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핵화 지지하나" 질문에 외교부 답변…목표 공식 폐기 없이 모호한 태도

(베이징=연합뉴스) 정성조 특파원 = 중국이 최근 발표한 군비 통제 관련 백서 개정판에서 '한반도 비핵화를 지지한다'는 문구를 삭제한 것을 두고 배경에 관심이 모이는 가운데, 중국 외교부는 "한반도 입장은 일관된다"는 언급을 반복했다.
궈자쿤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8일 정례 브리핑에서 "중국 정부의 한반도 비핵화에 관한 입장에 변화가 있는가, 여전히 한반도 비핵화를 지지하는가"라는 취재진 질문에 "중국의 반도(한반도) 문제에서의 입장은 일관되고 명확하다"고 답했다.
앞서 중국 국무원은 지난달 27일 '신시대 중국의 군비 통제, 군축 및 비확산'이라는 제목의 백서를 발표했다. 2005년 9월 발표한 '중국의 군비 통제 및 군축' 백서를 업데이트한 이번 백서에 한반도 비핵화와 관련된 서술이 확연히 달라졌다는 지적이 나왔다.
2005년 군축 백서는 '국제 군비 통제와 군축을 적극 추진' 부분에서 "관련 국가들이 한반도, 남아시아, 동남아시아, 중동 등에서 비핵지대를 설립한다는 주장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올해 백서에는 '핵 비확산' 부문에 "중국은 조선반도(한반도) 문제에 대해 공정한 입장과 올바른 방향을 견지하고 항상 반도의 평화·안정·번영에 힘써왔으며 반도 문제의 정치적 해결 과정에 전념하고 있다"며 "관련 당사국이 위협·압박을 중단하고 대화와 협상을 재개해 정치적 해결을 촉진하며 반도의 장기적 안정과 평화를 실현하는 데 건설적인 역할을 발휘하기를 촉구한다"는 문구가 담겼다.
'한반도 비핵화' 표현을 빼고 한국·미국 등을 포함한 '관련 당사국'의 대북 압박 중단 요구와 한반도 안정 문제만 강조한 셈이다.
이번 백서에서 '한반도 비핵화'라는 표현이 생략된 것을 두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전문가들을 인용, 중국이 미국과의 전략 경쟁을 우선시함에 따라 '북핵 불용'이라는 기존 입장을 바꿔 북한을 핵무장 국가로 '암묵적으로 용인'했음을 시사한다고 전하기도 했다.
중국 군축 백서에서 '한반도 비핵화'가 사라진 것은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지난 5일 공개한 국가안보전략(NSS) 문건에서 한반도 비핵화를 전혀 언급하지 않은 점과 맞물려 주목받기도 했다.
중국은 공식적으로 한반도 비핵화 노선을 폐기하지 않았지만, 이를 명시적으로 언급하는 일은 이제 흔치 않아졌다.
최근 사례를 보면 작년 3월 왕이 중국공산당 중앙외사판공실 주임(외교부장 겸임)이 내·외신 기자회견에서 '한반도 문제의 처방전'으로 "쌍궤병진(雙軌竝進·비핵화와 북미평화협정 동시 추진)과 단계적·동시적 원칙"을 재확인했다.
올해 5월 국무원이 발표한 '신시대 중국 국가 안전(안보)'에도 "지속해서 조선반도 문제의 정치적 해결에 힘을 쏟고, 반도의 평화 메커니즘 건설과 반도 비핵화 프로세스를 병행추진하며, 각 당사국의 합리적 우려를 균형 있게 해결한다"는 입장이 언급됐다.
하지만 지난해 왕 주임의 기자회견 두 달 뒤 서울에서 열린 제9차 한중일 정상회의에선 '한반도 비핵화'를 공동목표로 천명했던 2019년 제8차 회의 때와 달리 북한·북핵 위협에 관한 3국의 합의가 언급되지 않는 등 한반도 비핵화에 관한 중국의 입장이 '일관된' 것이 맞는지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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