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CNBC, 실질적 수요와 수익성에 맞춘 전략 필요 조언
GM·포드 등, 투자 축소 및 생산물량…HEV 등 다양한 옵션 제시
"내년 이러한 전략 성공여부 결정될 것"

(서울=연합뉴스) 김보경 기자 = 글로벌 자동차 업계가 수요보다 앞서간 전기차 집중 전략을 취하다 낭패를 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업체들은 캐즘(일시적 수요둔화)과 미국 전기차 보조금 종료 등으로 전기차 '올인' 전략을 하이브리드(HEV) 등 멀티 파워트레인 전략으로 속속 수정하면서 내년은 이러한 전략의 성공 여부가 결정될 분기점이 될 전망이다.
28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미국 경제매체 CNBC는 최근 '전기차 시장의 현실이 다가올 시간'이라는 기사에서 글로벌 자동차업체들이 초기의 낙관적 기대를 버리고 현실적인 수요와 수익성에 맞춘 전략을 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 매체는 미국을 비롯한 글로벌 자동차 업계가 지난 5년간 수십억 달러를 전기차에 투자했지만, 최대 7천500달러에 이르는 미국의 세액공제 종료 등으로 소비자 수요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10%를 넘겼던 미국 자동차 시장의 전기차 점유율도 곧 한 자릿수 중반 수준으로 떨어질 것이라고 매체는 전문가들의 말을 빌려 전했다.
이에 따라 자동차 최대 시장인 미국 브랜드를 중심으로 전기차 '올인' 전략이 빠르게 백지화되고 있다.
글로벌 5위 완성차그룹인 GM의 메리 바라 회장은 "규제 환경이 180도 뒤집혔다"며 전기차 투자 축소를 결정했다.
GM은 전기차 전략 수정에 따라 16억달러 규모의 재무적 영향을 예상하고 있다.
또 전동화 속도 조정에 맞춰 공장의 인력 및 모델 믹스 재편을 추진 중이고, 일부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생산을 중단하기도 했다.
포드도 "사람들의 기대가 아닌, 소비자가 실제 있는 곳으로 시장을 따라가겠다"며 전기차 전략 수정 의지를 밝혔다.
포드는 전기차 사업 우선순위를 전면 재조정하며 올해 4분기 195억달러의 특별손실을 재무제표에 반영할 계획이다.
아울러 차세대 대형 순수 전기 F-시리즈 트럭 프로젝트를 취소하고 F-150 라이트닝을 장거리 주행이 가능한 확장 주행 하이브리드로 전환하는 한편 일부 전기차 배터리 공장은 정지형 에너지저장장치(BESS) 생산 기지로 전환할 계획이다.
전기차 판매가 증가하고 있는 유럽 브랜드도 전략 수정에 나섰다.
글로벌 2위 완성차그룹인 폭스바겐그룹은 유럽 내 전기차 수요 둔화와 비용 부담 심화를 이유로 독일 드레스덴 공장의 전기차 생산을 종료하고 공장 폐쇄를 결정했다.

글로벌 완성차 브랜드들이 전기차 '올인' 전략을 버리고 채택하고 있는 것은 바로 멀티 파워트레인 전략이다.
GM과 포드 등은 하이브리드,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 전기차를 병행하는 멀티 파워트레인 전략을 공식화하고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재도입과 하이브리드 라인업 확대 계획을 내놨다.
포드는 2030년까지 글로벌 판매의 절반을 하이브리드와 주행거리 연장 전기차(EREV), 전기차가 차지하도록 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고, GM 역시 향후 수년 내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를 다시 선보이겠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테슬라의 성공을 전기차 시장 전체 수요로 오판한 것이 이러한 전략 실패로 이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S&P 글로벌 모빌리티는 "테슬라는 단순한 전기차가 아니라 소프트웨어 중심의 테크 제품이었다"며 이같이 분석했다.
CNBC는 "글로벌 완성차 기업들이 전기차 현실주의에 얼마나 빨리 적응하는지에 따라 브랜드의 성패가 결정될 것"이라며 "내년이 이러한 전략의 성공 여부가 드러나는 분기점"이라고 전했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브랜드들이 고객 수요보다 너무 앞서갔다는 점을 인정하며 다양한 파워트레인을 제공하는 전략으로 전환하고 있다"며 "이 전략이 성공을 거둘지는 내년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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