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회 서울 아프리카페스티벌에서 발견한 '푸드 아프리카'
이은별 박사

[※ 편집자 주 = 연합뉴스 우분투추진단이 국내 주요대학 아프리카 연구기관 등과 손잡고 '우분투 칼럼'을 게재합니다. 우분투 칼럼에는 인류 고향이자 '기회의 땅'인 아프리카를 오랜 기간 연구해온 여러 교수와 전문가가 참여합니다. 아프리카를 다양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분석하는 우분투 칼럼에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을 기대합니다. 우분투는 '당신이 있어 내가 있다'는 뜻의 아프리카 반투어로, 공동체 정신과 인간애를 나타냅니다.]
해외여행을 가지 않고도 그 나라를 엿볼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바로 음식점을 찾는 것이다. 김치가 한국을 대표하듯, '무엇을 먹고 마시냐'는 곧 한 국가와 민족의 정체성을 보여준다. 요즘은 한국에서 세계 각국의 음식을 맛보는 것이 그리 어렵지 않지만, 여전히 아프리카 음식만큼은 쉽게 접하기 힘들다.
그런 의미에서 지난 9월13일 동대문역사문화공원(DDP)에서 열린 제8회 서울 아프리카 페스티벌(SAF, 이하 서아페)은 필자처럼 아프리카 정취와 사람들, 그리고 그들과 나눴던 음식들을 그리워하거나 아프리카라는 낯선 공간을 오감으로 느끼고 싶은 이들에게 특별한 자리였다.

사실 아프리카는 지역에 따라 저마다 요리 색채가 조금씩 다르다. 54개국을 '아프리카'로 뭉뚱그릴 수 없듯이 다채로운 요리 또한 하나의 틀로 단순화하기 어렵다. 예컨대 동아프리카는 인도양을 접한 무역의 요충지로 기능한다. 이곳에서는 아랍과 아시아권의 요리가 가미되고, 서아프리카는 대서양의 파고를 타고 온 이국의 향이 짙다. 남부 아프리카는 대항해 시대부터 전해진 네덜란드식 요리가, 그리고 북아프리카는 마그레브 특유의 지중해식 아랍 요리가 각각 주를 이룬다. 여기에 식민지 시기를 거치며 유럽 요리가 현지 음식과 어우러져 아프리카 각 지역은 서로 다르면서도 묘하게 닮은 요리 문화를 발전시켜 왔다.
필자는 짐바브웨에 머무는 동안 현지의 가정식 요리를 맛보는데 거리낌이 없었다. 그러던 중 푸드 칼럼니스트인 프레다(Freda Muyambo)의 쿠킹 클래스에 참여해 남부 아프리카의 대표 음식 몇 가지를 배웠다. 우리네 밥과 같이 주식에 해당하는 음식은 아프리카에서 비교적 손쉽게 재배할 수 있는 옥수수나 카사바 가루를 끓는 물에 넣어 걸쭉하게 만든 반죽 형태다.
지역에 따라 그 이름을 달리하는데, 짐바브웨는 싸자(Sadza), 남아공은 푸투(Phutu), 케냐와 탄자니아를 비롯한 동아프리카에서는 우갈리(Ugali)라 부른다. 보통 옥수수(Maize), 카사바, 수수, 기장 등의 가루를 혼합해 맛과 영양가를 높이고, 어떤 곡식 가루를 주재료로 했느냐에 따라 질감이 달라진다. 그렇다고 밥을 전혀 먹지 않는 것은 아니다. 짐바브웨에서는 땅콩을 볶고, 빻아 약간의 소금으로 간을 한 땅콩버터를 밥에 섞은 '피넛버터라이스'(Peanut butter rice)를 즐기며 탄수화물과 단백질을 채운다.

싸자와 함께 빠질 수 없는 반찬은 콩 요리다. 강낭콩의 일종으로 약간의 단맛이 나는, 울긋불긋 무늬의 슈가빈(Sugar bean)은 짐바브웨의 대표적인 식재료다. 주로 삶은 콩에 토마토와 양파, 향신료를 넣어 스튜 형태로 만든다. 여기에 소고기가 더해지면 완벽한 한 끼가 된다. 짐바브웨는 식민 지배를 받던 시기부터 백인 이주민들이 대규모 목축 농장을 운영해 안정적인 소고기 생산이 이어졌다. 소고기는 지금도 가장 일반적이고 선호도가 높다.
남아공을 포함한 남부 아프리카에서는 소고기를 바비큐처럼 구워 먹거나 토마토, 양파와 함께 볶은 '강고'(Gango)로 조리한다. 이번 서아페의 주한짐바브웨인 커뮤니티에서는 우족을 같은 방식으로 조리한 마존도(Mazondo)를 선보였다. 우족 특유의 냄새 제거와 콜라겐으로 진한 젤라틴 국물을 내기 위해 장시간 끓여야 하는 상당히 손이 많이 가는 요리인데, 고향의 맛을 한국인에게 소개하려는 이들의 정성이 더해져 짐바브웨 생각이 물씬 났다.

채소 반찬은 우리의 나물과 조금 닮았다. 케일보다 부드럽고 쓴맛이 덜한 '코보'(Kovo)를 잘게 썰어 모든 요리의 기본이 되는 토마토와 양파와 함께 볶아낸다. 한국에서는 샐러드용 생채소로 주로 먹는 케일류를 기름에 볶아 싸자에 곁들이면 그리 낯설지 않은, 색다른 풍미를 느낄 수 있다.
이번 서아페의 짐바브웨 부스를 위해 지난 8월 한국으로 입국한 한국국제협력단(KOICA) 연수생과 석사 과정에 진학하는 정부 장학생들이 짐바브웨의 국민 음료인 마조에(Mazoe)를 가져다줬다고 한다. 오렌지 향이 진한 마조에는 물이나 탄산수에 1:4 정도의 비율로 희석해 마시는 농축 음료다. 짐바브웨인들이 해외에 나갈 때도 2리터(ℓ) 큰 용기를 챙겨 나가는 '소울 음료'다. 아쉽게도 축제 시작 몇 시간 만에 모두 동이 나 맛은 볼 수 없었다. 그만큼 고향의 맛을 향한 그리움이 컸음을 보여줬다.
또 주일짐바브웨 대사관이 한국도 겸임하고 있어 일본에서 건너온 짐바브웨 관광 안내 책자와 장식품들이 부스 한쪽을 채우고 있었다. 요리부터 부스 운영까지 도맡으며 오랜만에 한자리에 모여 짐바브웨 현지어인 쇼나어로 회포를 풀었을 이들을 생각하니 축제 주최자와 참가자 모두가 행복한 '맛있는' 하루였지 않나 싶다.

이렇게 남부 아프리카를 맛볼 수 있는 완벽한 한 상이 차려졌다. 아프리카 알고보면, 한 끼 음식으로 공동체의 정체성을 지켜내고, 문화를 향유하고, 자신들의 온기와 이야기를 담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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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은별 박사
현 성균관대 컬처앤테크놀로지융합전공 초빙교수, 고려대 언론학 박사(학위논문 '튀니지의 한류 팬덤 연구'), 한국외대 미디어외교센터 전임 연구원, 경인여대 교양교육센터 강사 역임. 에세이 '경계 밖의 아프리카 바라보기, 이제는 마주보기' 외교부 장관상 수상, 저서 '시네 아프리카' 세종도서 선정 및 희관언론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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