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4~11월 세계국채지수 단계적 편입으로 세계 10위권 '우뚝'
해외자금 유입으로 발행물량 소화 기대…'고평가' 금리 안정화 국면 관측

(서울=연합뉴스) 김지연 기자 = 내년 서울 채권시장은 전 세계 기관투자자가 추종하는 세계 3대 채권지수인 세계국채지수(WGBI·World Government Bond Index)에 한국의 실편입이 진행되는 호재가 기다리고 있다.
WGBI 편입에 따른 외국인 투자 확대가 그간 다소 침체기였던 채권시장에 숨통을 틔워주고 상당한 국채 발행물량을 어느 정도 소화할지 주목된다.
◇ WGBI 편입으로 외국인 자금 최소 75조원 유입 기대
3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의 WGBI 편입은 내년 4월부터 시작돼 같은 해 11월 마무리될 예정이다. 매달 동일한 비중으로 총 8차례에 걸쳐 단계적으로 이뤄진다.
WGBI는 글로벌 지수 제공업체인 영국 파이낸셜타임스 스톡익스체인지(FTSE) 러셀[217500]이 산출해 발표하는 선진 채권지수다.
국채 발행 잔액, 신용등급, 시장 접근성 세 가지 요건을 만족해야 하는 등 기준이 까다로워 WGBI에 편입되면 '선진 국채클럽'으로 꼽힌다.
당초 한국은 지난달을 시작으로 1년간 분기별로 편입 비중이 확대될 예정이었으나, 지난 4월 러셀이 한국의 편입 시점을 내년 4월로 변경하면서 시점이 다소 미뤄졌다.
정부는 WGBI 편입으로 선진국 자금 유입, 안정적 재정 운용, 국채 조달 비용 경감, 한국 금융·외환시장 안정성과 한국 경제의 대외 신인도 제고 등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특히 한국이 WGBI에 편입됐다는 것은 한국 국채에 대한 글로벌 투자자들의 신뢰가 커졌다는 의미로 외국인 자금을 국내로 더 끌어올 것으로 기대된다.
WGBI는 추종 자금이 2조5천억∼3조달러(3천362조5천억∼4천35조원)로 추정되며, 올해 10월 발표 기준으로 한국의 WGBI 예상 편입 비중은 2.08%(전체 편입 국가 중 9번째로 큰 규모)다.
이를 고려하면 정부는 WGBI 편입으로 최소 560억 달러(약 75조원)의 자금이 우리 국채 시장에 유입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iM증권은 2026년 전망 보고서에서 "8개월 분할 매입 구간 중 데이터 서프라이즈(데이터가 시장 예상을 벗어나는 현상), 글로벌 금리 급등 등이 발생하면 외국인 포지션이 일시 조정될 수 있다"고 짚었다.
◇ "WGBI 편입이 내년 채권시장 발행 압력 일부 상쇄"
특히 시장에선 WGBI 편입으로 내년 채권시장 발행 압력이 일부 상쇄될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내년 국고채 발행 한도는 올해 발행 규모보다 5천억원가량 감소한 225조7천억원으로 정해졌다.
이 가운데 순발행 한도는 109조4천억원으로 올해보다 2조8천억원 감소했다.
순발행 한도는 재정 소요가 컸던 코로나19 시기를 제외하고 올해에 이어 100조원대를 유지한 것이다.
정부의 확장재정 기조에 따른 국고채 발행 확대는 시장에 부담으로 작용한다.
당초 정부안(232조원)보단 감액됐다지만, 발행한도가 올해와 큰 차이가 없고 여전히 절대적인 발행량이 크다는 점 등에서 시장 일각에서는 우려가 사그라지지 않는 모습이다.
국채 발행이 늘어나면 가격이 하락하고 금리가 상승하는 결과로 이어져 채권시장에는 약세 재료로 작용한다.
김성수 한화투자증권[003530] 연구원은 예산안이 발표됐던 지난 8월과 비교했을 때 수급 부담이 줄어든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여전히 확장 재정정책 기조 관련 우려는 지울 수 없고, 절대적으로 늘어난 국고채 공급량도 우호적이지 않은 재료"라고 짚었다.
다올투자증권[030210]은 내년 전망 보고서에서 "재정 적자를 늘리는 과정은 정부 부채, 즉 국채 발행의 증가로 귀결된다"며 "이 같은 국채 발행의 증가는 향후 채권 시장의 물량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으로 연결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시장에선 WGBI 편입에 따른 자금 유입이 국채 발행 물량을 흡수해 수요 공급 균형을 일부 맞출 수 있다고 기대한다.
김성수 연구원은 WGBI 지수가 대체로 주요 일본 연기금이 추종하는 만큼 국고채 시장에 일본계 자금 위주로 유입될 것으로 예상했다.
구체적으로 유입 가능한 전체 일본계 자금을 약 24조6천억원으로 보고 "내년 국고채 발행 순증 물량의 22.6%, 상반기 발행 예상 물량의 19.0%를 일본인이 소화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다른 해외 투자자 자금까지 생각하면 수요 환경은 생각보다 양호할 공산이 크다"고 내다봤다.
다만 자금 유입이 어느 정도 '선반영' 됐는지가 변수로 남아있다.
사지드 Z. 치노이 JP모건 아시아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지난 11일 연합인포맥스와 기획재정부가 여의도 콘래드 호텔에서 공동으로 주최한 '제12회 KTB(Korea Treasury Bonds) 국제 콘퍼런스'에서 "전 세계 여러 경험을 토대로 보면 공식적으로 실질 편입이 이뤄지기 전에 60~70%의 자금이 이미 들어와 있다"고 말했다.
조용구 신영증권[001720] 연구원은 "관건은 미리 선수요로 들어온 게 있지 않냐는 추정이 있고 어느 정도는 액티브성 자금은 미리 들어왔을 가능성이 있다"며 "패시브 자금은 아무래도 편입 후에 들어올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 "4분기 고점 국고채 금리, 내년 하락세"
올 4분기 들어 고점에 형성된 국고채 금리는 반락 효과로 내년엔 하락세로 접어들 수 있다는 전망이 대체로 우세한 분위기다.
이달 국고채 금리는 장·단기물을 불문하고 대체로 연중 고점을 찍은 뒤 변동성 장세를 거듭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이달 가파르게 오른 국고채 금리 수준을 과도하다고 보고 있다.
10월 말부터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동결 장기화 분위기와 예산확충 기조 등에 타격을 받아 침체한 분위기가 장기화한 것이다.
다만 최근 금융당국의 고강도 개입이 본격화된 이후 원/달러 환율이 다시 하락하기 시작했고 국고채 금리도 다소 진정되는 흐름을 보인다.
여기에 WGBI 편입이라는 강세 재료도 작용해 금리가 점진적으로 하락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나온다.
WGBI를 추종하는 자금이 유입되기 시작하면 수요 증가에 따라 금리 하방 압력이 강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금리의 방향성은 대외 불확실성 속에 성장률 전망이 핵심 요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박준우 하나증권 연구원은 "실질 성장률 컨센서스가 큰 폭으로 변화하면 기준금리도 이에 따라 조정되고, 국고채 금리는 이를 선반영하는 경향이 있다"고 봤다.
그러면서 "지금은 내년 높은 성장률 전망이 기저효과가 크고, 추가적인 상향 조정도 상반기 중 종료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한다"며 "인상 전환보다 인하 재개에 무게를 두고, 2026년 한국 국고채에 대한 긍정적인 뷰를 유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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