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르비아 대통령 "역 붕괴참사 정보 공개"…시위대에 '항복'
기차역 지붕 붕괴 사고 뒤 반정부 시위 확산…권위적 통치에 첫 균열
(로마=연합뉴스) 신창용 특파원 = 세르비아 노비사드 기차역 지붕 붕괴 참사 이후 한 달 넘게 반정부 시위가 지속되자 알렉산다르 부치치 대통령이 시위대의 요구를 전면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12일(현지시간) 로이터, AFP 통신에 따르면 부치치 대통령은 전날 기자회견을 열고 "우리가 발견한 모든 문서, 검찰이 가진 모든 자료를 24시간 안에 공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시위 중 체포된 모든 이를 석방했다며 이후 재판에서 유죄 판결을 받을 경우 전원 사면하겠다고 약속했다.
기자회견 내내 수도 베오그라드 도심에 있는 부치치 대통령의 집무실 밖에는 수백명의 대학생이 모여 야유를 퍼붓고 그의 사임을 요구했다.
부치치 대통령은 "이 소음을 내는 이들, 약 600명 정도 되는 이들을 깊이 존중하고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부치치 대통령은 2012년 세르비아혁신당(SNS) 대표에 취임한 뒤 부총리와 총리를 거쳐 2017년 대통령에 선출됐고 2022년 재선에 성공했다.
그는 집권 이후 사법부와 언론을 장악하고 야당을 탄압했으며 반정부 시위를 강경 진압하는 등 권위주의 성향을 보여왔다. 부치치 대통령이 시위대의 요구에 굴복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로이터 통신은 설명했다.
대학생 활동가 이리나 세쿨리치는 당국이 시위 현장에서 학생들을 물리적으로 공격하거나 위협하는 방식으로 자주 충돌을 유발한 책임자들을 체포할 때까지 시위는 계속될 것이라며 "우리는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야권 운동가 사보 마노즐로비치는 "참사 관련 문서가 검찰이 아닌 대통령의 손에 있다는 것은 수치스러운 일"이라며 "이것은 국가의 붕괴"라고 지적했다.
지난달 1일 세르비아 제2의 도시 노비사드의 기차역에서 콘크리트로 된 길이 35m 야외 지붕이 갑자기 무너지면서 그 아래에 있던 시민들을 덮쳐 15명이 사망하고 2명이 사지 절단 중상을 입었다.
1964년 건설된 노비사드 기차역은 3년간의 보수공사를 마친 뒤 지난 7월 재개장했다. 다시 문을 연 지 넉 달도 되지 않아 발생한 이 사고는 세르비아 국민에게 큰 충격과 분노를 안겼다.
참사 이후 많은 국민은 부실 보수공사의 원인으로 정계의 부정부패, 직무 태만, 족벌주의를 지목했다.
국민적 분노와 책임 추궁에도 정부가 보수공사 관련 문서를 공개하지 않는 등 진실을 은폐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오히려 시위 참가자를 체포하면서 강경하게 진압하자 대학생까지 가세해 광범위한 시위로 번졌다.
changy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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