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경찰 "前대통령, 룰라 취임 막으려해…쿠데타시도 개입"(종합)
연방경찰, 前대통령 포함 37명 기소의견…"룰라 암살계획도 사전인지"
룰라 "살아 있음에 감사"…보우소나루 前대통령 "창의적 수사"
(멕시코시티=연합뉴스) 이재림 특파원 =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전 대통령이 지난 2022년 말에 퇴임을 앞두고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당시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을 막기 위해 쿠데타를 모의했다는 경찰 수사결과가 발표됐다.
브라질 연방경찰은 21일(현지시간) 그동안 진행해온 이른바 '쿠데타 및 민주·법치주의 폭력적 훼손 사건' 수사를 마무리하고 그 결과를 요점 정리해 홈페이지에 공개했다.
브라질 경찰은 "2022년 당시 권력을 유지하거나 이를 지원하기 위해 조직적으로 움직인 범죄조직의 존재를 확인하고 37명을 쿠데타 및 범죄단체조직 등 혐의로 기소할 것을 요청하는 내용의 보고서를 당국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기소 의견 대상자 중에는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도 포함돼 파장이 예상된다.
2022년 말 당시 현직 대통령이, 곧 취임할 대통령 당선인을 상대로 위해를 가하려는 계획에 연루됐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이 지난해 1월 8일 발생한 대선불복 폭동을 부추겼다는 혐의를 받는다는 사실은 이미 알려졌으나, 룰라 대통령을 직접 공격하려 한 계획에도 관여됐다는 혐의는 지금까진 의혹 수준이었다고 현지 매체 G1 등은 짚었다.
앞서 브라질 경찰은 18∼19일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진행된 주요 20개국(G20)에 보안 업무를 수행하던 장병 등을 대통령 암살미수 등의 혐의로 체포하면서, "이들은 독극물 같은 것을 사용해 2022년 12월 15일 전후로 룰라 당시 대통령 당선인과 알레샨드리 지모라이스 대법관 등을 살해하려는 뜻을 품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2022년 12월 31일 퇴임한 보우소나루 당시 대통령이 독살 등 관련 음모 세부 사항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다"는 게 경찰의 판단이라고 CNN 브라질은 보도했다.
룰라 대통령에 대한 테러 계획명은 '그린 앤 옐로우(초록과 노랑) 단검'이라고 브라질 연방경찰은 설명했다.
초록과 노랑은 브라질 국기 상징색으로, 보수우파 정당과 지지자들 사이에서 즐겨 사용되는 조합이다.
브라질 연방경찰은 또 브라가 네투 전 국방부 장관, 안데르송 토헤스 전 법무부 장관, 바우지마르 코스타 네투 자유당 대표 등 거물급 정치인과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 보좌진 등을 함께 기소할 것을 요청했다.
브라질 경찰은 "일부 피의자들의 경우 군에 쿠데타 가담을 선동했다"고 적시했다.
룰라 대통령은 이날 브라질리아에서 열린 한 행사에서 "나와 제라우두 아우키밍 부통령을 독살하려는 시도는 실패했고, 우리는 여기 이렇게 있다"며 "저는 살아 있으니, 지금 가장 감사해야 할 사람"이라고 말했다.
반면에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은 자신의 엑스(X·옛 트위터)에 올린 글과, 현지 칼럼니스트 전화 인터뷰를 통해 "경찰의 창의적 수사"라며 "지모라이스 대법관 등이 사건 수사를 지휘하며 증언을 오염시키는 등 불법을 자행했다"고 주장했다.
지난 9∼2022년 브라질을 이끈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은 재임 시절 부인과 함께 외국 순방을 하고서 귀국할 때 보석류를 밀반입하려 했다거나 코로나19 예방접종 증명서를 위조했다는 혐의도 받는다.
앞서 브라질 최고선거법원(STE)은 선거시스템에 대한 가짜뉴스 유포와 선거 공명성 훼손 등의 책임을 물어 2030년까지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의 피선거권을 박탈한 바 있다.
walde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뉴스