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PU 대량 확보·국가 AI 드라이브 본격화
인재 유출·투자 격차가 과제로

(서울=연합뉴스) 한상용 조성미 기자 = 내년에 우리나라가 글로벌 인공지능(AI) 패권 경쟁에서 살아남아 미국, 중국에 이어 'AI 3강'에 진입할 발판을 마련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내년 1월 AI 기본법 시행과 함께 정부가 내건 'AI 3강 도약' 구상이 새해부터 제도화 단계에 들어서기 때문이다.
AI 인프라는 미국·중국을 제외하면 영국, 캐나다, 일본 등 주요국과 비교해 뒤처지지 않는다는 평가가 나온다.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공개, 오픈소스 방침, 그래픽처리장치(GPU) 대량 확보, AI 데이터센터 확충 등 핵심 정책도 이미 가동에 들어갔다.
정부는 내년부터 국가적 역량을 집중 투입해 AI 산업을 키우겠다는 방침을 공식화했다.
다만 현실은 낙관만 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정보통신(IT) 업계에서는 AI 인재 확보와 지속적인 대규모 투자라는 과제를 넘지 못할 경우 'AI 3강'은 물론 '5강' 진입도 쉽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 정부 주도 AI 정책 가속…GPU·데이터센터 확충
한국의 강점은 정부와 민간 기업 모두 'AI 정책' 추진에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데다 탄탄한 ICT 기술력을 확보한 점이 꼽힌다.
민관이 '원팀'으로 나서 지난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엔비디아로부터 첨단 그래픽처리장치(GPU) 26만장을 확보한 게 대표적 사례다.
AI 모델·서비스 개발을 위한 컴퓨팅 자원은 세계 3위 수준으로 뛰어오를 도약대를 마련한 셈이다.

삼성전자·현대차·네이버·SK 등 기업들은 각각 하이퍼스케일 데이터센터를 새로 짓거나 엔비디아 칩을 기존 인프라에 결합하며 새로운 AI 모델과 서비스를 개발하는 데 사활을 걸고 있다.
정부 확보분 5만2천장 중 1만장이 내년 2월부터 스타트업·학계·연구계에 풀리는 것을 시작으로 2030년까지 단계적으로 도입되는데 지금까지 AI 모델·서비스를 개발하고 싶어도 컴퓨팅 인프라가 부족했던 국내 AI 산업계의 갈증을 해소할지 주목된다.
엔비디아 GPU 정부 확보 분량 5만2천장 중 올해 추경 예산 구매분 1만3천장과 슈퍼컴퓨터 6호기에 쓰이는 9천장을 제외하면 내년 3만장이 본격적으로 국내로 들어온다.
내년에 2조800억원치의 첨단 GPU 1만5천장이 산업계를 중심으로 공급되고 2027년 가동 예정인 국가AI컴퓨팅센터에도 1만5천장이 도입된다.
정부가 국가대표 AI를 만들겠다며 야심 차게 추진하는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사업도 윤곽을 드러내게 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정예팀 5곳으로 뽑힌 네이버클라우드, LG AI연구원, 업스테이지, SK텔레콤[017670], NC AI 가운데 1곳을 내년 1월 탈락시키고 향후 6개월 단위로 평가를 진행해 지원 대상을 좁혀갈 계획이다.
최종적으로 '진짜 국대 AI'로 선정될 파운데이션 모델 1∼2개에는 컴퓨팅 인프라, 데이터, 인재가 전폭적으로 지원될 계획으로 개발된 모델은 오픈소스로 공개돼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인 '모두의 AI' 정책을 펴는 데도 활용된다.
여기에다 네이버·카카오·삼성전자·LG 등 국내 대기업도 초거대 AI와 자체 대형언어모델(LLM) 개발에 투자를 늘리고 있다.
◇ AI 기본법 시행 앞두고 산업계 긴장
내년에 한국의 AI 국면에서 한 가지 특기할만한 점은 우리나라가 내년 1월 AI 법규를 전면적으로 시행하는 첫 국가가 될 예정이라는 점이다.
우리나라는 내년 1월 22일 '인공지능 발전과 신뢰 기반 조성 등에 관한 기본법'(AI 기본법)을 시행할 예정이다.
유럽연합(EU)은 우리보다 AI법 제정에서 앞섰지만, 단계적 시행을 채택한 데다 본격적인 고영향(사실상 고위험) AI 규제의 적용 시점을 내년 8월에서 2027년 말로 늦추려는 움직임을 보여 우리나라가 전면 시행에서는 앞서는 상황이 됐다.
AI 기본법을 어떻게 적용하느냐에 따라 '양날의 칼'이 될 수도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딥페이크 범죄 등 AI에 의한 '허위·조작정보' 폐해를 적절히 규제하는 것은 필수라는 여론이 어느 정도 형성됐다.
동시에 스타트업을 중심으로 한 AI 산업계에서는 핀셋 적용이 아닌 포괄적이고 지나치게 방대한 규제 사항이 도입돼 산업 진흥을 위축시킨다는 업계 우려 역시 크다.
정부의 빠른 정책 전환과 탄탄한 ICT 기반은 한국 고유의 장점으로 평가받는다.
한국 입장에서 'AI 3강' 자리를 두고 경쟁해야 할 국가로는 영국, 캐나다, 싱가포르, 일본, 독일, 프랑스 등이 꼽히는데, 우리로선 우위 사항으로 평가받을만하다.
실제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최근 AI·반도체·양자 등 12대 전략기술을 제시하며 'AI 국가전략 새판'을 선포까지 했다.
서울을 비롯해 세종, 대구, 판교 등 AI 거점 지구의 조성이 본격화되고 있다.
정부가 추진 중인 'AI 공공 데이터 센터'와 '전국 AI 랜드마크' 구축 구상은 산업 현장에서 AI를 빠르게 적용할 수 있는 인프라를 마련한다는 점에서 주목받는다.
◇ 인재·투자·시장 규모 한계는 숙제
AI 인프라와 국가적 정책 드라이브는 강점이지만 극복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특히 AI 개발 핵심 요소인 인재 확대가 최대 걸림돌로 지목된다.
대한상공회의소에 따르면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국 가운데 AI 인재 순유입이 35위였다. 공부하고 실력 쌓은 AI 관련 인재들이 한국에 머물지 않는다는 의미다.
국내 주요 IT·플랫폼 기업들이 AI 분야에 적극 투자한다고 해도 영국, 캐나다의 투자 규모에는 미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AI 스타트업에 대한 벤처투자 규모에서도 격차는 뚜렷하다.

2023년 미국과 중국에서 유입된 AI 투자액은 한국 대비 수십 배 이상 많았다.
국내 AI 시장 규모가 세계 주요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크지 않은 만큼 투자한 만큼 수익성을 낼 수 있을지도 미지수이다.
민간 기업의 지속적 대규모 투자가 어려워질 경우 민간의 AI 사업 추진력도 떨어지게 돼 기술 사업화 속도가 느려질 수도 있다.
위정현 중앙대 가상융학대학 학장은 "현재 글로벌 AI 시장 판도는 '2강5약'으로 분석되지만 여전히 한국 입장에서는 3강 진입을 위한 과제가 많다"며 "국내 시장 상황을 감안해 수익성 높은 비즈니스 AI 모델 개발에 주력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위 학장은 이어 "민간 기업의 AI 역량 강화를 위해서는 정부의 개입을 최소화하면서도 인재 확보 차원에서 기업과 대학을 적극 지원하되 자율성은 최대한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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