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에 강공 대응 지속…美 무기 구입 빌미로 또 대만 포위훈련
中, 필리핀에 남중국해 스카버러 불법 어업 경고…분쟁 기시감
(서울=연합뉴스) 인교준 기자 = 대만을 겨냥한 중국의 '힘 과시'가 이틀째 이어지고 있다.
중국이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의 '대만 유사시 개입 발언'을 빌미로 일본에 전방위적 압박을 펼치는 데 이어 이번에는 대만의 미국 무기 대량 구매를 트집 잡아 대만 봉쇄를 염두에 둔 포위훈련을 다시 벌이고 있다.
그 배경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미중관계 관리'라는 방관이 자리 잡고 있다. 미국의 동맹 일본과 미국에 운명이 저당 잡힌 대만이 중국의 위협 대상이 되는 까닭이다. 이를 통해 중국이 동북아 안보 지형 재편을 노린다는 분석도 있다.

◇ 대만에 이틀째 포위 압박 中, 美엔 공동번영 메시지
중국 당국이 정확한 규모를 밝히지 않았지만, 인민해방군 동부전구사령부는 29일 육군·해군·공군·로켓군 등 병력을 동원해 대만 외부 5곳에서 '정의의 사명-2025' 훈련이라는 명칭으로 '대만 포위 훈련'을 했다.
대만 점령 작전의 핵심 자산으로 불리는 중국산 075형 강습상륙함이 처음 투입된 점이 눈길을 끈다. 동부전구사령부가 홈페이지에 대만의 상징 타이베이의 101빌딩의 안개 낀 전경을 실어 공격 대상임을 암시해 주목됐다.
훈련은 30일에도 이어졌다. 해상 실탄 사격훈련을 겸하면서 대만 항만 봉쇄와 외곽 차단 등 중국군의 실전 능력을 검증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동부전구사령부가 밝혔다.
훈련은 유사시 대만을 일거에 장악하는 한편 미국·일본 등의 개입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데 맞췄다.
린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번 훈련이 최근 미국의 대만에 대한 111억달러(약 15조9천억원) 규모의 무기 판매를 겨냥한 훈련이냐는 질문에 "외부 세력이 대만을 무장시키면 대만해협을 전쟁 위기로 밀어 넣을 뿐"이라면서 "군사훈련은 대만 독립 분열 세력을 겨냥한 엄중한 징벌"이라고 말했다.
대만과 미국 등 '외부 세력'의 교류를 문제 삼아 대만 봉쇄 훈련은 2022년 8월 낸시 펠로시 당시 미국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을 계기로 시작해, 이번까지 7차례 진행됐다.
이번 훈련이 유독 눈길을 끄는 것은 지난 10월 말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부산 담판을 계기로 미중 양국이 서로 '관리 모드'에 들어간 가운데 이뤄진 중국의 대만 강공 카드여서다.
중국이 미국의 대(對)대만 무기 판매를 이유로 대만의 숨통을 조이는 것인데도, 트럼프 행정부는 사실상 묵묵부답이다. 미국이 대만관계법에 따라 첨단무기를 팔아온 것이 어제오늘 일이 아니지만 이를 트집 잡은 중국에 미 행정부가 제대로 대응하지 않는 점에 국제사회가 주목하고 있다.

1년간 휴전이지만 미국은 여전히 중국과 무역 분쟁 상태다. 그러나 내년 중간선거를 앞두고 상황이 불리해진 트럼프 대통령은 내년 4월 방중을 포함해 '중국 관리'에 들어갔다. 그러자 중국은 이를 호기로 활용해 대만 문제를 축으로 기존 미국의 동북아 패권에 도전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국은 그러면서도 미국에는 유화 제스처를 보낸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가 전날 중요 국제 문제에 관한 자국의 입장을 설명하는 종소리(鐘聲) 논평을 통해 할리우드 영화 '주토피아 2'의 중국 내 흥행수입이 미국 현지를 능가했다면서 "미중 양국은 안정적인 협력을 통해 공동 번영을 달성할 수 있다"고 강조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다.
미중 양국은 파트너이자 친구가 돼야 한다는 것이 역사적 교훈이자 현실의 요구라고도 했다.
미국은 '하나의 중국' 원칙을 인정하면서도 대만에 대한 현상 변경은 불가하다는 입장을 지켜왔지만, 이익을 우선시하는 트럼프 행정부 들어 여지를 보이자 중국이 빈틈을 집요하게 파고드는 양상이다.
◇ 中, '한일령' 강공 지속 전망…'대만문제 개입 말라' 경고음
최근 일본을 상대로 한 중국의 강공 압박은 대만 문제의 연장선이라고 할 수 있다. 시발점이 된 지난달 7일 다카이치 총리의 발언 핵심은 대만 유사시 일본 집단자위권을 행사해 개입할 수 있다는 것이어서다. 결국 대만문제였다고 할 수 있다.
대만 포위 훈련이 대만 내부의 독립 세력을 겨냥했다면, 중국의 '한일령'(限日令)은 대만 문제 간섭세력에 대한 경고 메시지를 담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일본 총리의 발언을 계기로 한 중국의 공세가 두 달에 가까워지면서 국제사회는 얼마나 더 장기화할지에 주목한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이날 '중일 갈등의 장기화' 여부는 "향후 미·중·일 삼각관계에 달렸다"고 짚었다.
중국에 대적할 수 있는 경제력은 물론 필요하면 군사력도 단기간에 증강할 수 있는 일본이 수년 전부터 독자적으로 중국을 경계하고 견제하는 행보를 보여왔고, 대만 유사시 개입 발언으로 본색을 드러냈기 때문에 이참에 바로 잡아야 한다는 것이 중국의 판단인듯하다.
미국과의 관계가 이완되면서 독자 행보의 폭을 넓혀온 일본을 견제하는 데 미·중·일 3국의 관계 재설정이 필요하다는 인식을 하고 있어 보인다.
상하이 푸단대 국제연구소의 우신보 소장은 SCMP에 "도쿄가 워싱턴에 중국을 압박하는 아이디어를 제공하고, 다른 국가들의 참여를 독려하고 지역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다"고 강조했다.

우 교수는 이어 "2015년 이후 일본의 국가안보 정책이 중국 견제에 더 중점을 두는 방향으로 변화해왔으며, 평화헌법 개정 작업이 단적인 사례"라면서 "일본이 미국에 이어 동아시아에서 중국의 이익에 가장 큰 위협이 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 일본은 내년 국방비 지출 예산안을 575억 달러라는 최대 규모로 승인했으며, 이는 올해 대비 9.4% 늘린 것이다.
일본은 지난달 대만에서 불과 110㎞(68마일) 떨어진 최서단 섬인 요나구니에 미사일 배치 계획을 밝힌 바 있으며, 중국과 남중국해 갈등 대상국인 필리핀에 패트리엇 요격 미사일 수출도 검토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은 다카이치 총리가 직접 나서 대만 유사시 개입 발언을 철회하지 않는다면 압박을 장기화해서라도 일본의 예봉을 꺾겠다는 심산이다.
물론 일본 역시 시 주석이 주도하는 중국의 일방적 영향력 확장 공세에 선선히 물러서지는 않겠다는 태세여서 중일 갈등과 대립은 장기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외교가에선 이미 일본 관광 규제, 각종 수입 규제 등의 경제 제재와 영유권 분쟁 지역인 센카쿠(尖閣·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열도 순찰 강화로 군사적 긴장감을 높여온 중국이 기존의 추세를 유지하거나 강도를 더 높일 것으로 보고 있다.
◇ 필리핀에 남중국해 불법 어업 경고한 中, 지배력 확대 나선다
아울러 중국은 전날 천연자원부 산하 남중국해 생태센터의 보고서를 바탕으로 필리핀의 불법 조업과 잦은 침입행위로 스카버러 암초(중국명 황옌다오)가 위험에 처했다고 주장했다.
스카버러 암초는 중국과 필리핀의 대표적인 남중국해 분쟁지다. 중국은 물리력을 앞세워 2012년부터 해당 지역을 장악해왔고, 지난 9월에는 일방적으로 스카버러 암초에 대해 자연보호구역으로 지정했으며, 이를 필리핀 등을 비난하는 빌미로 삼아왔다.
남중국해 생태연구센터 직원인 저우쯔화는 "최근 몇 년간 관련국들의 불법 조업과 빈번한 침해 행위가 스카버러 암초 생태계에 심각한 위협을 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는 필리핀 정부가 자국 어부들의 스카버러 암초 부근 조업을 장려할 목적으로 연료 보조금, 식량, 의약품 및 어업 장비 지원 등을 해온 것을 겨냥한 것이다.
이런 점에 비춰볼 때 스카버러 암초를 둘러싼 중국과 필리핀 간 분쟁이 또다시 불거질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 중국이 트럼프 행정부 집권 기간에 남중국해 장악력 확장에 집중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양국 간에는 스카버러 암초 이외에도 사비나 암초(셴빈자오), 세컨드 토마스 암초(런아이자오) 등에서 물대포 발사와 함정 간 충돌 등이 수시로 빚어지고 있다.

kji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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