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크탱크 ISW "러 주장 뒷받침할 보고·증거 안보여" 지적
"프랑스 당국, 정보 재확인했으나 '믿을만한 증거 없다' 판단"

(서울=연합뉴스) 차대운 기자 = 러시아가 뚜렷한 물증 없이 우크라이나의 '푸틴 관저 공격' 주장을 대대적으로 편 가운데 정작 현지 주민들은 당시 드론 공격 조짐을 느끼지 못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미국 싱크탱크 전쟁연구소(ISW)는 30(현지시간) 보고서에서 러시아 주장처럼 지난 28∼29일 사이 러시아군이 브랸스크주나 스몰렌스크주 상공에서 우크라이나 드론을 격추했다는 어떤 보고나 증거도 보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ISW는 러시아 야권 및 내부 소식통들을 인용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관저가 있는 노브고로드주 발다이 일대 주민들이 당시 드론 작동 소리나 방공망 가동을 듣거나, 목격하지 못했다고 전했다면서 이곳 주민들은 과거 멀리 떨어진 곳에서 우크라이나의 드론 공격이 있을 때도 보통 이런 소리를 들어왔다고 전했다.
ISW는 러시아의 주장대로 설사 푸틴 대통령의 관저로 가는 길목인 브랸스크주나 스몰렌스크주 상공에서 우크라이나군의 드론 비행이 있었다고 해도, 이 드론들이 이 일대 군사 시설이나 방위산업 표적을 목표로 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푸틴 대통령 관저를 공격했다는 증거는 되지 못한다고 짚었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지난 29일 우크라이나가 노브고로드주에 있는 푸틴 대통령의 관저에 드론 공격을 시도했다고 주장하면서 러시아가 앞으로 종전 협상 과정에서 더욱 강경한 태도로 나설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런 러시아의 주장이 거짓말이라며 이는 우크라이나 키이우를 겨냥해 새로운 공격을 퍼붓기 위한 빌미를 만들려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ISW는 "크렘린궁은 우크라이나 드론이 푸틴 대통령의 관저를 노렸다는 자국 주장을 뒷받침할 어떠한 증거도 계속해서 제시하지 않고 있고, 나아가 증거를 제시해야 한다는 개념 자체를 부인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리아노보스티 통신에 따르면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30일 브리핑에서 푸틴 대통령 관저가 공격당했다는 증거가 있느냐는 물음에 "그런 대규모 드론 공격이 있었을 때 증거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지 않는다"며 "러시아 방공망 덕분에 드론 상당수는 격추되고 무력화됐다. 잔해는 우리 군이 처리할 문제"라고만 답했다.
러시아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객관적 정황이 없는 데다 러시아가 석연찮은 태도를 되풀이함에 따라 이번 주장을 불신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프랑스 르몽드에 따르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프랑스 당국이 파트너들과 함께 정보를 재확인하기까지 했으나 푸틴 대통령의 사저를 공격했다는 러시아의 주장을 입증할 믿을만한 증거가 전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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