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사되면 러 물류동맥에 진치고 서방제재 무력화
미국 골머리…중국도 이미 아프리카 전역에 거점 확보
(서울=연합뉴스) 곽민서 기자 = 수단 군사 정부가 아프리카의 전략적 요충지인 홍해 항구를 러시아에 25년간 임대하겠다고 제안했다.
제안이 성사되면 러시아는 아프리카에 첫 해군 기지를 두게 되는 동시에, 홍해의 핵심 해상 교통로를 장악할 수 있는 전략 거점을 확보하게 된다.
수단 군사 정부는 지난 10월 러시아에 이 같은 내용을 제안했다고 1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제안이 성사되면 러시아는 홍해 항구에 최대 300명의 병력을 주둔시키고, 핵추진 선박을 포함한 군함을 최대 4척까지 정박할 수 있게 된다.
러시아는 아프리카에서 세 번째로 큰 금 생산국인 수단의 광산 채굴권에서도 우선권을 확보한다.
수단 당국은 대가로 러시아의 첨단 대공 시스템과 무기 등을 제공받는다. 최근 반군 신속지원군(RSF)과의 내전에서 열세에 몰린 수단 정부가 무력을 확보하기 위해 항구를 개방하려 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수단 정부와 러시아 크렘린궁은 WSJ의 논평 요청에 별도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다만 러시아는 최근 5년간 수단 항구에 영구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권한을 얻기 위해 공을 들여왔다고 WSJ은 분석했다.
현재 러시아 해군은 선박을 보급하거나 수리할 수 있는 부동항이 없어 활동에 제약을 받고 있는데, 만약 리비아나 홍해에 기지가 건설되면 러시아군은 지중해와 인도양에서도 장기간 활동할 수 있게 된다.

동시에 러시아는 유럽과 아시아를 잇는 최단 경로이자 전 세계 무역 운송의 12%를 담당하는 수에즈 운하의 해상 교통망을 전략적으로 유리한 위치에서 주시할 수 있다.
아프리카에서 미국 특수작전부대를 지휘했던 마크 힉스 예비역 공군 소장은 "기지 계약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확실히 좋은 제안"이라며 "아프리카에 기지를 두는 것은 "러시아에 더 큰 국제적 위신과 영향력을 부여하여 러시아의 영향력을 강화한다"고 WSJ에 말했다.
반면 러시아와 중국이 아프리카 항구를 장악하지 못하도록 견제해온 미국의 입장에서는 우려가 커질 것으로 보인다. 유사시 러시아가 군함을 재무장하거나, 주요 해상 교통로를 봉쇄할 수 있다는 점에서다.
한 미국 고위 당국자는 "리비아나 수단 항구에 러시아 기지가 들어설 경우 러시아가 해외에서 군사적 영향력을 확대하고 사실상 제재 없이 활동할 수 있는 능력이 커질 것"이라고 WSJ에 말했다.
중국 역시 최근 아프리카 해상 영향력 확대에 공을 들이고 있다.
중국은 인프라 구축 사업의 일환으로 아프리카 전역에 상업 항구를 건설했으며, 2017년에는 홍해와 아덴만, 인도양을 연결하는 아프리카 동북부 지부티에 첫 해외 해군 기지를 완공했다.
mskwa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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