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국자만 출마' 제도 도입 후 두번째 선거…당국, 화재참사 민심 다잡기 나서

(베이징=연합뉴스) 정성조 특파원 = 최소 159명의 사망자가 나온 아파트 화재 참사 이후 열린 홍콩 입법회 선거의 최종 투표율이 '역대 최저'였던 지난 2021년보다 약간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8일 홍콩 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전날 홍콩 지역구 유권자 131만7천682명이 투표해 최종 투표율은 31.9%가 됐다.
중국 중앙정부가 2021년 '애국자만'(patriots-only) 출마할 수 있다는 조건을 달아 홍콩 선거제를 뜯어고친 직후 열렸던 입법회 의원 선거 투표율 30.2%를 1.7%포인트 웃돈 것이다.
다만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이번 선거에 실제 투표한 사람은 2021년보다 오히려 3만3천명 줄었다고 설명했다. 이번 선거 등록 유권자 숫자(413만1천명)가 2021년보다 34만명(7.6%) 감소했기 때문이다.
'웡 푹 코트' 화재 참사가 발생한 타이포 지역을 포함하는 신계 동북부 선거구 최종 투표율은 30.15%로 10개 지역구 가운데 유일하게 31%를 넘기지 못했다.
2012년 53.05%, 2016년 58.28% 등 50%를 넘겨왔던 홍콩 입법회 의원 선거 투표율은 '애국자만' 선거제 도입 이후인 2021년부터 뚝 떨어진 상황이다.
전통적으로 홍콩 유권자의 약 60%가량이 범민주 진영에 표를 던져왔는데, 선거제 개편 이후 이들이 선거에 관심을 두지 않게 됐다는 평가가 제기된다.
2023년 12월 구의원 선거 투표율은 27.5%로 역대 홍콩에서 치러진 모든 선거 가운데 가장 낮게 나오는 등 홍콩 주민들의 선거 참여도가 눈에 띄게 낮아졌다.
최소 159명의 사망자를 낸 지난달 26일 '웡 푹 코트' 아파트 화재 참사 이후 11일 만에 치러진 전날 입법회 선거에선 총 90석의 입법회 의석을 새로 구성했다.
20석은 10개 선거구 주민이 직접 선출하고, 친중 진영이 장악한 선거인단(선거위원회)이 40석을 뽑았다. 나머지 30석은 업계 간접선거를 통해 뽑는 직능대표 의석이다.
총 161명의 후보자 가운데 '야권' 성향으로 분류되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올해 2월 제1야당 민주당이 해산을 결정한 데 이어 6월에는 마지막 남은 야당인 사회민주당연맹(LSD)까지 사라지면서 홍콩 내 '공식' 민주화 세력은 존재하지 않게 됐다. 이런 상황에서 온건한 목소리를 내온 정치인을 포함해 현직 의원의 40%에 해당하는 35명이 이번에 불출마했고, '신인'들이 그 자리를 채우게 됐다.
중국·홍콩 당국은 선거 참여도 저하 속에 화재 참사까지 겹쳐 민심 악화 우려가 나오자 비판 여론을 '반중·반정부' 세력으로 규정하고 강하게 단속하기도 했다.
홍콩 정부는 투표 시간 연장과 투표소 추가 설치, 투표 휴가 독려, 상점 할인 등으로 투표율 높이기에 나섰다. 이번 선거에 불참하거나 무효표를 던지라는 말을 온라인 등에서 한 혐의로 11명이 체포됐고, 6일에는 외신 매체들을 불러 화재 참사와 관련한 '허위·왜곡 보도'를 하지 말라고 경고하는 등 분위기 다잡기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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