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 심장부서 첫 K팝 시상식…명배우 호프먼이 수상자 호명
CJ ENM 주최 '마마 어워즈', 아시아 넘어 최초 미국 진출
아카데미 시상식 열리는 돌비극장 무대 흔들어…3천여 관객 열광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임미나 특파원 = 21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LA) 돌비시어터(극장)에서 열린 '2024 마마 어워즈'(MAMA AWARDS) 무대에서는 할리우드 명배우 더스틴 호프먼(87)이 시상자로 나와 K팝 그룹 투어스에게 남자 신인상을 건네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호프먼이 무대에 등장해 '이 상의 주인공은…'이라는 뜻의 시상식 단골 멘트 "디스 어워즈 고스 투…"(This awards goes to…)로 운을 떼며 수상자를 발표할 때는 마치 아카데미 시상식같은 느낌을 줬다. 그 상의 주인공이 K팝의 샛별이라는 점에서 전례 없는 인상적인 장면이었다.
호프먼은 영화 '졸업'(1967)과 '레인 맨'(1988) 등으로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2차례나 수상하며 할리우드를 호령한 배우다.
호프먼은 이날 시상에 앞서 한국말로 "안녕"이라고 인사한 뒤 영어로 "오늘 이 자리는 미국에서 처음으로 열리는 K팝 시상식이기 때문에 나는 이 자리에 서게 된 것이 정말 행복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올여름 나는 아내와 함께 LA에서 열린 케이콘(KCON)에 갔고, 이 아티스트들의 경이로운 재능을 직접 목격했다. 그들의 퍼포먼스와 에너지는 짜릿했다"며 "K팝의 긍정적인 에너지는 전 세계 팬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있고, 앞으로도 계속 그럴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평소 보기 어려운 할리우드의 원로배우 호프먼의 '깜짝' 등장을 비롯해 이날 마마 어워즈는 아시아 무대를 넘어 세계 대중음악의 큰 아이콘이 된 K팝의 위상을 여실히 보여줬다.
1999년 엠넷의 '영상음악대상'으로 출발해 2009년 아시아 음악 시상식이란 의미의 '엠넷 아시안 뮤직 어워즈'(Mnet ASIAN MUSIC AWARDS, MAMA)로 이름을 바꾼 이 시상식은 25주년이 되는 올해 처음으로 세계 팝 음악의 중심인 미국에 진출하게 됐다.
첫 번째인 만큼 무대 규모는 그리 크지 않았지만, 개최 장소가 매년 아카데미 시상식이 열리는 할리우드의 심장부 돌비극장이라는 점에서 적지 않은 의미가 있었다.
이날 또 다른 시상자로 나선 한국계 미국인 정이삭(리 아이작 정) 감독은 한인 이민 2세대로서 느끼는 남다른 감회를 표현했다. 정 감독이 각본을 쓰고 연출한 영화 '미나리'(2021)는 배우 윤여정에게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안겨준 것을 비롯해 아카데미 6개 부문 후보에 오른 바 있다.
정 감독은 이날 무대에서 "여러분도 아시다시피 이곳은 아카데미 시상식이 열리는 상징적인 장소"라며 "아카데미상 후보에 오른 영화를 만든 감독으로서 이 무대는 내게 특별한 의미가 있는 곳"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날 밤은 내가 직접 수상하지 못해서 이 무대에 서지 못했는데, 여러분과 이 놀라운 K팝의 힘으로 다시 이 자리에 서게 돼 정말 감사하다"며 "미국 이민 2세대로서 전 세계에서 K팝과 K드라마, K영화의 힘이 커지고 있는 것에 대해 깊은 자부심을 느낀다"고 밝혔다.
이날 3천300석의 객석을 가득 메운 K팝 팬들은 다른 콘서트에서는 경험하기 어려운 가까운 거리에서 좋아하는 스타들의 공연을 직접 보게 되자 잠시도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하며 2시간 내내 뜨거운 함성을 내질렀다.
특히 최근 미국 등지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그룹 라이즈가 공연할 때는 팬들이 오렌지색으로 빛나는 라이즈 공식 응원봉을 흔들며 열광적인 반응을 보였다.
라이즈 멤버들은 마이클 잭슨을 연상시키는 의상을 입고 나와 '붐붐 베이스' 등 열정적인 공연을 펼쳤다.
이날 신인상과 '베스트 댄스 퍼포먼스 남자 그룹' 상까지 받으며 2관왕을 차지한 투어스가 히트곡 '첫 만남은 계획대로 되지 않아'를 공연할 때는 팬들이 후렴구의 "나나나…" 부분을 '떼창' 하기도 했다.
K팝을 대표하는 회사 중 하나인 JYP엔터테인먼트의 수장이자 30년 경력의 가수 박진영이 무대에 올라 '날 떠나지마', "그녀는 예뻤다' 등 히트곡들을 연달아 공연할 때는 후배 아이돌 그룹들을 비롯해 모든 관객이 자리에서 일어나 환호하며 리듬에 맞춰 몸을 흔들었다.
이번 LA 마마 어워즈의 행사 일정은 지난 7월 온라인에 공지됐고, 지난달 티켓 예매 사이트가 열리자마자 순식간에 매진됐다.
라이즈의 팬으로, 어렵게 티켓을 구매해 이 자리에 왔다는 멕시코계 미국인 히메나(31)와 친구 4명은 "이렇게 가까운 자리에서 맨눈으로 그들을 직접 볼 수 있어서 정말 굉장한 경험이었다"며 "특히 '붐붐 베이스'는 라이브 공연으로 처음 봤는데 정말 멋졌다"고 감탄했다.
이들은 "작년에 LA 케이콘에 스트레이 키즈를 보러 갔다가 라이즈 공연을 보고 관심을 갖게 됐고, 이후 앨범이 나왔을 때 듣고 좋아하게 됐다"며 "원래 BTS와 스트레이 키즈를 더 좋아했는데, 오늘 공연을 보니 라이즈와 점점 더 사랑에 빠지는 것 같다"며 웃었다.
또 다른 라이즈 팬 조슬린(22)도 "그들(라이즈)은 정말 잘했다"며 "그들의 모습은 무대에서 반짝반짝 빛났고, 좋아하던 그들의 공연을 보게 돼 오늘 밤 정말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min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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