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취임 D-10] 혼란은 없었다…정권 인수·정책 변경 속도전에 전세계 긴장
대선 승리하자마자 주요 인선 연쇄 발표…후보 자질 등 논란에도 충성파 적극 기용
동맹국 등에 고율관세 부과 예고…'파나마 운하 반환·그린란드 편입' 천명해 논란
(워싱턴=연합뉴스) 강병철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지난해 11·5 대선 승리가 확정된 이후 취임을 앞두고 두 달여 간 정권 인수와 주요 정책 변경을 위한 속도전을 벌였다.
특히 2016년 첫 정권 인수 때 인수위원장을 교체하고 인수위 직원을 대거 해임, 이른바 '스탈린식 숙청' 사태가 벌어지는 등 큰 혼란을 보였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큰 내부 잡음이 노출되는 상황은 없었다.
대선 전부터 조기에 인수위를 구성하고 보수성향 싱크탱크 등을 중심으로 차기 국정 과제를 준비한 것에 더해 공화당의 '아웃사이더'였던 1기 때와 달리 이번에는 막대한 당내 영향력을 토대로 전당(全黨)적인 지지를 받은 것이 그 배경으로 거론된다.
트럼프 당선인은 주요 보직 후보자에 대한 인선을 마치자마자 바로 동맹국까지 포함한 고율 관세 부과 예고, 파나마 운하 환수 및 그린란드 편입 의사 천명 등을 통해 취임도 하기 전에 전 세계를 긴장시키면서 트럼프 2기에 대한 동맹국의 우려를 키웠다.
◇ 면접 리얼리티쇼는 없었다…논란 돌파하며 속도감 있는 충성파 인선
트럼프 당선인은 11·5 대선 승리가 확정된 직후인 지난해 11월 7일 수지 와일스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을 백악관 비서실장으로 내정하는 것을 시작으로 속도감 있게 내각 및 백악관의 주요 자리를 채웠다.
2016년 11·8 대선 때는 첫 인선이었던 백악관 비서실장 발탁이 같은 해 11월 14일에 진행됐다는 것을 고려하면 이번에는 며칠 더 빠른 것일 뿐만 아니라 1기 때와 같은 인선 드라마는 없었다.
트럼프 당선인은 2016년 첫 당선 때는 주요 후보자들을 뉴저지주의 거주지인 웨스트민스터 골프 클럽으로 공개적으로 불러 면접을 보면서 리얼리티 TV쇼라는 비판을 받았다.
그는 이번에는 일반인 출입이 통제된 플로리다주 팜비치의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인수위팀과 함께 인선을 진행해 인사 과정에서의 잡음이 외부에 거의 노출되지 않았다.
트럼프 당선인은 이 과정을 통해 ▲ 주유엔 미국 대사 엘리스 스터파닉(11월 11일) ▲ 국방부 장관 피트 헤그세스(11월12일) ▲ 국무부 장관 마코 루비오 및 국가정보국(DNI) 국장 털시 개버드(11월 13일) ▲ 보건복지부 장관 로버트 케네디 주니어(11월 14일) ▲ 상무부 장관 하워드 러트닉(11월 19일) ▲ 재무부 장관 스콧 베센트(11월 22일) ▲ 무역대표부(USTR) 대표 제이미슨 그리어(11월 26일) 등을 지난해 11월 주요 부처의 후보자를 각각 내정했다.
또 국가안보보좌관에 마이크 왈츠 하원의원을 내정하고 반(反)이민 정책 담당인 국경 차르로 톰 호먼 전 이민관세단속국(ICE) 국장 직무 대행을 지명하는 등 2기 백악관 참모진도 조기 구축했다.
이 과정에 미성년자 성매매 의혹 등을 받았던 맷 게이츠 전 하원의원이, 연방 정부직 경험 부족 등 논란으로 마약단속국 국장으로 지명됐던 플로리다주 힐스버러 카운티 보안관 채드 크로니스터가 각각 자진해서 사퇴하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했다.
나아가 성폭력 의혹이 제기된 피트 헤그세스 국방부 장관 후보자, 정적에 대한 보복을 거론한 캐시 파텔 연방수사국(FBI) 국장 후보자, 경험 부족 문제가 지적된 개버드 DNI 국장 후보자 등 일부 인사에 대한 논란은 계속되면서 추가 낙마 가능성이 제기됐으나 이들의 신상에는 아직 변화가 없다.
이 가운데 헤그세스 후보자의 경우 공화당 상원 내에서도 '불가론'이 나왔으나 트럼프 당선인이 수차 지지 의사를 표명하면서 일단 위기는 넘긴 모습이다.
다만 다음 주부터 인준 청문회가 시작돼 청문 정국이 본격화되면 분위기가 다시 바뀌면서 추가 낙마자가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여기에다 장남인 트럼프 주니어가 인수 과정에 참여하는 등 장녀 이방카 부부가 활동했던 1기 때와 마찬가지로 친족의 국정 개입 논란은 계속됐다.
또 두 딸의 시아버지를 대사 등으로 기용하고 트럼프 주니어의 약혼녀도 대사로 내정하면서 족벌주의적 인선이라는 비판을 미국 언론으로부터 받았다.
◇ SNS로 고율 관세 위협·파나마 운하 반환 요구…그린란드 매입 의사 밝히며 '판 흔들기'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우면서 재집권에 성공한 트럼프 당선인은 이번에도 소셜미디어(SNS)를 활용해 향후 미국 주요 정책의 방향 전환을 예고하면서 취임 전부터 전 세계를 긴장시켰다.
특히 적대국은 물론 동맹국까지 무차별적으로 공세하는 한편 필요시 경제적 강압은 물론 무력도 사용할 수 있는 것처럼 시사, 국제 질서의 판을 흔들며 큰 논란을 초래하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은 주요 보직에 대한 인선이 끝나자마자 지난해 11월 말에 미국의 3대 수입국인 중국, 멕시코, 캐나다를 콕 집어서 고율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SNS로 발표했다.
동맹국이자 무역협정(USMCA) 상대국인 캐나다, 멕시코를 대상에 포함했을 뿐만 아니라 25% 고율 관세 부과를 수단으로 해서 불법 이민자 문제 등 쟁점현안을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치면서 전 세계에 충격파를 던졌다.
트럼프 당선인은 지난달 초 캐나다의 쥐스탱 트뤼도 총리가 플로리다 마러라고 리조트를 급거 방문해 고율 관세 계획에 항의하자, 캐나다가 미국의 51번째 주(州)로 편입되면 관세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반응을 보이면서 주권 국가인 캐나다를 조롱했다.
그는 지난 7일 기자회견에서는 캐나다를 미국으로 편입시키기 위해 경제적 강압 정책을 사용할 수도 있다면서 한발 더 나아갔다.
트럼프 당선인의 '주권 무시' 압박은 파나마와, 덴마크 자치령 그린란드로 확대됐다.
그는 미국 주도로 만들어졌으나 1999년 소유권이 파나마로 넘어간 파나마 운하와 관련, 지난달 말 파나마 정부가 미국 선박에 바가지 통행료를 매기고 있다면서 운하 반환을 요구할 수 있다고 SNS를 통해 경고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비슷한 시기에 그린란드에 대해서도 "그린란드의 소유권과 지배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면서 매입 의사를 밝혔다.
이에 대해 파나마와 덴마크는 강하게 반발했으나 트럼프 당선인은 한 술 더 떠서군사력 사용 배제를 약속할 수 없다면서 압박 강도를 끌어올렸다.
나아가 덴마크에 대해서는 그린란드 주민들이 미국 편입을 원하는데도 이를 방해할 경우 '관세 카드'를 쓰겠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외교·안보 이슈에 대해서도 정권 인수 과정에서 '무임승차 금지', '힘을 통한 평화' 원칙을 분명하게 했다.
가령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 대해서는 회원국의 국방비 부담을 국내총생산(GDP) 대비 5%로 올려야 한다고 말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그는 또 이스라엘과 하마스간 전쟁과 관련, 지난달 하마스가 납치해간 인질을 자신의 취임 전까지 석방하지 않을 경우 "큰 대가를 치를 것",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트럼프 당선인의 이런 초강경 언행이나 정책 예고를 두고 일각에서는 기업가 출신 특유의 협상 전략이라는 평가도 일부 있다.
일종의 '블러핑(허풍)'을 통해 판을 흔들면서 취임 전부터 미국에 유리한 국제 환경을 조성하려는 목적이라는 의미다.
이와 별개로 트럼프 당선인은 오르반 빅토르 헝가리 총리, 하비에르 말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 등 극우 내지 '스트롱맨' 지도자들과 자택에서 회동하면서 친분을 과시했다.
그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등과도 개인적 관계를 강조하면서 1기 때와 같은 '브로맨스' 가능성을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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