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회서 보수인사 영향력 차단하고 사장 보조 목적

(서울=연합뉴스) 김연숙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연설 짜깁기 논란으로 전례 없는 위기에 놓인 영국 공영방송 BBC가 정치 편향 논란에 대응하기 위해 후속 조치에 나선다.
23일(현지시간) 영국 매체 가디언에 따르면 BBC는 편집지침·표준위원회(EGSC)를 확대하고, 사장을 보조하는 부국장 직책을 신설하는 방안을 계획 중이다.
EGSC는 편집 관련 문제를 다루는 이사회 산하 내부 기구다. 구성원을 확대함으로써 특정인이 위원회에서 지배적인 발언권을 얻지 못하도록 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이에 따라 이번 논란을 의도적으로 키웠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보수 성향의 BBC 이사 로비 깁의 영향력은 축소될 것으로 예상된다.
보리스 존슨 총리(보수당) 집권 시절 BBC 이사로 임명된 깁은 '진정한 대처주의 보수주의자'를 자처하며, 그동안 BBC 방송에 대해 우파 진영의 목소리를 담으려 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그는 이번 공정성 논란을 제기한 문제의 보고서를 작성한 EGSC 외부 자문위원인 마이클 프레스콧의 임명 과정에 깊이 관여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EGSC 위원으로서 BBC 정치 편향 논의에서 상당한 발언권을 갖고 있었다.
이에 영국 일부 의원들과 BBC 직원들은 그의 이사직 해임을 요구해왔다.
BBC 최대 노조는 "BBC를 약화시키고 정치적 공정성에 영향을 미치려는 캠페인에 동조하거나 적극 가담하는 것으로 알려진 인물이 이사회 주요 직책을 차지하고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번 사태는 BBC가 작년 11월 미국 대선 직전에 방영한 다큐멘터리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2021년 1월 6일 의회 폭동을 선동한 것처럼 연설을 편집했다는 비판이 제기되면서 시작됐다.
이에 대한 책임을 지고 팀 데이비 BBC 사장과 데버라 터네스 뉴스·시사 총책임자가 사임했다.
사미르 샤 BBC 이사회 의장은 BBC 운영에 어려움이 너무 커서 데이비 사장의 후임자에게 차석 역할을 하는 사람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데이비 전 사장은 편집책임자를 지내긴 했지만, 제작 관련 경험이 많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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