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 여당, 'FTA 미체결국 관세 인상안' 연내 처리 속도
정부 압박에 '신속 논의' 기류 변화 관측…"가결시 최대 타격은 중국"

(멕시코시티=연합뉴스) 이재림 특파원 = 우리나라의 주요 흑자 교역국 중 하나인 멕시코가 한국과 중국 등 자유무역협정(FTA) 미체결국을 상대로 한 최대 50% 관세 부과 안의 연내 처리 가능성을 높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멕시코 거대 여당인 국가재생운동(모레나·MORENA)의 리카르도 몬레알(65) 연방 하원 원내대표는 8일(현지시간) 자신의 엑스(X·옛 트위터)에 게시한 3분 6초 분량 동영상에서 "이번 주 하원에서는 일반수출입세법 정부 개정안에 대해 논의하고 필요할 경우 이를 승인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몬레알 멕시코 여당 원내대표는 "일반수출입세법은 생산 강화, 고용 보호, 핵심 산업 분야에서의 국내 산업발전 촉진 등을 꾀하기 위한 전략 법안"이라면서 "특히 우리 국민을 위한 수많은 일자리를 창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지난 9월 멕시코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정부는 17개 전략 분야에서 자동차 및 자동차 부품, 철강 및 알루미늄, 플라스틱, 가전, 섬유 등 1천463개 품목을 선정해 세계무역기구(WTO) 규정에 저촉되지 않는 범위 안에서 최대치의 관세를 차등해 부과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멕시코 정부 구상에 따르면 현재 0∼35%대 품목별 관세율은 최대 50%까지 상향될 수 있다.
멕시코 여당은 연방 하원 500석 중 253석, 연방 상원 128석 중 67석 등 양원 모두 과반을 차지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출범한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정부의 각종 입법안에 대해 지금까지 별다른 이의 없이 가결 처리해 왔다.
다만, 관세 인상안에 대해서는 멕시코 경제계의 우려 속에 여당과 그 동맹 세력으로부터 광범위한 지지를 얻지 못했다.
관련 맥락에서 멕시코 하원 경제통상위원회는 지난 10월 28일 일반수출입세법 정부 개정안에 대한 심의·승인 기한을 66대 하원 활동 종료 시점인 2027년 8월 31일까지로 연장하는 안건을 통과시켰다.
하원 소위의 해당 결정은 입법 의제 논의 기한을 확보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됐는데, 이를 두고 멕시코 일부 경제전문 매체는 "관세 인상을 놓고 여당에서조차 의견이 분분하다는 방증"이라는 평가했다.

그러나 최근 셰인바움 대통령이 멕시코시티에 있는 대통령궁에서 여당 의원들과 비공개 회동을 하고 연말 전 법안 통과를 촉구했다는 이야기가 멕시코 정가에서 흘러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 현지 언론을 비롯해 로이터통신이 관련 보도를 했는데, 대통령실에서는 구체적인 논평을 내놓지 않았다.
법안 처리를 위해 자동차 부품과 일부 원자재에 부과될 수 있는 관세 인상 폭을 완화하고 부과 대상 품목을 조정할 수 있다는 예상도 제기됐다.
올해 중 관세 인상안을 입법화하려는 정부 압박에 '숙의가 필요하다'는 기존 여당 내 기류에 변화가 감지됐다는 뜻이다.
관련 움직임은 멕시코 관세 인상 추진이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 관련 논의를 앞두고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와의 협상 도구를 확보하기 위한 차원이라는 분석과도 맞물린다.
셰인바움 정부가 멕시코 최대 교역국인 미국과의 블록경제 통상 질서 유지에 사활을 걸고 있는 만큼, FTA 미체결국 관세를 USMCA 무관세 '현상 유지' 논거로 삼고자 신속 처리를 원하고 있다는 것이다.

멕시코 관세 부과 대상국은 FTA를 체결하지 않은 국가로 명시돼 있다. 멕시코를 대(對)중남미 최대 교역국으로 둔 한국도 중국, 인도, 태국 등과 함께 이에 해당한다.
실제 관련 법안이 처리되면 현재로선 중국이 가장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 멕시코 정부의 통상 관련 데이터를 보면 중국은 2024년에만 멕시코를 대상으로 1천200억 달러(176조원 상당) 흑자를 기록했다.
한국에도 역시 적지 않은 영향이 예상된다.
멕시코 중앙은행과 경제부 자료를 분석한 결과 한국은 현지 당국에서 관련 자료를 온라인으로 공개하기 시작한 1993년 이래로 내내 멕시코를 상대로 무역수지 흑자를 기록한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해의 경우엔 수입액보다 수출액이 168억3천800만 달러(24조7천억원 상당) 더 많았던 것으로 집계됐다. 올해 역시 3분기까지 120억9천800만 달러(17조8천억원 상당) 흑자를 보고 있는 것으로 추산됐다.
주요 수출품은 기계 및 자동차 부품과 전자기기 부품으로, 지난해 기준 대략 30% 안팎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중 일부는 멕시코 정부에서 지정한 전략 품목으로서 관세 인상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이 있다.
walde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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