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스파이 추모 명단 포함된 '백색테러 위령제'…정부 "대만 존엄 훼손" 비판

(베이징=연합뉴스) 정성조 특파원 = 대만 제1야당이자 원내 제1당인 중국국민당(국민당)의 신임 당수가 중국공산당 간첩이 추모 대상에 포함된 '백색테러' 피해자 추모식에 참석해 논란이 일고 있다고 연합보·중시신문망 등 현지 매체들이 10일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정리원 국민당 주석은 지난 8일 '대만 지역 정치 수난인(피해자) 상호부조회'가 주최한 백색태러 추계 추모 위령제에 참석했다.
백색테러는 1940년대부터 1987년 대만 계엄령 해제 무렵까지 국민당 독재 시기에 벌어진 각종 국가폭력 사건을 통칭하는 개념이다. 이 시기 국민당 정권은 중국 대륙을 차지한 중국공산당의 위협으로부터 대만을 지킨다는 명분을 내세우면서 정치적 반대파를 포함한 각계 인사들을 억압했고, 수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었다.
그런데 이 행사의 추모 대상에 중국이 대만 정부 안에 심어놓은 최고위급 첩보원 우스(吳石·1984∼1950)가 포함됐다는 점이 논란이 됐다.
대만 국방부 참모차장에까지 올랐던 고위급 군인 우스는 극비 군사 정보를 중국군에 전달한 인물로, 1950년 대만 당국에 의해 사형당했다. 관영 중국중앙TV(CCTV)가 올해 만든 첩보 드라마에 등장하는 등 중국에서도 잘 알려진 인물이다.
당초 대만 주최 측은 이번 추모 행사가 우스와 무관하다고 밝혔으나 행사 현장에서 우스의 이름은 '희생 열사' 명단에 사진과 함께 들어가 있었다.
정리원 주석은 추모 행사가 열린 마창팅기념공원이 민주진보당(민진당) 소속 천수이볜 전 타이베이시장 시절 착공돼 국민당의 마잉주 전 시장 시기 완공됐다며 "양대 정당이 전후 90년대에 과거의 은원을 풀어놨음을 상징한다"고 했다.
정 주석은 국민당의 독재에 맞서며 만들어진 민진당에서 정치를 시작한 뒤 국민당으로 당적을 바꾼 인물이기도 하다.
그는 자신이 국민당에 들어가 처음 한 일이 국민당과 공산당의 화해를 추진한 것이었다며 "모든 사람은 정치적 신념 때문에 청춘과 생명을 내놔야 하는 참혹한 대가를 치를 필요가 없고, 이는 민주주의 전환 후 가장 기본적인 권리이자 우리의 한계선"이라고 강조했다.
정 주석은 아울러 "권위주의의 유령과 자유 발언을 억압하는 유령이 다시 대만을 뒤덮고 있다"며 최근 민진당 정권이 군부와 정계, 사회 각계에 있는 '중국 간첩'을 단속하고 있는 상황을 비판하기도 했다.
이 사안은 여야 대립이 심화한 대만 정계의 새로운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대만 정부의 중국 담당 기구인 대륙위원회는 행사 당일 입장을 내고 중요 정당의 책임자인 정리원 주석이 "공산당 간첩을 추모하는 행사를 정치적 입장 차이를 지키고 자유를 수호하는 것으로 미화했다"며 "대만의 존엄에 대한 가장 심각한 훼손"이자 "중화민국 천만 군민의 최대 모욕"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연합보에 따르면 한 익명의 국민당 입법위원은 "이번 추모 행사 전에 당내에서 정 주석에게 참가하지 말라는 경고가 있었지만 그는 참석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국민당 일각에선 정 주석의 행동이 민진당의 '홍색 칠하기'(중국공산당 편으로 몰기)에 힘을 실어준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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