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마니아 대선 친러 극우후보 1위 '이변'…"대규모 민심 반란"(종합2보)
무소속 제오르제스쿠 23% 득표…중도우파 야당 지도자 2위로 결선행
내달 8일 결선투표…유례없는 이변에 일각선 '러 선거개입' 의혹도
(로마·서울=연합뉴스) 신창용 특파원 황철환 기자 = 루마니아 대통령 선거에서 그간 잘 알려지지 않았던 무소속 극우 후보 컬린 제오르제스쿠가 1위를 차지하는 이변이 벌어졌다.
25일(현지시간) 루마니아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개표율 99.9% 기준 제오르제스쿠가 22.95%의 득표율로 1위에 올랐다.
이어 중도우파 야당 루마니아 구국연합(USR)의 엘레나 라스코니 대표가 19.17%로 2위를 차지했다.
이에 따라 12월 8일 결선 투표에선 무소속 제오르제스쿠 후보와 야당 지도자인 라스코니 대표가 맞붙게 됐다.
선거 전 여론조사에서 1위였던 마르첼 치올라쿠 사회민주당(PSD) 대표 겸 현 총리는 재외국민 투표에서 라스코니 대표에게 역전을 허용하며 3위(19.15%)로 처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열렬한 지지자로, 여론조사에서 2위였던 극우당 결속동맹(AUR)의 제오르제 시미온 대표는 13.87%의 득표율로 4위를 기록했다.
1989년 공산주의 체제 붕괴 이후 사회민주당 후보가 대선 결선 투표에 오르지 못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제오르제스쿠 후보의 약진은 유례없는 이변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는 지난달 여론조사기관 인스코프(Inscop)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선 지지율 0.4%의 '기타' 후보 중 하나로 분류됐기 때문이다. 이달 다른 여론조사에서도 지지율 5.4%로 6위였으나 실제 투표에선 20%를 넘겼다.
루마니아 정치 전문가 라두 마그딘은 로이터 통신에 "34년의 (루마니아) 민주주의 역사상 이처럼 여론조사와 비교해 (실제 득표율이) 치솟는 건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1차 투표 결과에 대해 가뜩이나 빈곤 위험에 처한 인구가 유럽연합(EU)에서 가장 많은 루마니아에서 생활비 급등으로 민생고가 심화하자 민심이 '급격한 변화'를 선택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치 컨설턴트 크리안 안드레이는 예상치 못한 그의 선전은 "기존 체제에 대한 대규모 반란"이라고 AP 통신에 말했다.
일각에선 친(親) 러시아 성향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 반대하는 언행으로 논란을 빚다 2022년 극우당 결속동맹(AUR)에서 퇴출된 전력 등을 고려할 때 그가 대선 1차 투표에서 선두에 오른 건 비정상적이란 의혹도 고개를 들고 있다.
제오르제스쿠는 과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 대해 "그는 조국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며 러시아를 지지하는 건 아니지만 러시아 문화에 친밀함을 느낀다고도 말해 논란을 빚었다.
2021년 언론 인터뷰에선 루마니아 내 미군기지에 나토의 탄도 미사일 방어 체계가 배치된 것을 '외교의 수치'라고 비난하면서 러시아와 전쟁이 벌어지면 나토는 루마니아를 보호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루마니아 바베슈 보여이 대학의 정치전문가인 세르주 미스코유 교수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제오르제스쿠의 입장이나 여론조사와 실제 결과의 불일치에 근거해 볼 때 (러시아의 선거개입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러시아 정부는 선거 개입설을 즉각 부인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러시아 정부는 국제 문제에 대한 제오르제스쿠의 견해에 대해 잘 알지 못하지만, 현 루마니아 지도부가 러시아에 적대적이라는 사실은 분명히 인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루마니아 정치체제는 이원집정부제다. 5년 임기인 대통령은 외교·국방 관련 사안을 책임지고, 다수당 출신 총리가 실질적인 국정 운영권을 갖는다. 루마니아 총선은 대선 결선 1주전인 12월1일로 예정돼 있다.
결선투표에서 제오르제스쿠와 양자 대결을 펼치는 라스코니 대표는 루마니아가 직면한 큰 문제 중 하나로 부패를 꼽는다. 그는 국방비 지출을 늘리고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속적인 지원을 지지한다고 밝혀왔다.
changyong@yna.co.kr, hwang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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