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파워엘리트] 자원요직에 화석연료주의자 대거 발탁…美, 에너지패권 시동
국가에너지회의 신설…美, 최대 에너지 생산·반값 에너지 실현에 본격 나설 듯
'우방의 에너지 적대국 의존' 해소도 강조…중단된 수출시설 건설 허가 재개 예상
바이든 기후정책 대거 폐기할 듯…전기차 보조금 위태·파리기후협약 또 탈퇴 관측
(워싱턴=연합뉴스) 김동현 특파원 = "드릴, 베이비, 드릴!"(Drill, baby, drill!)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에너지 정책은 그가 선거 기간 입에 달고 산 '드릴'이라는 단어로 요약할 수 있다.
원유나 천연가스를 찾기 위해 땅에 구멍을 뚫는다는 의미인데 트럼프 당선인은 이런 화석연료를 '액체 금'(liquid gold)에 비유하며 그 생산을 대폭 늘리겠다고 공약했다.
미국이 최대 에너지 생산국이 되면 미국인의 에너지 비용을 절반 이상 낮출 수 있고, 미국과 우방이 적대국의 에너지에 의존하지 않아도 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 15일 민간 투자를 촉진하고 규제와 관료주의를 없애 미국의 에너지 우위를 확보하겠다면서 범정부 사령탑 역할을 할 국가에너지회의 신설을 발표했다.
그는 "우리는 미국의 에너지 지배로 인플레이션을 낮추고, 중국(및 기타 국가)과의 인공지능(AI) 군비 경쟁에서 이기고, 미국의 외교력을 확장해 전 세계에서 전쟁을 끝낼 것"이라고 주장했다.
에너지 정책을 주도할 행정부 고위직은 조 바이든 대통령의 청정에너지 확대 정책으로 그간 위축될 수밖에 없었던 화석연료 산업의 종사자와 우군으로 채웠다.
국가에너지회의 의장에는 더그 버검 노스다코타 주지사를 임명했다.
노스다코타는 미국에서 원유 비축량과 생산량이 세 번째로 많은 주(州)이며 버검 주지사는 화석연료에 친화적이다.
그는 국유지와 천연자원의 관리와 보존을 담당하는 내무부 장관에도 지명됐는데 이에 따라 앞으로 국유지와 보존 구역에서 석유·가스 채굴 허가를 받는 게 쉬워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주무 부처인 에너지부의 장관에는 '화석연료 전도사'인 크리스 라이트 리버티에너지 설립자 겸 최고경영자(CEO)가 지명됐다.
리버티에너지는 셰일가스 추출을 위한 수압 파쇄법인 '프래킹'(fracking)을 전문으로 하는 기업이다.
프래킹은 대량의 온실가스 배출 등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해 환경단체들이 반대하지만, 트럼프 당선인은 프래킹을 전폭적으로 지지해왔다.
트럼프 당선인은 태양광과 풍력 발전 등 청정에너지 집중 육성과 탄소 배출 규제를 골자로 한 조 바이든 대통령의 정책을 뒤집을 태세다.
화석연료 생산을 늘리려면 환경 규제를 약화해야 하는데 트럼프 당선인은 이를 확실하게 추진하기 위해 측근인 리 젤딘 전 하원의원을 환경보호청(EPA) 수장으로 발탁했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폐기할 것으로 예상되는 환경 정책에는 자동차 배출가스 규제가 있다.
바이든 행정부는 자동차 제조사가 내연기관차보다 배출가스가 적은 전기차를 더 많이 판매하도록 유인할 목적으로 배출가스 기준을 강화했는데 트럼프 당선인은 이를 '전기차 의무화'라고 비판하고 폐지를 공약했다.
바이든 행정부의 대표적인 기후변화 대응인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의 다양한 청정에너지 보조금도 축소되거나 사라질 가능성이 있다.
특히 원산지 요건 등을 충족하는 전기차를 구매하는 소비자에 제공하는 대당 최대 7천500달러(약 1천만원)의 세액공제(보조금)를 없애는 방안을 트럼프 당선인의 에너지정책팀이 논의하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한 바 있다.
에너지정책팀은 버검 주지사와 석유·가스회사 '콘티넨털 리소스즈' 창립자인 해럴드 햄이 이끌고 있다.
다만 공화당 지지세가 강한 지역들이 IRA 보조금 혜택을 누리고 있고, 석유회사들도 저탄소 기술 개발에 따른 지원금을 받기 때문에 IRA를 완전히 없애기보다는 부분적으로 손 볼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는 바이든 대통령이 중단한 액화천연가스(LNG) 수출 시설 건설 허가도 재개될 전망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LNG 수출 시설을 더 건설하면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LNG를 수십 년을 더 사용할 수밖에 없다는 환경주의자들의 주장을 고려해 지난 1월 신규 수출 시설에 대한 허가를 당분간 보류했다.
기후변화를 믿지 않는 트럼프 당선인은 첫 임기 때와 마찬가지로 파리 기후변화 협약에서 다시 탈퇴할 것으로 예상된다.
원자력 발전에 대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입장은 아직 명확하지 않다.
공화당 정강·정책에 원자력 에너지도 확대하겠다는 내용이 있지만, 트럼프 당선인은 대형 원자력 발전소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견해를 드러낸 바 있다.
그는 지난달 조 로건 팟캐스트 인터뷰에서 대형 원자로는 "너무 복잡하고 비싸다"면서 소형 원자로에 대한 선호를 시사했다.
라이트 에너지부 장관 지명자는 원자력 발전을 긍정적으로 평가해왔으며 소형모듈원자로(SMR) 기업의 이사로 재직하고 있다.
blueke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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