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부채 수준 양호…적자가 항상 나쁜 건 아냐"
"한미 관세협상 아직 안 끝나…디테일 해석 다를 우려"
"원화 가치 더 떨어질 가능성…환율이 한미협상 새 의제 될 수도"

(서울=연합뉴스) 이대희 기자 = 국제통화기금(IMF) 수석 이코노미스트를 지낸 모리스 옵스펠드(73) 미 UC버클리대 명예교수가 한국의 국가부채 수준이 양호하다며, 잠재성장률을 회복하기 위한 이재명 정부의 확장재정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옵스펠드 교수는 3일 기획재정부와 한국개발연구원(KDI) 주최로 서울 플라자 호텔에서 열린 '주요20개국(G20) 글로벌 금융안정 컨퍼런스'에서 "추가적인 재정 지출이 생산성·성장률 제고에 활용된다면 분명히 좋은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옵스펠드 교수는 "적자가 항상 나쁜 것은 아니다"라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과 비교해 보면 한국의 국가 부채 수준은 매우 양호한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저출생·고령화에 따른 재정 부담 증가, 글로벌 금리 인상 가능성은 위험 요소이지만, 정부가 신중히 목적에 맞게 재원을 활용한다면 위험을 피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이재명 대통령이 발표한 구조 개혁을 통해 성장률을 높이면 재정의 지속 가능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며 "다만 제대로 된 목표를 설정하고 효율적으로 자원을 활용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일본 '아베노믹스'의 이론적 토대를 제공한 것으로 알려진 모리스 교수는 "한국은 일본의 '잃어버린 10년' 만큼 버블(거품)이 끼어 있지는 않기 때문에 꼭 디플레이션을 맞이할 거라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했다.
옵스펠드 교수는 한미 관세협상이 아직 마무리된 것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는 "투자 대상과 투자액, 수익 분배 구조 등 디테일한 내용이 없다"며 "합의 내용 해석이 매우 다를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다"고 했다.
이어 "미국의 협상 스타일을 봤을 때 새로운 요구를 가지고 협상 테이블에 오를 수도 있다"며 "한국의 협상가들은 최선을 다하겠지만 상황은 매우 어려울 것"이라고 걱정했다.
옵스펠드 교수는 특히 환율이 새로운 협상 의제가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미국은 원화 가치가 오르기를 바라겠지만, 미국이 고관세를 한국에 적용하면 원화 가치는 떨어진다"며 "원화 가치는 1월에 비해 10% 정도 하락을 했고 앞으로 계속해서 하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각국에 통화 절상을 압박하는 트럼프 행정부의 '마러라고 합의' 구상은 비현실적이며, 실제로 실행되기도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 유입 자금에 세금을 부과해 달러 가치를 낮추거나, 미국의 해외 채무를 줄이는 식으로 한국에 대한 경상수지 적자를 줄일 가능성은 있다고 전망했다.

옵스펠드 교수는 이날 '무역 체제 변화와 금융안정성'을 주제로 한 기조연설에서 미국이 그동안 전 세계에 제공했던 안보·기후·보건 등 공공재적 지출을 더욱 줄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역내 구성원들끼리 관계를 더욱 돈독히 하는 것이 충격 보호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한국은 더 넓은 그물망을 던질 필요가 있다" 강조했다.
정부가 이날 검토하겠다고 밝힌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은 매우 좋은 결정이 될 것이며, 일본·중국과의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할 필요도 있다고 제언했다.
특히 중국과 관련해선 "굉장히 큰 무역 파트너이기 때문에 무역 관계가 틀어지면 한국은 큰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국 싱크탱크 피터슨 국제경제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인 옵스펠드 교수는 1979년 매사추세츠공대(MIT)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은 뒤 거시경제를 주로 연구했다. IMF 수석 이코노미스트,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 위원 등을 역임한 세계적인 석학으로 꼽힌다.
2vs2@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