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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오션·HD현대중 '특수선갈등' 새 국면…화해 무드 속 불씨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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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오션·HD현대중 '특수선갈등' 새 국면…화해 무드 속 불씨도
경찰 고소·고발 번졌다 김동관·정기선 교감 속 '원팀' 분위기 반전
캐나다 잠수함 등 입찰 협력 주목…KDDX 건조업체 선정 두고는 경쟁 '팽팽'


(서울=연합뉴스) 임성호 기자 =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상세설계와 선도함 건조를 맡을 업체 선정을 앞두고 격화하던 HD현대중공업[329180]과 한화오션[042660]의 갈등이 25일 양사의 상대방에 대한 고소·고발 취하로 새 국면을 맞았다.
이는 갈등의 골이 더 깊어지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중국의 군사적 부상에 대한 미국의 견제 등으로 찾아온 한국 방위산업의 역대 최대 호황기를 놓칠 수 있다는 공동 위기의식이 작용한 결과다.
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한국 조선업계에 러브콜을 보냈고, 글로벌 조선 시장이 중국의 수주량 독주로 위협받는 상황에 두 국내 대표 조선업체끼리 손을 잡아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데 따른 것이다.
다만 두 회사 사이에 표면적으로는 화해 무드가 조성됐으나 갈등의 불씨가 완전히 꺼진 것은 아니라는 해석도 나온다. KDDX 사업자 선정 방식을 놓고 두 회사의 견해가 엇갈리고 있고, 갈등을 둘러싼 경찰 수사 일부는 계속 진행되기 때문이다.

◇ 군사기밀보호법 위반, 명예훼손 혐의 고소·고발 잇따라
특수선 시장에서 수십년간 경쟁 구도를 유지해온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은 올해 하반기로 예정된 7조8천억원 규모 KDDX 사업 건조업체 선정을 앞두고 연초부터 첨예하게 대립해왔다.
앞서 방위사업청은 지난 2월 KDDX 건조 사업에서 군사기밀 유출로 논란이 된 HD현대중공업의 입찰 참가 자격을 제한하지 않는다는 행정지도를 내렸다.
HD현대중공업 직원들은 2012∼2015년 KDDX 사업 등과 관련한 군사기밀을 몰래 취득해 회사 내부망을 통해 공유, 군사기밀보호법을 위반한 혐의로 작년 11월 최종 유죄 판결을 받았으나, 방사청은 이에 대표나 임원이 개입하는 등 청렴 서약 위반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며 입찰에는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

이에 한화오션은 지난 3월 초 방사청의 결정을 반박하는 기자설명회를 잇따라 열고 HD현대중공업 임원 개입의 증거라며 피의자 신문조서 등 일부 수사 기록을 공개했다. 또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 임원 개입 등에 대한 수사를 요청했다.
그러자 HD현대중공업은 당시 설명회에서 한화오션이 공개한 수사 기록이 의도적으로 편집돼 사실관계를 왜곡했고, 자사 직원들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한화오션 측을 허위 사실 적시 및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 맞고소했다.
양사의 갈등은 한화오션(경남 거제)과 HD현대중공업(울산)이 있는 지방자치단체와 정치권까지 각 지역 소재 기업을 거들고 나서면서 치열해지는 모양새였다.

◇ 양사 "국익 위해 화해"…캐나다 잠수함 사업 등 협력 전망
격화하던 분위기는 최근 정부를 중심으로 국내 조선업계가 글로벌 해양 방산 사업에서 성공을 거두려면 '원팀'으로 나서야 한다는 공감대가 커지면서 반전을 맞았다.
한화오션이 먼저 지난 22일 HD현대중공업을 상대로 군사기밀보호법 위반 여부를 가려 달라며 냈던 경찰 고발을 전격 취소했다. "세계가 대한민국 조선업을 주목하는 가운데 해양 방산 수출 확대라는 목표를 위해서는 고발 취소로 상호 보완과 협력의 디딤돌을 마련하는 것이 국익을 위한 일"이라는 설명을 덧붙였다.
HD현대중공업도 사흘 뒤인 이날 한화오션 관계자들에 대한 고소 취하서를 냈다. "국내 조선산업 발전과 K-방산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대승적 차원에서 취하를 결정했다"고 는 설명이다.

두 회사의 이번 고소·고발 취소와 관련해서는 평소 절친한 사이로 알려진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과 정기선 HD현대 수석부회장 간 사전 교감이 있었다는 후문이다.
각자가 보유한 함정 기술과 연구개발(R&D) 역량을 모아 K-방산 해외 진출 확대를 도모하자는 정부의 원팀 전략에 적극 협조하고, 중국 기업에 맞서 국내 조선산업 전반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힘을 합치자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지난 8일 10조원 규모의 호주 수상함 입찰에서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이 모두 탈락한 것이 법적 분쟁에 따른 리스크와 이와 관련한 정부와의 엇박자 탓이었다는 분석도 화해 분위기 조성에 힘을 실은 것으로 전해졌다.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의 특수선 분야 첫 협력은 우선 캐나다가 추진 중인 '캐나다 순찰 잠수함 프로젝트(CPSP)'에서 가시화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는 3천t급 잠수함 8∼12척을 도입하는 사업으로, 규모가 총 70조원 안팎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각각 3조원과 2조원 규모인 폴란드, 필리핀 잠수함 사업에도 공동 참여할 가능성이 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방사청 등 정부 기관이 주도해 강하게 협력을 추진한다면 양사가 함께할 길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아직 불씨는 남아…KDDX 건조, 수의계약이냐 경쟁입찰이냐
다만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 사이에 갈등의 불씨가 완전히 사그라든 것은 아니다. KDDX 사업 건조업체 지정을 두고서는 유리한 입지에 서기 위한 물밑 경쟁은 계속된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화오션은 산업통상자원부에 이번 KDDX 상세설계와 선도함 건조 사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방산업체 지정 신청'을 낸 상태다. 산업부가 이를 받아들여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을 복수 업체로 지정하면 방사청은 추후 수의계약이나 경쟁입찰 방식 중 하나를 택해 사업을 추진하게 된다.
방사청은 이르면 올해 연말에 KDDX 사업 추진 방식을 결정할 예정이다.
HD현대중공업은 그간의 관례대로 기본설계를 맡은 자사가 수의계약 방식을 낙점받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한화오션은 HD현대중공업 직원들이 자사 군사기밀을 불법 유출해 유죄가 확정됐고 계약의 기본은 경쟁이 원칙인 점 등을 들어 입찰에 부쳐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와 관련, HD현대중공업은 지난 22일 "KDDX 사업이 많이 지연된 만큼 한화오션의 방산업체 지정 신청도 철회돼 KDDX 사업이 법과 원칙에 따라 신속히 진행되길 희망한다"고 밝히는 등 단독 건조를 해야 한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다만 한화오션은 공동 수주·건조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한화오션이 HD현대중공업에 대한 고발을 취소했지만, 군사기밀보호법 위반은 피해자가 처벌을 원치 않으면 기소할 수 없는 반의사불벌죄가 아니기에 경찰은 수사를 이어가게 됐다. 경찰은 고발을 취하한 한화오션의 입장을 고려해 조만간 수사결론을 낼 것으로 알려졌다
HD현대중공업이 한화오션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한 사건은 이날 고소 철회에 따라 사건이 종결될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 화합과 한국 방위산업의 발전을 위해 방사청의 신속하고도 합리적인 결정이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sh@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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