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천피' 돌파 정책적 뒷받침…'자사주 소각' 3차도 잰걸음
주주 중심 패러다임 전환…'행동주의 펀드' 보폭 확대 전망

(서울=연합뉴스) 임은진 고은지 기자 = 올해 새 정부 출범 이후 두 차례 이뤄진 상법 개정은 국내 증시를 본격적인 '불장'으로 이끄는 불쏘시개 역할을 했다.
이재명 대통령과 여당은 '코스피 5,000시대'를 달성하기 위한 핵심 과제로서 상법 개정에 강하게 드라이브를 걸었다.
상법 개정은 그동안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주된 원인으로 지적돼 온 재벌 중심의 불투명한 지배구조, 소극적인 주주 친화 정책, 정책의 불확실성 등을 해소할 중요한 열쇠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이에 지난 7월 1차 상법 개정에 이어 9월 두 번째 상법 개정이 이뤄졌다. 자사주 소각 의무화를 담은 3차 상법 개정안도 내년 1월 국회 처리가 논의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국내 증시의 낮은 배당 성향과 주주환원 등이 상법 개정 등을 통해 해소되는 중"이라며 "체계적인 증시 부양책과 제도 개선이 뒷받침된다면 추가 상승도 가능하다"고 전망했다.

◇ 새 정부 들어 1, 2차 상법 개정…"더 센 법 온다"
1차 상법 개정안은 기업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을 회사 및 주주로 확대하고, 감사위원 선임 시 최대 주주와 특수 관계인의 의결권을 합산 3%로 제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더 센 상법'으로 불린 2차 개정안은 자산 2조원 이상 상장사에 대해 집중투표제 도입을 의무화하고, 감사위원 분리 선출을 기존 1명에서 2명 이상으로 확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두 차례 상법 개정은 국내 증시에 상승 압력으로 작용했다.
1차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7월 3일 코스피 지수 종가는 전 거래일 대비 41.21포인트(1.34%) 오른 3,116.27로, 기존 연고점인 3,108.25(6월 25일)를 경신했다.
코스피 종가가 3,110선을 넘은 것은 2021년 9월 27일(3,133.64) 이후 3년 9개월여만이었다. 특히 외국인이 현·선물시장을 합쳐 1조원 이상을 순매수하며 지수 상승을 견인했다.
2차 개정안이 국무회의에서 의결된 9월 2일 코스피는 0.94% 오른 3,172.35에 장을 마치며 3거래일 만에 반등했다.
정책적 뒷받침을 받은 주가는 그 이후로 가파르게 상승 곡선을 그렸다.
코스피는 지난 10월 27일 사상 처음으로 종가 기준 '사천피'(코스피 4,000포인트)를 넘어섰고 현재 최고점은 4,221.87(11월 3일)이다.
정부와 국회는 3차 상법 개정안도 추진 중이다.
증권가에서는 배당소득 분리과세 세율과 자사주 소각 의무화를 골자로 한 3차 상법 개정 등 시장 친화적인 정책이 입안된다면 코스피에 '강력한' 상승 동력을 달아줄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투자증권 정다솜 연구원은 "자사주를 취득하고 소각하지 않는 것은 글로벌 스탠더드에서 벗어난 것으로 한국 시장이 선진시장으로 거듭나기 위해서 꼭 필요한 부분"이라며 "3차 개정안에서 논의 중인 자사주 소각 의무화 등은 국내 증시에 미치는 영향력이 큰 만큼 시장의 관심이 제고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 주주 환원 강화에 금융·지주株 '재부각'
두 차례 상법 개정으로 특히 주목받은 종목은 금융(증권·보험) 및 지주 업종이었다.
새 정부 출범일인 6월 4일 이후 지난 29일까지 KRX 증권 지수 등락률(시작일 기준가 대비 종료일 종가)은 43.90%, KRX 보험 지수는 33.68%, KRX 금융 지수는 32.77%를 기록했다.
증권의 경우 KRX 단일 업종 중에서는 정보기술, 반도체, 기계장비, 자동차 다음으로 높다.
지주 업종은 지난 7월 1일 국민의힘이 정부·여당이 추진하는 상법 개정안을 전향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히자 일제히 강세를 보였다.
당시 유가증권시장에서 HS효성[487570]은 전장보다 29.93% 오른 9만1천600원을 기록하며 상한가에 장을 마쳤다. 이외에도 크라운해태홀딩스[005740](21.19%), 한화[000880](15.38%), 풍산홀딩스[005810](12.1%), SK[034730](9.54%), LS[006260](7.11%), LG[003550](4.27%), CJ[001040](2.8%) 등이 동반 상승했다.
다만 같은 달 4일 국회 본회의 통과 당일에는 차익실현 매물이 출회되면서 그간 상법 개정 기대로 올랐던 일부 지주사 종목 주가가 하락했다.
2차 상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던 지난 8월 25일에도 지주 업종은 강세였다.
SK그룹의 중간 지주사인 SK스퀘어[402340]는 전 거래일 대비 7.10% 오른 14만4천800원에 거래를 마쳤다. 롯데지주[004990](4.27%), HD현대[267250](2.02%), 한화(1.85%), CJ(2.35%) 등도 올랐다.
현대차증권 김한이 연구원은 "상법 개정으로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기대가 커지면서 지주 업종이 동반 상승했다"면서 "증시 부양, 주주가치 제고 등 정책 기대감이 해당 업종 주가와 동행하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대신증권 리서치센터는 최근 내놓은 '2026년 산업전망' 보고서에서 "3차 상법 개정, 배당소득 분리과세 최고 세율 인하, 고배당 기업 펀드 편입, 세제 혜택 등 우호적인 정책이 여전히 대기하고 있다"며 "내년에도 금융 관련 업종 전망은 긍정적"이라고 밝혔다.

◇ 주주 중심 패러다임 전환…행동주의 펀드 광폭 행보 가능성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일련의 상법 개정으로 기업의 지배구조 패러다임이 오너를 비롯한 소수 경영진에서 주주 중심으로 전환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주목받는 내용은 상장사의 사외이사를 독립이사로 전환하고 독립이사의 이사회 내 의무 선임 비율을 늘리는 동시에 감사위원 선임·해임 시 최대 주주와 특수 관계인의 의결권을 합산 3%로 제한하도록 한 '3% 룰'이다.
해당 규정은 내년 하반기 시행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업계는 내년 3월 정기 주주총회 시즌을 시작으로 향후 소액 주주 및 기관 투자자 중심의 주주 행동주의가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김남은 아주기업경영연구소 부본부장은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 확대가 이사 충실 의무의 '대상'으로서 주주가 추가된 것인지 혹은 '내용'으로서 주주가 추가된 것인지 학설이 대립하나 어느 학설에 의하든지 이사에 대한 배임죄 성립 가능성은 증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위법 행위 유지 청구 또는 가처분 신청 시 이사 충실 의무 이유로 인용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으며 행동주의 펀드 또는 소수 주주에 의한 주주 활동이 활발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성훈 키움증권 연구원도 "상법 개정으로 주주 행동주의 캠페인은 가속할 것"이라며 "2024년 기준 한국은 전 세계에서 세 번째로 주주 행동주의 캠페인이 많은 국가로 자리매김했다"고 전했다.
실제로 글로벌 리서치업체 '딜리전트 마켓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주주행동주의의 대상이 된 한국 기업은 2020년 10개 사에서 지난해 66개 사로 급증했다. 아울러 금융감독원 공시에 따르면 올해 정기주총에서 총 42개 상장회사에 164건의 주주제안이 상정됐는데, 이는 전년도 137건보다 20% 늘어난 결과다.
이 연구원은 그러면서 "향후 국내 토종 기관 투자자, 소액 주주 연대, 연기금, 외국계 행동주의 펀드 등 주주 행동주의는 국내 기업의 밸류업으로 연결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업계에서는 임원의 '셀프 보수 결의' 사안도 내년 정기 주총 시기 주요 이슈로 제기될 것으로 예상했다.
앞서 대법원은 지난 4월 홍원식 전 남양유업 회장이 자신의 이사 보수 한도 결의에 찬성표를 던진 2023년 주총 결의가 무효라고 판단한 원심을 확정했다.
한 행동주의 펀드 관계자는 "대법원 판례로 이사인 임원이 자신의 보수를 직접 결정하는 관행에 제동이 걸린 것"이라며 "주주 권익 강화를 위한 행동주의 펀드들의 목소리가 한층 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eu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