하고 이후 기습적으로 기업회생을 신청해 투자자에게 손실을 끼친 혐의 등을 받는다.
MBK 핵심 경영진에 대한 사법 리스크가 커지면서 재계도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MBK가 투자해 지분을 보유한 국내 기업은 수십 곳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MBK의 1, 2인자인 김병주 회장과 김광일 부회장이 구속될 경우 MBK가 지분을 보유한 기업 전반에도 직간접적인 영향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MBK가 영풍과 손잡고 적대적 인수합병(M&A)을 추진 중인 고려아연의 경영권 분쟁 구도에도 영향이 예상된다.
MBK가 고려아연 투자에 활용한 6호 바이아웃 펀드에는 미국 최대 연기금인 캘리포니아공무원연금(CalPERS) 등 북미 연기금이 출자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중시하는 해외 연기금 특성상 MBK 핵심 경영진의 구속 여부는 이들 기관의 의결권 행사와 투자 판단에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처럼 MBK가 사법 리스크에 발이 묶인 사이,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은 미국 정부와의 파트너십을 통해 방어벽을 높였다.
고려아연은 미국 테네시주에 74억3천200만달러(약 10조9천억원)를 투자해 비철금속 제련소를 짓기로 하고, 미국 정부와의 합작법인(크루서블 JV)에 지분 10%를 넘겼다.
이 10%의 지분은 오는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최 회장의 강력한 우군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에서는 큰 이변이 없는 한 이번 정기 주총에서 최 회장 측이 주도권을 이어갈 것으로 본다.
정원 19명인 고려아연 이사회는 가처분으로 직무 정지된 4명의 이사를 제외하고 최 회장 측 11명, MBK·영풍 측 4명으로 구성돼 있다. 이중 이번 정기 주총에서 임기가 만료되는 이사는 총 6명이다.
업계에서는 최 회장 측의 우호 지분 확보와 MBK의 사법 리스크가 맞물리면서 이번 주총에서 이사진이 재편되더라도 MBK·영풍 측의 기대만큼 이사 수 격차가 좁혀지지 않을 가능성이 클 것으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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