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농촌 소형은행 리스크 관리 강화…올해 170곳 폐쇄·합병
작년 대비 두배 늘어…지방 재정난 속 농촌 은행 부실화 가속
'중점 영역 리스크'로 지목…당국 "시스템적 리스크 방지" 입장 반영
(베이징=연합뉴스) 정성조 특파원 = 중국 당국이 부동산시장 침체, 지방정부 부채와 함께 지방 중소 은행 부실 문제를 '중점 영역 리스크'로 지목한 가운데, 올 한해 인수·합병 등 방식으로 사라진 중국 농촌 소형 은행이 100곳을 넘겼다고 중국 매체가 전했다.
23일 경제관찰보·신경보 등 현지 매체들에 따르면 중국 국가금융감독관리총국이 올해 들어 흡수·합병과 구조조정·합병, 직접 해산을 승인한 은행은 170곳에 달한다. 작년에는 이 수치가 80곳에 못 미쳤다는 점에 비춰보면 두 배 넘게 늘어난 셈이다.
여기에는 촌진(村鎭·중국 농촌 기초 행정단위)은행이 93곳, 농촌상업은행이 55곳, 농촌신용사가 17곳 포함됐다.
경제관찰보는 이달 19일 기준 75곳 이상의 촌진은행이 합병·흡수됐고, 55곳 이상의 촌진은행이 인수됐다고 전했다.
농촌 소형 은행 소멸 현상은 허난·산둥·후난·후베이·랴오닝·쓰촨·네이멍구·산시(陝西)·톈진·베이징 등 지역을 가리지 않고 나타났다.
국가금융감독관리총국은 지난 18일 허베이성 금융감독관리국이 우안 촌진은행과 웨이창만주족·몽고족자치현 화상총진은행의 해산을 승인했다고 밝혔다. 두 은행의 자산·부채·업무·직원 등 권리·의무는 각각 지방국유상업은행인 한단은행과 주식제상업은행 청더은행이 승계한다.
이보다 이틀 전인 16일에는 허베이성 싱타이농상은행이 촌진은행 4곳을 흡수·합병을 승인받았고, 13일엔 간쑤성 란저우은행이 구진청 촌진은행을 인수했다.
부실한 촌진은행을 비교적 자금 여력이 있는 도시·농촌 상업은행이 인수해 지행·분행을 설립하는 방식이다.
중국은행협회가 발표한 보고서를 보면 올해 9월 말 기준 260곳 넘는 중소 은행이 합병·구조조정을 벌였고, 이 가운데 촌진은행이 83곳이었다.
경제관찰보는 "합병·흡수든 인수든 (촌진은행을) 인수하는 은행 입장에선 리스크 상호 부담과 자원 공유, 직원 배치, 고객 승계를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중국 각지에서 지역 기반으로 설립된 도시상업은행·농촌상업은행·농촌합작은행·농촌신용사·촌진은행 등 지방 중소 은행들은 지방정부 재정난과 부동산시장 침체 등이 겹치면서 수년째 자산 건전성 악화 등 부실 문제를 겪어왔다.
특히 농촌상업은행의 불량(부실) 대출 잔액은 올해 1분기 기준 9천53억위안(약 172조원)으로 주식형 상업은행이나 도시상업은행에 비해 규모가 컸다. 전체 대출액에서 불량 대출액이 차지하는 비중 역시 농촌상업은행이 3.34%로 가장 컸다. 도시상업은행과 민영은행 불량 대출률은 작년과 마찬가지로 1%대였다.
중국 당국은 올해 내수와 부동산시장이 좀처럼 회복되지 않고 일부 지방정부는 공무원 월급을 못 줄 정도의 재정난을 겪는 상황이 이어지자 '리스크 방지'를 거듭 강조하는 한편, 중앙 차원의 채권 발행 등 재정 투입 확대 방안을 내놓고 있다. 국가 통제를 받는 대형 상업은행들이 농촌 중소 은행 인수에 나선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시진핑 3기' 경제 방향을 설정한 올해 7월 중국공산당 제20기 중앙위원회 제3차 전체회의(20기 3중저회)는 결정문에 "부동산·지방정부 부채·중소 금융기구(은행) 등 중점 영역 리스크를 예방·해소하는 각종 조치를 잘 이행해야 한다"는 입장을 명시했다.
내년 경제정책 방향을 정한 지난 12일 중앙경제공작회의 역시 "중점 영역 리스크를 효과적으로 예방·해소해 시스템적 리스크가 발생하지 않는 한계선을 지켜야 한다"며 "지방 중소 금융기구 리스크를 적절히 처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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