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중심서 코로나 이후 SNS 타고 전 세계로 시장 다변화
작년 1월 이후 화장품 테마 61개 종목 주가 평균 50% 상승
관세 암초·C뷰티 추격 경계…"연구개발비 지원·규제 완화 필요"

(서울=연합뉴스) 안용수 조민정 강애란 기자 = 한국 화장품(K뷰티)은 과거 중국 시장을 무대로 급격한 성장을 이뤄냈다.
그러나 한한령(限韓令·한류 제한령)과 코로나19 팬데믹(감염병의 세계적 대유행)을 거치며 K뷰티 기업을 둘러싼 환경은 180도 바뀌었다. 전 세계 장벽을 허무는 유통채널 등장에 활동 무대가 동남아를 거쳐 북미로, 유럽으로까지 넓어졌다.
다만 관세 부담, 중국 화장품(C뷰티)의 거센 추격 속에 최근의 성장에 안주해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 아시아 수출 비중 50% 아래로…'넓어진 무대'
과거 한국 화장품의 전성기를 이끈 것은 중국 시장이었다. 아모레퍼시픽[090430], LG생활건강[051900] 등 대형 브랜드가 '설화수' '더후' 등을 내세워 급성장했다. 그러나 한한령 이후 수출길이 막힌 사이 중국 자체 브랜드가 성장하면서 입지가 좁아졌다.
아모레퍼시픽은 지난해 시작한 중국법인 구조조정을 마무리했으며 LG생활건강도 중국에서 숨, 오휘 등의 오프라인 매장을 철수하는 등 중국 비중을 줄이고 북미, 일본 등에 관심을 쏟고 있다.
대형 브랜드들이 중국 시장에서의 손실을 만회하고 전략을 수정하는 데 전력을 다하는 동안 중소·신생 업체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발판 삼아 북미·유럽 중심으로 세계시장을 향해 뻗어나갔다.
3일 유통·화장품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지난 달까지 화장품 수출액 지역별 비중을 살펴보면 중화권 비중이 39.8%에서 22.0%로 낮아졌다. 전체 아시아지역 비중은 67.6%에서 48.8%로 50% 이하로 내려온 상태다.
대신 북미(15.9%→22.2%), 유럽(12.2%→20.7%), 중동(2.4%→4.1%) 등 여타 지역의 비중이 크게 늘며 시장이 다변화되는 모습이 확연히 나타난다.
증시에서도 대형 브랜드들이 중국에서의 수익 개선, 북미 시장 확대 등으로 턴어라운드(실적 개선)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나오고 있지만 주가는 신생 인디 브랜드 대비 부진하다.
지난해 1월부터 지난달 31일까지 연합인포맥스가 분류한 '화장품' 테마 내 61개 종목은 평균 49.77% 올랐으나 LG생활건강[051900](-10.99%), 아모레퍼시픽(-7.10%)은 주가가 오히려 내렸다.
에이피알[278470](267.40%·2024년 2월 27일 상장), 브이티[018290](121.20%), 콜마홀딩스[024720](82.53%) 등이 급등한 것과 대비된다.

◇ 유통 플랫폼 등장에 진입장벽 낮아져…미국 넘어 유럽서도 '날개'
이처럼 신생 기업들이 다변화된 수출 지역을 바탕으로 돋보이는 실적과 주가를 내는 것은 단순히 수요의 증가뿐 아니라 전문 유통 플랫폼의 등장에 힘입은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실리콘투[257720]로 대표되는 벤더사는 국내 브랜드사, 특히 중소기업이 직접 대응하기 어려운 현지 인증을 비롯해 규제 대응, 물류 구축 등 진입 장벽을 해소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정한솔 대신증권 연구원은 "간접 유통 구조가 정착되면서 브랜드사들이 유통 비용을 절감하고 제품 기획과 마케팅에 집중할 수 있는 구조가 형성됐다"며 "유럽과 중동의 접근성이 크게 향상된 것이 수출 지역 다변화와 장기 성장의 기반으로 작용할 것으로 본다"고 분석했다.
국내에서는 CJ올리브영이 국내 오프라인 매장, 150여개국에서 구매할 수 있는 온라인 '글로벌몰'을 통해 외국인 고객과의 접점을 넓혔다.
숏폼 중심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플랫폼을 통해 인지도를 얻고 이커머스(전자상거래) 플랫폼에서 상품성을 증명한 한국 화장품이 대형마트, 드럭스토어 등 오프라인 유통채널에도 진입하며 단순한 트렌드를 넘어 세계시장에 정착하는 분위기다.
미국 주요 화장품 유통채널인 울타(Ulta Beauty)에 입점한 한국 화장품 브랜드(온라인 기준)는 26개로, 1년 새 2배 수준으로 늘었고 세포라에도 8개 브랜드가 진출해있다. 이들은 온라인몰에서 'K-Beauty'(케이 뷰티·한국 화장품)를 별도 표기하거나 전용 페이지를 마련하기도 했다.
미국뿐 아니라 영국, 프랑스, 폴란드 등에서도 주요 유통 채널에 입점하며 시장을 다변화하고 있다.
◇ 美 관세 암초…간접수출 브랜드사 타격 클 듯
그렇다고 K뷰티 앞에 탄탄대로만 펼쳐져 있는 것은 아니다.
당장 피부에 와닿는 장벽은 미국 관세다. 온라인 플랫폼 등을 통해 가격 경쟁력을 무기로 북미 시장을 공략해온 중소·신생 브랜드들에는 추가 관세의 충격이 불가피하다.
이민정 대한화장품산업연구원 선임연구원은 "가성비로 경쟁하던 상황에서 15% 관세가 부과된다면 가격 경쟁력이 약화할 수 있다"며 "현지 생산도 검토하겠지만 인건비 등의 문제가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기업간거래(B2B) 유통 대행사를 활용해 수출하는 간접 수출 브랜드사가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상당수의 인디 브랜드가 여기에 속한다.
다수의 B2B 업체는 현지 물류창고에 일정 수준의 재고를 확보해둔 상황이지만 재고 소진 이후에는 관세 인상분이 납품가에 반영될 수 있다.
유통 구조상 마진이 크지 않은 브랜드일수록 가격 인상 압력이 커 올해 하반기 실적에 대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
직수출 기업의 경우 인보이스(수출신고) 가격을 낮추는 방식으로 관세에 대응할 수 있다.
제조업자 개발 생산(ODM) 기업의 경우 미국 관세 우려가 불거진 이후부터 현지 생산 등 대응 방안을 다각도로 모색 중이지만 실제로 이뤄진 사례는 드물다.

◇ "C뷰티 추격도 경계해야"…"중소 브랜드 기반 강화 필요"
중국 로컬 화장품, 'C뷰티'의 성장세도 무시하기 어려운 경계 요인으로 꼽힌다.
최근 쥬시, 플라워노즈, 주디돌 등 중국 색조 브랜드들이 Z세대 취향에 맞춘 디자인과 세계관, 중국 전통 요소 등을 내세워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고 있다.
기초제품과 선(Sun)제품을 주력으로 하는 한국 화장품과는 카테고리가 다소 다르지만, SNS 바이럴을 기반으로 팬덤을 확보한다는 점에서는 K뷰티와 유사한 방식으로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오린아 LS증권 연구원은 "최근 '라부부'와 팝마트의 인기는 중국 소비재 산업 전반의 기획력과 브랜드 구축 역량이 한 단계 진화했음을 시사한다"며 "'C뷰티'를 비롯한 C소비재가 새로운 소비 트렌드의 주인공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짚었다.
전문가들은 중소 브랜드들의 기반이 약한 만큼 정부의 다각도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김주덕 성신여대 뷰티융합대학원장은 "중소업체들의 브랜드력이 약한 상황에서 현재와 같은 성장이 오랜 기간 지속되기는 어렵다고 본다"며 "연구개발비 지원을 확대하고 규제를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aayyss@yna.co.kr, chomj@yna.co.kr, aer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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