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파괴공작' 의혹…관할권 문제로 형사처벌 무산

(베를린=연합뉴스) 김계연 특파원 = 핀란드 법원이 지난해 발트해 해저 케이블 훼손 사건으로 기소된 러시아 유조선 승조원들을 자국에서 처벌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헬싱키지방법원은 3일(현지시간) 핀란드에 관할권이 없다는 이유로 유조선 이글S호 선장과 선원 2명에 대한 공소를 기각했다.
법원은 이들의 혐의와 관련해 제기된 손해배상 소송도 핀란드 형법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기각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유엔해양법협약에 따라 선박이 등록된 국가 또는 피고인의 모국에 기소 권한이 있다고 판단했다.
이글 S호는 뉴질랜드 쿡제도 선적이다. 기소된 선장과 선원 1명은 조지아 국적, 다른 1명은 인도 국적이다.
이들은 지난해 12월 25일 핀란드만에서 이글S호 닻을 내린 채로 약 90㎞를 끌어 핀란드와 에스토니아를 연결하는 전력케이블 1개와 인터넷케이블 4개를 끊은 혐의로 기소됐다.
이글S호는 당시 휘발유 3만5천t을 싣고 발트해 동쪽 끄트머리에 있는 러시아 우스트루가항에서 출항해 이집트 포트사이드로 항해 중이었다.
유럽연합(EU) 등은 사건 직후 이 유조선을 러시아가 서방의 석유수출 제재를 우회하는 데 쓰는 일명 '그림자 선단' 소속으로 규정했다.
이글S호 사건은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발트해에서 잇따른 파괴공작에 대한 유럽 법원의 첫 재판이었다.
핀란드 검찰은 피고인들에게 각각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그러나 피고인들은 악천후와 기술적 결함으로 닻이 내려간 사고였을 뿐 고의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로이터는 국제해사법 규정과 범죄 의도 입증의 난관으로 사건이 복잡해졌다고 해설했다.
앞서 2022년 9월 발트해에서 발생한 러시아 가스관 노르트스트림 폭파 사건은 덴마크와 스웨덴·독일이 각자 수사했다. 스웨덴과 덴마크는 자국 배타적경제수역(EEZ)에서 폭발이 발생했으나 관할권 문제 등을 이유로 수사를 접었다.
이 사건은 가스관 종착점이자 용의자들이 해저 가스관에 폭발물을 설치하러 나가기 위해 선박을 빌리는 등 범행을 준비한 독일에서 수사 중이다.
독일 검찰은 우크라이나 국적 용의자 7명의 신원을 확인하고 체포영장을 발부했다. 이들 가운데 2명은 최근 이탈리아와 폴란드에서 각각 붙잡혀 독일로 송환 여부를 두고 재판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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