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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워치] 황당한 정치테마주…'K디스카운트' 주범 아닌가

(서울=연합뉴스) 김지훈 선임기자 = 모든 상품·서비스와 마찬가지로 주식 거래도 매수와 매도측의 수량과 가격 조건이 맞아야 체결된다. 주식은 기본적으로 주식회사의 자본을 구성하는 단위이므로 주식을 사는 것은 그 회사에 자금을 투자해 주인이 되는 행위다. 기업가치가 높고 실적 전망이 밝아 사겠다는 투자자가 많으면 가격이 오를 것임은 자명하다.



그런데 어떤 요인이 투자자들로 하여금 한 기업의 주식을 사고 싶게 만드는 지는 똑 부러지게 판명하기 어렵다. 주가에 영향을 미치는 재료가 한두 가지도 아니고 워낙 광범위한 데다 같은 요인이라 해도 시점과 회사 상황, 전반적 시장 상황 등에 따라 호재가 될 수도, 악재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주식시장의 전문가들은 온갖 분석과 이론을 설파하며 목청을 높이고 서점엔 주식전문 서적도 넘쳐나지만, 그 효과와 정확도는 미지수다. 그래서 '투자는 자기 책임'이고 주가 예측은 '신의 영역'이라 하는가 보다.

그래도 국내 주식시장엔 수많은 주식 전문가가 있다. 수십 개에 달하는 증권회사들은 수백 명의 애널리스트들을 고용해 상장기업을 분석하고 적정 주가를 제시하며 '사라, 팔아라'는 조언까지 해준다. 이들이 제시하는 적정 주가나 매매 의견의 정확도에 대해선 여러 논란이 있긴 하지만, 그래도 이런 일을 직업으로 삼아 종사하는 이들은 주가 분석이라는 '신의 경지'에 도달하고자 안간힘을 쓴다. 해당 기업을 수도 없이 방문하고 수주 실적과 매출, 이익을 분석하며 심지어 대표이사의 성향까지 조사한다. 상장 기업과 주가를 분석하고 전망하는 데는 그래프와 차트부터 PER·PBR·EBITDA 등 듣기만 해도 머리가 아픈 온갖 전문용어와 이론, 기법이 총동원된다.



최근 비상계엄 선언과 대통령 탄핵 사태를 계기로 국내 증시에 황당한 정치테마주가 기승을 부린다고 한다. 코스피·코스닥 시장에 상장된 기업 중 유명 정치인과 인연이 있는 기업들을 몇 개씩 묶어 '000테마주'로 분류하고 정국이 요동칠 때마다 이들 기업의 주가가 급등락하며 선량한 투자자들에게 피해를 주는 식이다. 유력 야당 정치인이 근무한 적이 있는 A사는 현재 그와 아무 연관이 없는데도 이 정치인의 정치적 입지가 오르내릴 때마다 주가가 춤을 춘다. 대표이사가 차기 대선주자 중 한 명과 같은 학교를 나왔다거나 같은 동네에 산다는 이유, 심지어 성(姓)이 같다는 이유로 주가가 오르내린다니 헛웃음이 나올 뿐이다.

아무리 주가 분석과 전망에 광범위한 재료가 영향을 준다 해도 최근 정치테마주들의 움직임은 선을 넘은 측면이 없지 않다. 정치테마주뿐이 아니다. 새로운 정부의 정책이 나오거나 특정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그로 인한 손익 영향을 따져 테마주로 띄우는 게 국내 증시의 단골 메뉴였지만 그런 분석이 얼마나 정확했는지는 의문이다. 오히려 정보에 어두운 개인투자자들을 현혹하고 끌어모아 주가를 띄운 뒤 차익을 챙기는 주가조작의 기법이 아닌지 의심되는 정황들이 많다. 이런 황당무계한 테마주의 기승이야말로 결국 한국 증시의 수준을 말해주는 것이고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주범이 아닌가. 금융당국의 경고나 조사도 있지만 우선은 투자자들이 현혹되지 않도록 주의하고 경계하는 수밖에 없다. 역시 투자는 자기 책임이다.
hoonkim@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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