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씨 노조 "경영 실패 전가하는 분사 반대…공동대표 해체하라"
임시 주총장 앞서 시위…박병무 공동대표 맹비판
(성남=연합뉴스) 김주환 기자 = 실적 악화로 대규모 분사를 앞둔 엔씨소프트[036570] 노동조합이 "일방적인 분사 계획을 철회하고 공동대표 체제를 해제하라"며 공개적으로 항의했다.
민주노총 화학섬유식품산업노조 엔씨소프트지회는 28일 엔씨소프트 판교 R&D센터 사옥에서 집회를 열고 이같이 말했다.
엔씨소프트는 이날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분할계획서 승인 안건을 논의했다.
주총장 바깥에서 집회를 연 노조는 엔씨소프트에서 올해 초부터 진행된 구조조정이 "경영 실패 책임을 직원에 전가하는 행보"라고 주장하며 "고용 안정 보장하라"는 구호를 외쳤다.
노조는 특히 권고사직과 분사를 주도한 박병무 공동대표를 겨냥해 "사퇴하라"는 구호를 외치며 거센 비판을 쏟아냈다.
송가람 지회장은 "박병무 대표는 이 회사에 오래 있을 게 아니라 구조조정을 실행하고 성과보수를 받아 나갈 것"이라며 "분사시키는 목적이 자율성 때문이라는데, 정작 분사한 이후에도 분사 법인의 개발 관련 결정은 본사의 신작평가위원회가 하겠다고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조직장들의 사탕발림을 다 알면서도, 짐짓 모르는 척 넘어가 주며 피도 눈물도 없이 분사 계획을 하나하나 실행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엔씨소프트가 오랫동안 리니지류 게임에 집중해온 데 대한 비판도 나왔다.
송 지회장은 "박 대표는 지난 26일 분사 설명회에서 '모든 사람이 리니지 게임을 만들고 싶어 한다. 그런 상황에서 비(非)리니지 게임을 만들어 성공시킬 수 있느냐'고 발언했다"며 "리니지류 위주의 개발에 대한 내부적으로 경고 메시지가 많았는데 삼척동자도 속을 리 없는 소리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정상적으로 판단할 줄 아는 경영진이라면 그런 간신 같은 조직장과 임원을 쳐내고 웰메이드 게임을 만들어 위기를 극복했어야 했다"며 "지금 엔씨소프트는 빈카운터(단기적 재무 성과에만 집착하는 경영진) 임원으로 가득하다. 더 이상 게임 개발에 대한 철학도 비전도 없다"고 강조했다.
배수찬 넥슨 노조 지회장은 김택진 공동대표를 겨냥해 "실적이 나쁠 수 있고, 위기도 찾아올 수 있다"면서 "그러나 위기 상황에서 성찰부터 하는 게 아니라, 직원들 밥그릇부터 건드리고 분사부터 하는 것은 망하자는 길이고, 오너의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엔씨소프트는 이날 주주총회를 20분만에 마치고 68% 이상의 투표율과 찬성률 99%로 20분 만에 통과시켰다.
엔씨소프트는 쓰론 앤 리버티(TL)·LLL·택탄(TACTAN) 개발 팀 및 인공지능(AI) 연구개발(R&D) 조직을 분사해 총 4개의 자회사를 설립, 내년 2월 출범시킬 예정이다.
juju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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