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타냐후, 시리아 영토 내 완충지대 '오래 점령하겠다' 시사
남의 땅에 감시초소…직접 찾아 시설구축·장기주둔 지시
우군 트럼프 복귀·시리아 권력공백 틈타 차곡차곡 영토확장
(서울=연합뉴스) 이도연 기자 = 시리아의 바샤르 정권 붕괴 이후 이스라엘이 시리아 내 완충지대에 병력을 진입시킨 가운데 이번에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이 지역을 직접 방문해 장기 점령 계획을 시사했다.
17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이날 네타냐후 총리와 이스라엘 카츠 이스라엘 국방부 장관이 시리아 영토 내 비무장 완충지대의 헤르몬산 정상에 올라 이곳에 배치된 자국 병력에 방어 시설을 구축하고 장기 주둔에 대비하라고 지시했다.
카츠 장관은 이곳에서 헤르몬산을 '이스라엘의 눈'이라며 주둔의 의미를 강조했다. 자국의 안보를 위협할 수 있는 시리아 내 동향을 감시할 수 있는 고지대라는 얘기였다.
이스라엘은 시리아 반군이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을 축출하고 승리를 선언한 뒤 북부 점령지 골란고원 경계를 넘어 시리아 영토 안쪽 비무장 완충지대까지 병력을 진입시켰다.
아울러 이 일대에서 가장 높아 주변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헤르몬산 정상에도 병력을 배치했다.
이스라엘과 시리아가 1974년 휴전한 뒤 이스라엘군이 시리아 안쪽까지 진입한 것은 50년 만에 처음이었다.
완충지대 병력 주둔 이유에 대해 카츠 장관은 앞서 "시리아에서 벌어지고 있는 상황으로 인해 헤르몬산 봉우리를 지키는 것이 안보적으로 매우 중요해졌다"라고 밝혔다.
이에 더해 총리와 국방장관이 직접 헤르몬산을 방문해 장기 주둔에 대비하라고 지시하면서 점령이 장기화될 수 있다는 점을 드러낸 것이다.
시리아 반군과 국제사회는 이스라엘군이 엄연한 시리아 영토를 국제규약까지 위반하면서 점령하려고 한다는 데 반발하고 있다.
새 정권 수립을 주도하는 시리아 반군 하야트타흐리르알샴(HTS) 수장 아메드 알샤라(가명 아부 무함마드 알졸라니)는 시리아TV 인터뷰에서 "이스라엘이 시리아에서 경계선을 분명히 넘어와 역내에 부적절한 긴장 고조의 위협이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시리아는 수년간 이어진 갈등과 전쟁으로 지쳐있고 새로운 갈등을 벌일 여유가 없다"며 "현재 단계에서는 재건과 안정이 우선순위로 추가적 파괴로 이어질 분쟁에 끌려가지 않고자 한다"고 말했다.
유엔 등 국제사회도 이스라엘이 시리아의 영토 주권을 침해했으며 이스라엘과 시리아의 1974년 휴전협정을 위반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전쟁으로 점령한 시리아 골란고원의 이스라엘 주권을 인정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재출범을 앞두고 그런 비판을 전혀 의식하지 않는 기세다.
이스라엘은 시리아 정권이 무너지고 시리아 정부군이 주둔지를 떠난 현재 1974년 협정은 무효라고 주장한다.
나아가 새로운 시리아 정권을 수립하려는 반군이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이며 저지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이스라엘은 골란고원에 조성된 이스라엘 정착촌 인구를 두 배로 늘리는 계획까지 최근 승인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 계획을 승인하며 시리아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 붕괴 이후 이스라엘과 시리아 국경에 '새로운 전선'이 만들어졌기 때문에 필요한 조치라고 말했다.
이스라엘 북부 시리아 접경지에 위치한 골란고원은 이스라엘이 1967년 3차 중동전쟁 때 시리아 영토였던 것을 점령해 현재까지 실효적으로 지배하고 있는 지역이다.
전쟁으로 장악한 다른 나라 영토를 병합하는 것은 국제법 위반인 까닭에 국제사회는 골란고원을 이스라엘에 점령당하고 있는 시리아 영토로 간주한다.
dy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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