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어진 설 연휴에 해외여행 '들썩'…소상공인 '텅 빈 도심' 걱정
임시공휴일 소식에 장거리 여행 급증…설 연휴 할인쿠폰 마케팅도
오피스상권 음식점·카페 '울상'…"소비심리 회복 계기 되길 기대"
(서울=연합뉴스) 신선미 강애란 차민지 기자 = 오는 27일이 임시공휴일로 지정돼 설 연휴가 길어지면서 여행업계가 들썩이고 있다.
다만 음식점과 카페 등 외식업계를 중심으로 소상공인들은 기대보다는 걱정이 앞선다. 연휴 기간에 소비심리가 살아날 수도 있지만 해외여행이나 고향에 내려가는 사람이 많아져 도심이 텅 비면 매출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9일 여행업계는 임시공휴일 지정으로 해외여행 상품 예약이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25∼26일 주말에 이어 28∼30일 설 연휴까지 모두 엿새를 연달아 쉴 수 있게 되면서 미주·유럽 등 비행시간이 긴 여행지로 떠날 수 있는 여유가 생겼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금요일인 31일까지 쉴 경우 최대 열흘까지 설 연휴를 즐길 수 있다.
여행사 참좋은여행은 임시공휴일 지정 검토 소식이 처음 전해진 지난 8일 하루에만 80여명의 고객이 새로 예약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설 연휴 기간 여행상품에 관한 문의도 대폭 늘었다고 전했다.
참좋은여행 관계자는 "임시공휴일 지정으로 설 연휴에 출발하는 고객 중 유럽과 미주 등 장거리 구간 예약이 크게 늘었다"며 "유럽지역 비중은 14%, 미주 지역은 5% 정도"라고 말했다.
설 연휴가 길어지면서 해외여행을 고려하지 않았던 사람들도 급히 비행기표 등을 알아보고 나섰다.
서울 종로구의 30대 직장인 김모 씨는 "연차를 내기에는 눈치가 보여서 여행 계획을 못 세우고 있었는데 임시공휴일이 지정됐으니 일본이라도 갈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임시공휴일이 지정됐던 2023년 추석 연휴와 지난해 10월 국군의날이 임시공휴일로 지정된 징검다리 휴일에는 여행사들의 예약률이 증가했다.
교원투어 관계자는 "2023년 추석과 지난해 10월 임시공휴일이 지정되면서 신규 예약이 20% 정도 늘어났다"며 "올해도 비슷한 수준으로 늘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말했다.
모두투어 관계자도 "지난해 국군의날이 임시공휴일로 지정되면서 일주일간 예약률이 전주 대비 45% 증가했다"며 "이번 임시공휴일 지정으로 그때보다 연휴 기간이 더 길어진 만큼 예약 증가세가 더 크게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고 기대했다.
여행사들은 설 연휴 '특수'를 잡기 위한 마케팅도 펼치고 있다.
모두투어는 오는 22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출발하는 잔여 좌석의 상품을 예약하면 최대 10만원 할인 쿠폰을 제공하는 '2025년 을사년, 설 연휴의 행복' 프로모션을 진행 중이다.
외식업계는 사무실이 몰려있는 오피스 상권을 중심으로 걱정이 크다.
강남 오피스 상권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한 사장은 "여기는 주말이나 명절에는 텅 빈다. 사실 설 연휴 장사는 이미 포기하고 있었는데 월요일(27일)도 임시공휴일이 되면서 하루 매출을 또 날리게 생겼다"며 "아르바이트생한테 줄 돈보다 매출이 더 안 나올 텐데 연휴 기간에 문을 닫을까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주거지 식당들 역시 긴 연휴에 해외로 떠나는 여행객이 늘면 타격이 있다고 걱정한다.
서울 은평구의 한 중국음식점 사장은 "쉬는 분들은 쉬겠지만 자영업자에게는 힘든 시기가 될 것"이라며 "이렇게 많이 쉬면 해외로 가니 국내 관광지 음식점도 수요가 없을 것이고 주거지 근처 음식점은 굉장히 타격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남 지역의 한 프랜차이즈 가맹점주도 "정세 불안으로 소비가 많이 위축됐다"며 "연휴가 길면 해외 관광이 많아질 테니 아무래도 (매출이) 안 좋을 것 같다"고 우려했다.
이러한 우려와 함께 일각에서는 긴 연휴가 내수경기 활성화 효과를 낼 것이라는 기대도 나온다.
한 외식업계 관계자는 "우려보다는 약간 기대하고 있다"며 "연휴가 길어지면서 외식하는 분이 늘어나서 아무래도 평소보다 매출이 감소하지는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류필선 소상공인연합회 전문위원은 "지역이나 업종별로 차이가 있을 수 있다"며 "아무래도 지역 쪽은 경기가 활성화되겠지만 서울과 같은 도심 오피스 상가는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무엇보다 연말부터 침체한 소비심리가 긴 연휴 기간에 사람들이 외식도 하고 쇼핑도 하면서 살아나길 기대하는 부분이 크다"며 "이를 위해서는 연휴 기간에 정부가 경기부양 대책을 집중적으로 시행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aer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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