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부진·계엄 등에 3개분기 연속 30위 안팎 '하위권'
"올해 1분기도 수출둔화·산불 겹쳐 한은 전망치 0.2% 쉽지 않아"

(서울=연합뉴스) 신호경 한지훈 민선희 기자 = 내수 부진에 비상계엄 사태까지 겹치면서 지난해 4분기 우리나라 경제 성장률이 세계 주요국들 가운데 하위권에 머물렀다.
마이너스(-) 또는 0%대의 낮은 성장률과 30위권 안팎의 낮은 순위가 굳어지는 분위기로, 올해 1분기 역시 뚜렷한 반등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 작년 4분기 성장률 0.066%…37개국 중 美·日보다 낮은 29위
5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콜롬비아·리투아니아를 제외한 36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에 중국을 더해 작년 4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전분기 대비)을 조사한 결과, 한국(0.066%)은 전체 37개국 중 29위로 집계됐다.
한은은 지난달 5일 '2024년 4분기 및 연간 국민소득(잠정치)' 발표 당시 4분기 성장률을 0.1%로 공개했지만 반올림 전 실제 수치는 0.06%대로, 역(-)성장을 겨우 피한 수준이었다.
1∼5위 아일랜드(3.613%)·덴마크(1.849%)·튀르키예(1.688%)·중국(1.600%)·포르투갈(1.542%)은 1%를 훌쩍 넘었고, 경제규모가 훨씬 더 큰 미국(0.607%·17위)과 일본(0.556%·20위)도 우리나라보다 성장률이 높았다.

◇ 작년 1분기 6위에서 2분기 32위로…이후 반등 못해
한국의 세계 하위권 성장 성적표는 벌써 세 분기째 이어지고 있다.
우리나라 성장률은 작년 1분기 시장 기대를 뛰어넘는 1.3%를 기록할 당시만 해도 중국(1.5%)에 이어 6위 수준이었다.
하지만 곧바로 2분기(-0.228%) 기저효과 등에 뒷걸음쳐 32위로 추락했고, 3분기(0.1%)에도 뚜렷한 반등에 실패하면서 26위에 그쳤다.
소비·건설투자 등이 살아나지 못하는 상태에서 12월 계엄과 탄핵 정국까지 이어지자 내수는 더 위축됐고, 결국 4분기(0.066%·29위) 역시 0%대 성장률과 30위 안팎 하위권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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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국 2024년 분기별 성장률(전분기대비) (단위: %) │
│ ※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ECO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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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가 │ 2024 1분기 │ 2분기│ 3분기│ 4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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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일랜드 │ 1.595│-0.353│ 4.059│ 3.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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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덴마크│-0.123│ 1.4│ 1.218│ 1.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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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튀르키예 │ 0.975│-0.196│ -0.067│ 1.6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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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 │ 1.5│ 0.9│ 1.3│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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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르투갈 │ 0.605│ 0.358│ 0.359│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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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룩셈부르크 │ 0.619│ 0.731│ -0.895│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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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란드│ 0.841│ 1.391│ 0.074│ 1.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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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도네시아 │ 1.24│ 1.21│ 1.211│ 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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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0.105│ 1.246│ 0.351│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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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0.967│ 0.831│ 0.769│ 0.7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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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 0.746│ 0.177│ 0.633│ 0.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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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스토니아 │-0.039│ 0.184│0.23│ 0.6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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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체코 │ 0.303│ 0.203│ 0.614│ 0.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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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질랜드 │ 0.358│-1.076│ -1.055│ 0.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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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0.454│ 0.685│ 0.549│ 0.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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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헝가리│ 0.329│-0.178│ -0.617│ 0.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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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 0.405│ 0.739│0.76│ 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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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주 │ 0.172│ 0.193│ 0.319│ 0.5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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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슬로베니아 │-0.039│ 0.149│ 0.396│ 0.5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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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 │-0.518│ 0.802│ 0.355│ 0.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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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스라엘 │ 3.98│-0.078│ 1.231│ 0.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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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슬로바키아 │ 0.656│ 0.25│ 0.311│ 0.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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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덜란드 │-0.183│ 1.007│ 0.847│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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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칠레 │ 1.656│-0.422│1.47│ 0.3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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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 0.371│ 0.545│ 0.434│ 0.1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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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기에│ 0.315│ 0.276│ 0.306│ 0.1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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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탈리아 │ 0.341│ 0.076│ 0.012│ 0.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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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국 │ 0.906│ 0.458│ 0.001│ 0.0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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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 1.3│-0.228│ 0.1│ 0.0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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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트비아 │-0.204│-0.041│ -0.172│ 0.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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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란드│ 0.483│ 0.129│ 0.558│ -0.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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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0.074│ 0.259│ 0.408│ -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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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일 │ 0.237│-0.296│ 0.105│ -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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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스트리아 │ 0.031│-0.387│ -0.202│ -0.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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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르웨이 │ 0.275│ 1.787│ -1.602│ -0.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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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0.032│ 0.287│ 0.915│ -0.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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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슬란드 │ 1.719│ 1.716│ -1.398│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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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치 불확실성 속 수출둔화·산불…1분기 역성장 가능성도"
올해 1분기(1∼3월) 성장률도 0%대에 힘겹게 턱걸이한 수준으로 추정된다.
정치 불안 속에 대규모 산불 사태까지 겹쳐 소비·투자 등 내수 부진이 지속된 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정책이 아직 영향을 미치기 전인데도 수출 증가세까지 둔화 조짐을 보였기 때문이다.
한은의 국제수지 잠정 통계에 따르면 1월 수출액(498억1천만달러)은 1년 전보다 9.1% 줄었다. 작년동월대비 기준으로 2023년 9월(-1.6%) 이후 16개월 만에 첫 감소다.
이에 따라 한은이 지난 2월 제시한 올해 1분기 성장률(전 분기 대비) 전망치 0.2% 달성도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박정우 노무라증권 이코노미스트는 "2월까지 데이터를 취합해보면 올해 1분기 한국 성장률은 0.1% 안팎에 불과하다"며 "정치적 불확실성으로 국내 수요 부진이 이어지는 가운데 수출 경기도 둔화한 만큼 1분기 역성장 가능성까지 있다.
특히 3월 말 산불 피해 역시 1분기 성장률 하방 요인으로 영향을 조금이라도 미칠 것"이라고 분석했다.
조영무 LG경영연구원 연구위원은 "탄핵 결정이 이전 비슷한 사례보다 늦어지면서 경제에 나쁜 영향을 주는 기간도 길어졌다"며 "(1분기 성장률은) 한은이 전망한 0.2%나 그보다 조금 낮은 수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shk999@yna.co.kr, hanjh@yna.co.kr, ss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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