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건부 상여 통상임금 포함 판결에 경제계 "기업 부담, 혼란 가중"
경총·대한상의·한경협 등 "안 그래도 어려운 기업경영환경 악화"
국내 기업 26.7%가 영향…연간 6조7천889억원 추가 인건비 발생
(서울=연합뉴스) 차대운 김보경 임성호 홍규빈 강태우 기자 = 19일 재직 여부나 특정 일수 이상 근무 조건을 기준으로 지급되는 조건부 정기 상여금도 통상임금에 포함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과 관련, 경제계는 통상임금 범위 확대로 기업 비용 부담이 크게 늘 것이라며 우려를 표했다.
우리 기업들이 탄핵사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에 따른 불확실성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이러한 판결은 기업 경쟁력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는 평가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2013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을 전면 뒤집은 것으로써 경영계로서는 심히 유감스럽다"며 "현장의 법적 안정성을 훼손하고 향후 소송 제기 등 현장의 혼란을 야기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정치적 혼란과 내수 부진, 수출증가세 감소 등 기업들의 경영환경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예기치 못한 재무적 부담까지 떠안게 돼 기업들의 경영환경은 더욱 악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경총은 "정기상여금을 모두 통상임금에 포함할 경우에는 인건비 부담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며 "이번 사건을 계기로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된 연공형 임금체계를 직무·성과 중심 임금체계로 바꾸기 위해 노사가 함께 노력해달라"고 당부했다.
법원을 향해서는 "향후 노사 간 이해가 첨예하게 엇갈리는 임금 관련 소송에서 새로운 갈등과 혼란을 유발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강석구 조사본부장 명의의 입장문에서 "지난 2013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에 의해 형성된 통상임금 판단기준인 '재직자 지급원칙'을 뒤집는 이번 전원합의체의 판결에 따라 산업현장의 혼란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기업들의 인건비 부담이 더욱 커질 것이고, 대내외 불확실한 경영 여건과 맞물려 우리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연공 서열 중심의 우리나라 임금체계를 직무급으로 바꾸는 근본적인 개선방안에 대해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는 이상호 경제산업본부장 명의의 성명에서 "지난 2013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이래로 정립해 온 통상임금 법리의 변경은 우리나라 노사 관계에 불필요한 혼란을 초래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내수 부진과 수출 둔화가 우려되는 상황에 통상임금 고정성 요건을 제외하면서 임금체계의 근간을 흔들고, 예측지 못한 경영 리스크를 가중해 고용 안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국중견기업연합회는 "중견기업계에도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산업 경쟁력 저하, 외환시장 변동성 확대 등 대내외 불확실성 증가 등 위기 상황에서 이번 판결은 기업의 자금 유동성을 악화해 일자리 창출과 투자를 더욱 어렵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들도 이번 판결에 난감한 표정을 짓고 있다.
경총에 따르면 조건부 정기상여금이 통상임금에 산입될 경우 우리나라 기업 26.7%가 영향을 받고, 연간 6조7천889억원의 추가 인건비가 발생할 것으로 추정된다.
통상임금에 근거해 지급해야 하는 연장, 야간, 휴일근로 수당, 연차 수당 등이 한 번에 오르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기업 관계자는 "판결을 살펴봐야 하지만 기업에는 상당한 재무적 부담이 발생할 것"이라며 "그 수혜는 주로 대기업 노동자들이 누리게 되면서 임금 격차도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판결 영향은 회사마다 다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노사 협약에 따라 통상임금에 정기상여금이 포함되는 회사들은 이번 판결에 영향을 받지 않기 때문이다.
HD현대가 대표적이다. 지난 2012년 HD현대 소속 조선 계열사 HD현대중공업 근로자 10명은 사측을 상대로 통상임금 재산정에 따른 추가 법정수당 등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10년이 넘는 소송 결과 대법원이 상여금 800% 전부를 통상임금으로 인정하면서 HD현대중공업은 소송에서 패소해 미지급 법정수당 및 퇴직금을 산정해 지급을 완료했고, 임금체계도 개편한 바 있다.
vivid@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